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루루 밀러
평점 5
개요
이 책은 과학기자인 루루 밀러가 데이비드 스타 조던 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통해 다양성을 인정하자고 호소하는 사회학 책이다. 신간이며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으로, 장르는 수필이자 르포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흡입력이 굉장한 편이나,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 하기 위한 방법이 상당히 비열하며, 자신의 상황을 깊히 대입함으로써 책의 진정성을 떨어뜨린 부분이 있다.
내용
스탠포드 대학 초대 총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대기를 서술하면서 시작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어렸을때 부터 분류학에 대해 어느정도 열정이 있었는지, 별자리를 분류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이름에 '스타'라는 별명이 생겼다는 점, 그리고 그의 열정이 물고기한테 까지 닿아 상당수의 어류를 발견하고 이름 지었다는 학문적 업적까지를 서술하고 있다.
이후 그의 연구가 인정받아 스탠포드 부부의 지원을 통해 초대 스탠포드 대학 총장을 지냄으로써 그의 학문적 업적이 대단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이후 책의 논조는 서서히 바뀌기 시작하는데, 가장 주된 내용은 '우생학'이다.
프랜시스 골턴이란 사람으로부터 우생학이 번지기 시작하면서, 인종차별이 과학적으로 정당하다는 생각이 퍼지기 시작한다. 데이비드 조던은 우생학의 열렬한 신봉자였다. 우생학은 이후 미국 흑인 여성의 낙태 문제 등 심각한 도덕적 문제를 야기했는데, 이를 지지한 데이비드 조던이 가졌던 과학적 태도와 신념은 과연 옳은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책의 제목이자, 작가가 마지막 일격을 날리는데, 어류라는 분류는 더 이상 분류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면서 이 책의 주제인 '카테고리화 하는 편견을 버려라'는 말을 함과 동시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업적 자체도 무의미함을 암시한다.
이는 약간 생소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우리는 파충류와 조류를 다른 종으로 보고 있지만, 연구에 따르면 그들은 '석형류'라는 한 종류라고 한다. 즉, 이책의 논법대로면 파충류와 조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기존의 어류도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해서 이 책엔 나와있지않지만 아마 어류의 상위종으로 물고기도 연구결과에 따라 묶일 가능성이 높다.
데이비드 조던은 평생을 어류를 분류하면서 종과 종 사이에 경계가 있음을 파헤친 사람이었는데, 그런 분류는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도 어류라 불리웠던 것과 유전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를 한다. 즉 카테고리란 인간의 편견이며,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에 자신이 양성애자인 것을 숨기지 않고 동성과의 결혼생활을 찬양하면서 책은 끝난다.
느낀점
우선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책이 상당히 흡입력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장르가 다중적이어서 결말을 예측하고 볼 수 있는 책이 아니라 읽는 내내 재미있었다. 그러나 그 재미는 사실 의도를 갖고 정확히 계산되어진 것이기도 한데, 계획한 것이 이렇게 잘 호응할 수 있다는데서 작가의 천부적인 재능이 엿보인다.
반면, 이 책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도덕적 짐을 지게 하는데, 바로 작가가 주장하는 류의 다양성에 의문을 갖거나 반대하게 되면 '너는 우생학이나 추종했던 쓰레기 과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 같은 놈이야'라는 논리 구조를 만들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 책이 비열한 이유다.
이 책은 스타 조던의 일대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 순서대로 언급하면서 군데군데 자신의 이야기를 삽입하고 있다. 혹자는 그래서 이 책이 일대기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고, 르포도 아닌, 말 그대로 제목과 같은 분류할 수 없는 책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어쨋든 챕터가 지나갈 수록 자신의 이야기의 분량이 조금씩 늘어나는데, 처음엔 자신이 이별의 상실에 쌓여있음을, 이후에는 자신의 이별이 자신의 외도로 비롯되었음을, 다음 챕터에서는, 그 외도가 동성과의 외도였고 이를 남편이 받아들이지 못했음을, 마지막엔 자신이 외도한 여성과 결혼하여 잘 살고 있다는 것으로 마무리 짓고 있다.
자신이 외도를 했음이 본질적인 문제임에도, 이를 동성과의 외도, 양성애자라는 다양성의 카테고리, 즉 현재 정치적 올바름에서 더 우선시되는 영역이라는 것을 내세우고 그 반대의 위치에 데이빗 스타 조던을 데려다 놓음으로써, 자신이 도덕적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사고를 하는 사람들, 즉 포스트모더니즘적 관점에서 보면 '과학적' 사실 또한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되는 것이기에, 스타 조던이 이룩한 업적을 우생학과 '어류'가 존재하지 않음을 언급하면서 별볼일 없었음을, 자신의 의도에 맞게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사람이 지금 자신의 동성애를 합리화하려고 쓴건가? 라는 의문이 들며, 작가는 악마적 구도를 통해 이를 변명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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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방법이 가장 잘 드러난, 가장 유명한 사건이 BLM 이다. BLM의 구조가 비열성을 지니고 있는 이유는, 그 구호 자체가 반대자에게 도덕적, 양심적 비난을 할 수 있게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
BLM시위가 촉발 될 때 그 흑인의 사망은 한 경찰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지만, 그것이 인종차별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아무도 조사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위는 발생했고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다. 폭동을 방불하는 이 시위에 폭력을 반대하거나, 아니면 인종차별적 성격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이 구호에 반대하게 되면, 그럼 너는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인종차별자네? 라는 도덕적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다.
즉, 이 시위에 동의 하지 않지만 평소에 인종차별이 나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이 시위를 반대하면 너는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인종차별주의자로 바로 프레이밍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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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스타 조던이 우생학을 신봉하였던 것과 그의 업적 자체는 구분되어야 한다. 이 책은 우생학에 굉장히 많은 분량을 쓰면서, 심지어 스타 조던과 관계 없는 우생학의 폐해까지 언급하면서 스타 조던의 평판을 깎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빛나고 있는 것은, 이 책 전반에 걸쳐 잘 설명되어있지만, 스타 조던의 과학적 탐구 정신이다.
이 책의 언급처럼 스타 조던이 문제가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스탠포드 대학 총장으로서 학교에 동상이 남아있는 이유는, 그 인생에 걸친 과학적 탐구 정신이 바로 대학이라는 곳이 기려야 될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책 뒷편에 작가 스스로의 모순으로 드러나는데, 작가는 다른 연구가의 입을 빌어 '어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전한다. 그러나 과학적 업적이란 퀀텀점프하지 않는다. 이 말은, 스타 조던과 같은 사람이 어류를 발견하였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의 연구로서 어류가 존재하지 않음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어류가 존재하지 않음은, 어류가 존재했음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선행되었기 때문이다.
즉 작가가 어류가 존재하지 않음으로 스타 조던의 업적이 무의미함을 암시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스타 조던 같은 사람이 선행하여 온 업적 위에 세워져있음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의 과학적 탐구 정신은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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