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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브라이언 헤어

어빈2 2023. 1. 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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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브라이언 헤어, 바네사 우즈
평점 2

 


개요


이 책은 진화론이라는 과학을 빌린 싸구려 정치 책이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니 결국 다정한 존재가 살아남았다는 인과관계가 뒤바뀐 소리를 하고 있는데, 그것을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연결하여 차별과 혐오 없는 연대를 주장하는 안쓰러운 책이다.

평점이 그나마 2점인 이유는 '마음 이론'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용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두께에 비해 색인이 굉장히 많아서 내용은 300쪽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과학서적 치고는 짧은 책이다.

앞부분은 '마음이론'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상당히 중요한 이론으로 인간의 인지 발달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이 책의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침펜치와 보노보, 그리고 개에 대한 연구를 통해 마음 이론이 실제로 어떻게 증명되는지, 동물이 가축화가 된다는 것이, 나아가 인간 스스로 가축화, 즉 공감을 기반으로 한 이타적으로 변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6장부터는 본격적인 싸구려 정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며 마지막 장은 짧게 마치 공자 말씀을 보는듯한 우정 얘기로 끝내고 있다.

 


느낀점


우선 이 책의 추천사를 적은 최재천 교수의 말을 보고 읽기도 전에 느낌이 싸했던 책이었다. 그는 이렇게 적고 있는데,

진화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종들 중에서 가장 다정하고 협력적인 종이 바로 우리 인간이다. 정연한 논리로 이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은 참 오랜만이다.
- 최재천(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이 책이 과학을 다룬 책임에도 '마음을 따뜻하게'라는 마치 소설에나 쓸법한 묘사를 보면서, 바로 든 생각은 '아 또 인간성이니 뭐니 세상을 구성하는 논리에 대해 유아적, 유토피아적 상상력만을 서술하고 있는 책이구나' 였다. 그리고 이는 적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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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처음부터 헛발질을 하며 시작하는데, 적자생존을 비판하면서 '강한자가 살아남는다'는 것은 틀렸다는 얘기를 계속 한다. 근데 적자생존은 '적합한 자가 살아남는다'라는 뜻이지 강한자랑은 상관없다. 그래서 우리도 시쳇말로 '살아남은 놈이 강한거야'라는 말을 종종 하지 않는가?

여기서 말하는 '적합한'이란 시대에 따라 요구되는 특성들이 다르다. 선사시대라면 나와 가족의 범위까지는 누구보다 다정한, 그러나 이를 벗어나면 죽음을 불사하는 배타성이 '적합한' 특성일 수도 있다. 계급이 시작되는 고대국가라면 싸움을 잘하는 전사가 적합할 것이고, 현대로 올수록 완력이 아닌 지식이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적합'은 시대에 따라 다른데, 이는 진화가 목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책 제목에 인과가 뒤바뀐 이유도 이때문이다. 책에선 침팬치와 다정한 보노보를 비교하면서 보노보를 다정함이 살아남았음의 증거로 보이려하는데, 문제는 침팬치도 살아있다는 것이다.

다른 서식환경에서 적합한 개체가 생존한 것이지, 다정한 것이 살아남게 하려는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란 것이다. 보노보가 다정해서, 침팬치가 다정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살아남은 애들은 보니 다정한 개체도 존재한다더라가 맞는 명제다.

사마천의 <사기> 열전편의 첫 문장에서도 나오지 않는가? 天道是耶非耶, 이놈 세상에 악랄한 인간들이 천수를 누리는 꼴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 도(道)라는 것이 존재하는건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았다고요?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 '자본주의 때문에 돈 많은 인간들이 갑질하며 살아남는게 정의롭냐' 같은 마이클 샌델식 작가의 비판은 공허하다. 적합성은 그저 흐름에 따라 변동되는것이며 비로소 자본주의에 들어서서야 생존의 조건이 정의에 부합해졌기 때문이다.

중세시대는 피에 따라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 결정되었다. 피가 고귀하다면 귀족으로서 살아남는 것이고 아니라면 반대일 것이다. 책의 비판처럼 현대에 돈이 그 위치를 대신했다고 본다면, 선천적 요인에 따라 받아들여야 하는 부조리와 불합리의 사회에서 평등한 기회가 부여된 사회가 되었다는 뜻이다.

'돈'이라는 것은 나의 선택에 의해 도전해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신분을 바꿀 수 없는 사회에서 나의 노력으로 인생을 윤택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져있다는 것이 자본주의의 본질이지, 돈이면 다냐 식의 비판은, 이를 호도하는 것이다.

누가 말했던가, 자본주의란 귀족만이 신을 수 있었던 실크 스타킹을 공장 여공들까지 신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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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위 지식인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이를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 죽겠는양 이런 류의 지식의 외피를 쓴 반트럼프 책이 참으로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심지어 작가들도 자신의 그런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뭐만 하면 도덕완장질 하는 PC세력들 보다 '트럼프가 진정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줬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어쨋든 이 책도 반트럼프 노선을 유지하면서 정치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그 해결책으로 인간의 연대와 다정함을 예를 드는 것으로 봤을 때 정치의 본질인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에는 한참 멀리 떨어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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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이야기 중 인상깊었던 얘기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p34에 깅그리치 의원에 대한 비판과 p211 인종차별 얘기, p244에 민주주의에 대한 언급이 있다.

원래 워싱턴은 화기애애한 곳이었다고 한다.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국회에선 격렬하게 논쟁해도 국회 밖에선 같이 차도 마시고 골프도 치러 다니고 이런 분위기에서 큰 잡음 없이 좋은 정책들도 합의가 되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995년 누트 깅그리치 의원이 등장하고 나서, 그가 공화당의 힘을 키우기 위해 시도한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이간질 때문에 양 당간의 인간적인 합의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얼핏보면 깅그리치가 나쁜놈처럼 보이는데, 이 부분을 보면서 든 생각은 "아니 그럼 국회의원들끼리 형동생하면서 지내는건 좋은거야?"라는 것이었다.

작가는 마치 깅그리치 이전이 좋았던 것처럼 말하지만, 국회의원들 자기들끼리 형동생하는것 만큼 부패해지기 쉬운 것도 없다. 인간적 친밀성을 지니게 되면, 반드시 부패하게 되는 것이 권력의 생리 아닌가? 겉으로는 논쟁하는 척 하면서 서로 쪽지예산 챙겨주고 자기들 월급 올리는덴 귀신같이 합의하는 한국 국회를 쳐다보면, 오히려 국회의원이라는 각자가 헌법기관인 그들이 인간적인 유대를 갖지 않는 것이 훨씬 이성적인 민주주의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럼 작가의 말처럼 과격한 정치 갈등은 인간적 유대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남북전쟁 이후 앤드류 존슨 대통령의 탄핵사건을 보면, 진정으로 정치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원칙을 지키려는 불굴의 정신과 다수 대중의 의견에 반대할 수 있는 서슬퍼런 양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블로그에도 그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무엇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가?

미국 남북전쟁이 끝난 후 승리한 북부 자유주들은 패배한 남부 노예주를 군정으로 다스렸다. 때문에 남부 주는 연방의회에 상원의원을 보내지 못했으며, 남부의 주들은 미국 북부에서 파견한

irvine0212.tistory.com

 


p 211쪽에선 현대적인 편견을 비판하면서, '현재의 인종차별은 교묘하고 산발적으로 퍼져 있으며, 경로 의존적인 성격을 띈다' 라는 얘기를 한다. 새로운 얘기는 아니고 백인 특권이나 BLM류의 사람들이 상투적으로 하는 표현인데...

이 말인 즉, 인종차별이 존재하는거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존재함을 어필하고는 싶은데 빌어먹을 이걸 증명할 수가 없으니 '교묘하고, 산발적이며, 경로의존적'이라는 뭔 소린지도 모를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p244민주주의에 대해 '젊은 세대의 미국인 중 1/3만이 민주주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느끼고 있고, 1/4는 국가를 운영하는데 민주주의가 해롭다고 믿는다'라는 통계를 인용한다.

그러나 이 통계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은 '무슨' 민주주의냐는 것이다. 북한도 정식 국가명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민주주의, 공화국 등 좋은 말은 다 갖다 쓰고있는데, 오히려 그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이처럼 민주주의는 '무슨'민주주의냐가 핵심인데, 왜냐하면 민주주의 그 자체는 하나의 정치 시스템으로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발견한 현대적 가치들, 인권, 자유, 평등, 표현의 자유 등을 지킬 수 있는 합리적인 시스템이 민주주의라고 믿기 때문에 우리가 민주주의를 하는 것이지, 그 가치들을 무너뜨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목적지향의 민주주의를 추구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도덕 완장질의 민주주의라면, 분명 국가를 운영하는데 해롭다. 왜냐하면 이는 민주주의라는 외피를 쓴 대중 독재 또는 파시즘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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