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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페미니즘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 오세라비 외

어빈2 2021. 8. 1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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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세라비, 김소연, 나연준
평점 6

개요
이 책은 3명의 공저자가 한 파트씩 맡아 쓴 페미니즘 책으로, 페미니즘의 실체를 폭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첫 파트는 원로 페미니스트인 오세라비가 담당한 부분으로, 한국형 페미니즘의 정의와 역사, 나아가 현재 어느 분야까지 진출하고 있는 지를 다루고 있다.

두번째 파트는 김소연 변호사가 대전 시의원 시절에 경험한 내용을 중심으로 국가기관과 여성단체 사이의 '페미 카르텔'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마지막 파트는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이용수 위안부 할머니 폭로 사건과 관련하여 주로 위안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내용
1장
오세라비가 쓴 파트는 한국형 페미니즘, K-페미니즘에 대한 개괄이다.

한국형 페미니즘의 뿌리는 586 운동권과 그 궤를 같이 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여성 국회의원들의 대부분이 NL계열 페미니스트들이기 때문에 NL과 동일한 반미, 반일, 친북 성향을 띄고있다.

1970년대 미국식 모델로 68혁명과 함께 태어난 현대 페미니즘은 급진성이 주류를 이루어 오늘날의 페미니즘이 되었다. 이는 여성학이라는 이름으로 1977년 이화여자대학교 교양과목으로 처음 한국에 들어왔다고 한다.

1987년 이후 좌파 여성단체들을 속속 설립하여 정치 투쟁에 몰두하였고 1999년부터 '부모 성 나란히 쓰기' 운동을 하며 페미니스트들은 넉자 이름 을 유행처럼 사용하였다. 이어 호주제 폐지를 어젠다로 들고 나와 2005년 그들의 뜻을 관철하였다.

이처럼 한국의 페미니즘은 기득권 여성을 위한 운동이었다.

상층부 엘리트 여성의 권력과 이익을 강화하고 극수소 여성들만 상층부 진출을 위한 유리천장 깨기에 주력한 나머지 나머지 대다수 여성들은 끈적한 마룻바닥에 위치해있다.

무엇보다 저소득층의 여성들이 직면하는 문제를 외면한다. 사실 이를 잘 나타내는게 '국회의원 비례대표 1번은 여성으로 한다'와 같은 정책인데, 국회의원 비례대표 1번을 할 정도의 여성이 과연 보호받아야 할 여성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 바로 전에 읽었던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라는 책이 갖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오류를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즉 페미니즘을 '양성평등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이다.

스스로를 남자 페미니스트라고 자칭하는 저자 박정훈은 그 책에서도 양성평등을 떠들고 있는데, 페미니즘은 남성중심, 남성지배적 문화를 전복하고 여성의 권한과 권익 강화를 위한 여성운동이다.

실제로 페미니스트들은 페미니즘이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운동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들은 양성평등 자체가 남성중심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즉, 여성착취를 정당화하기 위한 남성지배 문화에서 비롯한 것이며 애초부터 인간은 남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성소수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즘은 양성평등이 아니라 '성평등'을 지향하는데 사실 기존의 양성에 대한 개념을 해체한다는 데에서 페미니즘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았음을 잘 보여주는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할 수 있다.

1장에선 더 나아가 아이들의 교육 영역까지 페미니즘이 침범하여 아이들에게 젠더 감수성, 성인지 감수성 등 개념부터가 모호한 것을 가르치고 있으며 교사들도 대놓고 자신들이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는 등, 남자 학생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다.

또한 '자매애'를 강조한 페미니즘은 오히려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파시즘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페미니즘의 종교화, 이데올로기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장
김소연 변호사가 쓴 부분으로 김소연 변호사가 대전 시의원 시절의 경험담 위주로 되어있다. 정치에 뜻을 담고있는 변호사가 쓴 만큼 어느정도 편향성을 감안하고 봐야하는 챕터라고 할 수 있다.

이 파트에선 여성가족부의 예산에 기생하는 여성 단체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과 버무려서 설명하는데, 근거가 치밀하게 제시되어있진 않고 느낌 위주인 부분이 많다.

저자가 소개한 몇 가지 페미 카르텔의 부패상을 보면 이렇다.

- 피해자를 발굴하여 이슈파이팅에만 주목하는 여성단체
- 상담일지를 조작하고 상근근무 시간에 강의를 하러 가는 여성단체
- 토론회, 사업수주, 야유회 등 세금으로 일하는척 하면서 노는 여성단체
- 회전문 인사로 정부기관에 취업하는 여성단체
- 아무 의미 없는 '성별영향평가'
- 정부주관 양성평등 워크샵에 여성만 참여하는 현실
- 성매매는 불법인데 여성은 모조리 피해자
- 성매매 종사여성의 문신까지 세금으로 지워주는 나라

이런 여러가지 부분을 나열하고 있고 변호사 답게 법적 지식을 뽐내는 부분도 있다.

사실 이 파트에서 가장 괜찮은 부분도 본업에 충실한 변호사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증거재판주의, 무죄추정의원칙, 죄형법정주의 등 근대 법의 원칙들이 여성문제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3장
나연준 평론가가 쓴 파트로 짧지만 수준이 높다. 특히 문장력이 탁월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우선 한국의 위안부 문제는 민족주의와 페미니즘의 결합이 만들어낸 민족 자학성이라고 정의한다. 비극을 극대화하고 집단의 죄의식을 강요하여 이 흐름에 벗어나는 말을 하면 마녀사냥하는 문화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현재 램지어 교수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흐름을 통해 만들어진 위안부 서사는 이렇다.

위안부 서사의 기본구조는 순결한 조선의 처녀가 성노예로 끌려갔다는 비극,

긴 세월이 지난 후 자신의 상처를 직시하는 각성,

그리고 각성한 위안부가 일본정부를 상대로 투쟁하고,

마침내 투쟁에서 승리하여 배상과 사과를 받아내는 승리로 이루어진다.
p194


이 서사에 맞게 영화 <귀향>과 <아이 캔 스피크>, <허스토리>를 짧게 분석하고 있다. 이런 서사 구조는 대중들이 좋아하는 구조이긴 하지만, 문제는 정대협이 이 서사를 끝낼 생각이 없어보인다는데 있다.

또한 작가는 소녀상을 위안부 개인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위안부 서사에 대한 물화이자 토템이라고 비판한다. 이를 정의연 이나영 이사장의 발언을 들어 아주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정의연 이나영 이사장은 본인의 의도와 달리 소녀상의 기능을 아주 잘 설명했다.

"소녀상 옆자리 빈 의자에 가만히 앉아 보시라. 두 손 불끈 쥐고 발꿈치를 땅에 닫지 못한 소녀의 뒤에, 가슴에 희망 나비 한마리 품고 스러져가는 할머니 그림자를 응시해보시라. 식민지 위안소의 생존자가 할머니가 되어서야, 아니 죽어서야 비로소 최소한의 공감능력을 가진 청중을 만난 심정을 느껴보시라. 만일 울림이 있어, 단단한 가슴을 싸고 있는 껍질이 소리내어 깨지는 순간이 오면, 터져 나오는 울음에 오장육부를 마음껏 적셔 보시라. 책상에 앉아 손가락으로 익힌 우리의 재주가 얼마나 얄팍한 것이며 기만적인 것인지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동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비극적 위안부 서사에 몰입하고 그 '한'에 감응하여 마침내 오장육부를 눈물로 적셔야 한다는 주문이다. 바로 이것이 소녀상의 주된 기능이다.
p 204


작가가 여기서 지적하는 위험성 또한 탁월한데, 오히려 위안부 각 개인을 위안부 서사에 묶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쟁을 하는 위안부도 있을 것이고 보상금을 받고 조용히 살고 싶은 위안부도 있을 것이며, 빨리 잊혀지기를 원하는 위안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안부 서사에 몰입되어 버리면 투쟁하지 않는 위안부들의 자발적인 모든 선택의 기회를 차단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절대로 수많은 위안부의 실존을 단일한 위안부 서사에 가두지 말아야 한다.

강요된 기억은 또 다른 망각이기 때문이다.
p 207


이어 작가는 이용수 정의연 폭로 사태 이후 여성계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치면서 피해자들의 증언이 바로 사실이라는 토대 아래 이용수를 투사로 내세웠던 그들이 이용수 폭로 이후 기억이 이상한 노친네처럼 취급하는게 웃프다는 것이다.

공론장에서 조증과 울증을 반복하는 행태야말로 한국 지식인 사회의 난치병이자 전염병이다.

여성계는 여기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없는 부류다.
p218


느낀점
3 명의 공저자가 있는 책이기 때문에 각 파트별 수준이 다르다.

첫 파트는 한국형 페미니즘에 대한 개괄이 잘 설명되어있지만 구성이 조금 난잡하고 비문이 종종 나온다. 두번째 파트는 경험에 의존한 데다가 작가의 극단적인 표현이 드러나는 점에 있어서 책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부분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번째 파트는 짧지만 참으로 탁월한 문장력이 느껴졌는데, 한국 위안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문제를 아주 정화하게 지적하고 있었다.

이 책은 평소에 정치나 이념에 관심이 많은 사람, 특히 한국의 좌익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책 첫 페이지부터 운동권, 주사파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이에 대한 면역이 없는 사람이 첫 페이지를 접했을 때 드는 생각은 "아 또 색깔론이야?"일것 같다. 물론 사실을 언급하는 것이지만 이미 받아들이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사고방식의 저변에는 이미 주입된 사고방식이 있어서 어떤 식으로 아이스브레이킹이 되어야 하는지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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