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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가?

어빈2 2021. 10. 1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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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북전쟁이 끝난 후 승리한 북부 자유주들은 패배한 남부 노예주를 군정으로 다스렸다. 때문에 남부 주는 연방의회에 상원의원을 보내지 못했으며, 남부의 주들은 미국 북부에서 파견한 군인들에 다스려지는 사실상 반자유주의적 계엄을 겪고 있었다.

 

당시 북부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남북 전쟁에 참전한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지역구에서도 전쟁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많았기에 남부를 반역자로 다스려 혹독하게 처리해야 한다는데에 열렬한 찬성을 보내고 있었다.

 

대통령 에이브라함 링컨은 앵글로 색슨의 자유주의적 전통을 따르기 위해 군정을 그만두고 빠르게 남부를 연방에 정상복귀시켜 화해하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생각을 펼치기 전에 암살당한다. 그러자 링컨의 부통령이었던 앤드류 존슨이 링컨을 이어 미국의 17대 대통령이 된다.

 

앤드류 존슨은 남부 출신이지만 연방을 유지해야한다는 생각에 북부의 편에 섰던 사람이다.

앤드류 존슨 미국 17대 대통령

 

앤드류 존슨 또한 링컨과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부를 연방으로 정상 복귀시키는 정책을 시행하려 했고 때문에 북부 공화당 의원들과 충돌한다.

 

결국 사건이 터졌다.

 

당시 공화당의 리더 중 한명이었던 에드윈 스탠튼 육군장관은 존슨의 정책마다 반대하고 항명했다. 행정부의 장관이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의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하자 앤드류 존슨은 스탠튼을 해임하려고 했다. 그러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던 상원은 '상원의 동의를 받아 임명한 공무원은 해임도 상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법률안을 내게 된다.

 

앤드류 존슨은 결국 스탠튼을 해임했고 기다렸다는 듯이 연방의회는 헌법과 법률을 어겼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였다.

 

미국은 하원이 대통령 탄핵 소추 권한을 갖고 있고 상원이 탄핵 심판을 한다. 당시 남부는 상원의원을 낼 수 없었고 상원 의원 54명 중 12명만 민주당 의원, 나머지 42명은 공화당 의원이었다. 상원의원 중 2/3이 찬성하면 탄핵이 가결되기 때문에 36명의 찬성이 필요했고 탄핵은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그러나 탄핵소추가 진행되는 중 공화당 의원 중 6명이 현재까지 제시된 증거로는 탄핵할 수 없다고 탄핵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 36명이 남은 상황, 아직까지 공화당은 충분히 유리한 상황이었다.

에드먼드 G 로스

이 때 공화당 의원 에드먼드 G 로스가 당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탄핵을 공정하게 심판하겠다고 말한다. 에드먼드 로스는 앤드류 존슨의 정책을 반대한 강경파 의원이었기 때문에 공화당은 패닉에 빠진다. 이를 보고 있던 로스의 지역구 캔자스 유권자들이 로스에게 일종의 경고장을 보낸다.

 

캔자스주는 모든 증거를 검토한 결과, 대통령의 유죄판결을 요구한다.

 

그러자 에드먼드 로스는 이렇게 답변한다.

 

나는 여러분들이 나에게 유죄판결에 찬성을 해라, 혹은 반대를 해라 하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나는, 국가의 최고선을 위해서 내 판단에 따라서 투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탄핵 투표날 에드먼드 로스는 결국 반대 하고 탄핵 소추안은 부결된다.

 

당시 모든 언론과 여론이 대통령 탄핵을 지지했고 마치 지지하지 않으면 역적인것 처럼 취급했는데, 결국 로스는 역적이 되어버리고 정치 생명이 끝나버린다.

 

그러나 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넓은 의미로 따진다면, 국가 내의 동등한 기관인 행정부의 독립성이 심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만약 대통령이 불충분한 증거와 당파적인 이해관계로 인해서 내쫓기게 된다면,대통령직의 권위는 크게 실추될 것이며, 결국은 입법부의 종속적인 기관으로 지위가 전락하고 말 것이다.

만약 앤드류 존슨이 비당파적인 투표에 의해서 무죄 방면되지 않았다면, 미국은 당파에의한 통치의 위험성을 면치 못했을 것이고, 다수에 동조하는 특징을 나타냄으로써 국가조차 위험 속으로 몰아넣게 되었을 것이다.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여기있다.

 

로스는 앤드류 존슨의 정책에 매번 반대해왔지만, 정치적 당파성을 넘어 미국을 위해 대통령의 독립성을 지키려고 했고, 다수 여론에 흔들리지 않았으며, 삼권분립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 것이다(물론 추후에 에드먼드 로스는 재평가 받게 되고 말년에 주지사가 된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 <강철비2>에 이와 유사한 대사가 나온다는 것이다. 

 

대통령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신다고 하셨는데,미국은 탄생부터 계속 위대했습니다. 양심과 신앙과 자유를 위해 건국한 나라, 최초로 식민지에서 독립을 쟁취한 나라, 최초로 삼권분립 공화국을 수립한 나라.

미국이 위대한 것은 미국이 탄생시키고 지켜냈던 것들 때문이지 미국이 가진 힘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 한국대표가 미 대통령한테 하는 대사

 

왜 이런 대사가 이 영화에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미국이 위대한 이유를 잘 설명한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미국이 가진 해병대의 힘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세계를 선도하며 지키고 있는 '개인, 자유,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삼권분립' 등과 같은 인간이 발명한 현대문명의 가치 때문이다.

 

지금 미국은 미국의 가치를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가치를 파괴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미국이 선도하지만, 가치를 지키려고 하는 움직임 또한 미국이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이미 코니 배럿 미 연방 대법관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오피니언 리더들. 그들은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을 미국 시민들은 자기 돈과 노력, 시간을 들여 키워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미국이 위대한 것은 그 정신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가장 밑단인 시민들부터 내면화되어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한국은 단 한번도 위대했던 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48년 독립 이후 한반도 역사상 처음으로 위대해지는 과정 속에 있다. 비록 속도는 꺾였지만 아직 한국은 그 위에 있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를 위대하게 만들고 있는 가치를 지키는데 발벗고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국가의 위대함이란 결국 그 시민들의 수준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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