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스콧 피츠제럴드
평점 7
개요
미국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5년에 쓴 소설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다. 특히 영문학에선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고 하는데, 줄거리 자체는 볼품없기 때문에 번역된 것을 읽는 우리로서는 '왜 고전이지?' 싶을 수 있다.
당대 미국의 풍요와 타락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으며, 그런 면에선 매운맛 버전인 <아메리칸 사이코>와도 비슷하다. 아메리칸 드림의 타락과 절망을 다뤘다고도 한다.
그러나 내 생각엔, 진정으로 소중히 해야 하는 가치가 마땅한 대접을 받지 못했을 때 어떤 사단이 벌어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인것 같다.
내용
닉 캐러웨이라는 관찰자를 통해 개츠비와 데이지, 그리고 데이지의 남편 톰의 관계를 서술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개츠비는 소싯적 데이지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는 가난했고 1차 대전이 발발하는 바람에 참전하게 된다. 그러던 중 데이지는 부자인 톰과 결혼하게 되었고 이를 안 개츠비는 돈을 많이 벌어 데이지를 되찾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닉은 채권업에 종사하기 위해 뉴욕 롱아일랜드로 이사온다.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옆 집의 파티를 신기해하던 중 파티에 참석한 닉은 우연한 계기로 개츠비와 친해지며 그가 주최한 파티임을, 옆 집이 그의 집임을 알게 된다. 개츠비 또한 닉이 데이지의 먼 친척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닉을 통해 데이지와 가까워지려고 한다.
데이지와 결혼한 톰은 자동차 수리공의 아내와 바람을 피고 있다. 그래서 데이지한테도 소홀하다.
데이지도 톰의 사랑이 멀어진 것을 느낀다. 그러던 중 매일 파티가 열리는 집에 관심을 갖게 되고 닉을 통해 개츠비와 다시 가까워진다.
그렇게 꽁냥꽁냥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자동차 사고가 나서 보러가니 톰이 바람을 피던 자동차 수리공의 아내가 차에 치여 죽어있다. 자동차 수리공은 오열하며 아내를 죽인 자동차가 개츠비의 것임을 알아낸다. 그리곤 개츠비를 죽여 복수에 성공한다.
닉은 개츠비가 매일 파티를 열고 그렇게나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었음에도 장례식에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을 보며, 그리고 개츠비의 자동차를 운전했던 것은 데이지였음에도 오지 않고 톰과 먼 곳으로 이사가버린 그녀를 보며, 분노와 상실감을 느낀 채 개츠비의 장례를 홀로 지킨다.
느낀점
처음 이 책을 읽었을 10년 전엔 재미가 없어서 왜 유명한지 알 수 없었다. 최근 들어 다시 읽어보니, 이 책은 분명 좋은 책이다.
이 책을 보면 참으로 재밌는 장면이, 등장 인물들이 여럿 모여서 대화 할 때 각자 서로 할 말만 하면서 딴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얘기는 하고 있는데 대화가 안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연극으로 치면 일종의 부조리극 느낌이 들었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겉만 화려한 부자들의 부박한 내면을 고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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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츠비가 왜 '위대하냐'는 것이다. 작가가 생각한 위대함을 이해하는 것이 책의 키워드다. 아메리칸 드림 어쩌고나 당시 미국의 타락함 어쩌고는 핵심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개츠비는 데이지를 사랑했다. 순수하게 데이지를 사랑했으며 마지막까지도 사랑했기에, 자동차 사고의 범인이 데이지였음에도 이를 밝히지 않았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숭고한 가치는 바로 개츠비의 '순수한 사랑' 뿐이다.
그러나 개츠비가 자신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벌인 방법은 숭고하지 않았다. 그는 금주법의 시대에 밀주를 통해 큰 돈을 벌었다. 물론 밀주로 돈 번 것 자체는 이 책에서 의도한 가치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책에서도 개츠비가 돈을 번 구체적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그저 돈을 많이 번 상태의 개츠비만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그가 선택한 수단이 '순수한 사랑'을 되찾기 위해 적합하지 않은, 타락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돈으로 사랑을 되찾겠다는 천박함이 숭고함을 지탱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면에서 가치의 완전성을 위해서는 이 사랑이 이루어지면 안된다는 결말이 인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가치의 실락에서 부터의 복락이 주된 내용이기 때문에 사실 데이지는 여자 주인공임에도 수동적이고 배경같은 취급을 받는다. 데이지가 얼마나 정신머리가 박혀있는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순수한 사랑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추구했으나 도중에 갓길로 빠져 흙탕물을 만들어버린 개츠비가 희생을 통해 다시금 정결케 됨으로써 비로소 위대해졌다는 것이 이 책 제목, 개츠비가 '위대한' 이유다. 관찰자인 닉을 제외하고, 부박한 사람들 속에서 유일하게 인 外의 가치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양식 영웅 서사를 따르고 있기도 한데, 예를들어 <해리포터>의 경우, 선과 악의 대결 끝에 마지막 남은 진정한 악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음을 깨닫고 자신을 죽여버림으로써 궁극의 선을 달성하려는 내용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해리 포터가 위대한 이유도 바로 이를 깨달았을 때 기꺼이 자신을 죽음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들용 책이기에 죽진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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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함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디서 전율하고 숭고함을 느낄까?
인간이 신의 영역을 더듬으려고 할 때 비로소 위대해진다. 우리는 숭고한 가치들을 신의 이름을 빌려 표현하며 이는 예술로 잘 표현되어있다.
서머셋 모옴의 소설 <달과 6펜스>에서는 신의 영역에 있는 궁극적 美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세속을 더듬을 수는 없음을 잘 보여준다. 처참하지만 숭고하다. 똑같은 대사가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에도 나온다.
영화 <남극일기>도 유사하다. 인간이 가본적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내딛기 위해선 인간임을 포기한, 어쩌면 광기의 영역에서 살아가야함을 공포와 경외감으로 잘 표현하였다. 영화 <콘스탄틴>에서 개차반처럼 살던 콘스탄틴이 결국 천국의 부름을 받게 되는 이유도 그가 무고한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였기 때문이다.
많은 작가들이 20세기 미국 정신문화의 타락을 지적한다. <호밀밭의 파수꾼>도 '호밀밭'이라는 미국 본연의 가치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고자 한 작가의 예민함을 느낄 수 있다. <위대한 개츠비>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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