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책

[책리뷰] 골드바흐의 추측 - 아포스톨로스

어빈2 2024. 5. 27. 00:18
728x90
반응형

 

 


저자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평점 6

개요

그리스의 소설가 아포스톨로스 독시디아스의 소설로 수학사에 유명한 난제이자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은 문제인 '골드바흐의 추측'을 두고 한 수학자의 삶을 그리고있다.

아포스톨로스 본인이 수학자 출신이기도 해서 수학자가 어떤 삶을 사는지를 관찰자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으며,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내용

아버지로부터 늘 은둔한 삼촌의 험담만 듣고 살았던 나는 왠지 모르게 삼촌이 밉지 않았다. 

 

그러던 중 삼촌에게 온 편지를 보고 삼촌이 수학계에서 이름 꽤나 알리던 사람인 것을 안 나는 삼촌을 찾아가 여러 대화를 나눈다. 수학에 흥미를 보였던 나는 삼촌에게 수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는데, 삼촌이 내가 수학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 문제를 하나 낸다.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세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를 증명해봐라.

 

그러나 나는 이 문제를 결국 풀지 못했고 삼촌을 볼 낯이 없어 조용히 일반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기숙사 룸메이트는 수학을 전공하는 동급생이었는데, 그 친구가 삼촌이 낸 문제를 듣고 이는 수학계의 유명한 난제인 '골드바흐의 추측'이라고 알려주며, 이런 문제를 낸 삼촌은 비겁한 사람 아니냐는 비판을 한다. 

 

화가 잔뜩 난 나는 삼촌을 찾아가는데, 삼촌은 오히려 이 문제를 다루는 나의 태도, 즉 몰랐으면서도 물어보지 않고, 쉽게 포기하는 태도가 수학자에게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수학자가 될 자질이 없다면서 나를 질책한다. 

 

그러나 그 이후 나는 삼촌과 친해지면서 삼촌을 이해하게 되고, 삼촌이 왜 은둔생활을 하는지 삼촌에 대해 듣게 된다. 

 

삼촌은 원래 그리스의 매우 촉망받는 천재 수학자였는데,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기 위해 그의 젊은 시절을 모두 투신하게 된다. 그러나 다른 수학자와의 교류를 꺼리고 인류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자신의 명예를 위해 자신이 무엇을 연구하는지 비밀로 하고 혼자 연구하는데, 결국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데 실패한다. 

 

골드바흐의 추측을 연구하면서 부차적으로 얻게 된 다른 정수론에 관한 정리도 발표하지만, 이미 그가 다른 수학자들과의 교류를 끊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이 그 정리를 발표함을써, 1등만 기억하는 수학계에서 삼촌의 업적은 無가 되었다. 

 

그 이후 교수를 그만두고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삼촌과의 관계를 유지하던 중 삼촌이 드문드문 보이는 열정과 그 속에 숨어있는 폭력성, 광기를 본 나는 삼촌을 변화시키기 위해 그가 골드바흐의 추측의 증명에 실패했음을, 그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추궁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깨달음을 다시금 얻은 삼촌은 식음을 전폐하고 다시금 골드바흐 추측에 도전하게 된다. 

 

삼촌과 연락이 안되던 어느날 전화 소리에 삼촌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왔다. 

 

'골드바흐의 추측 증명을 이해할 수 있는 두 명의 수학자를 급히 좀 데리고 와달라'

 

삼촌이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했음을 알리는 소리에 나는 급히 삼촌을 찾아 가지만, 이미 삼촌은 사망한 상태였다. 


느낀점

이 책엔 가상의 인물인 삼촌 페트로스를 제외하곤 실존했던 수학자들이 많이 나온다. 괴델, 튜링 등...

 

그들이 발견했던 다양한 수학적 증명들을 소설적으로 잘 녹여내어 설명하고 있으며, 삼촌의 삶을 그림과 동시에 드문드문 천재 수학자들의 삶의 곁가지들도 얹고 있기에, 이 책은 수학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좋은 책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론 그들이 발견한 이론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등은 따로 찾아볼 정도로 흥미있는 부분이었다. 특히 <불완전성 정리>는 케네스 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와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재미있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 책이 청소년 도서라는 점이다. 

 

인간이 신의 영역에 발을 디딜 때, 분명 진리를 알게 되겠지만, 동시에 육체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그에게 안배된 것은 '죽음'뿐이라는 것이 인류사의 또 다른 진리이다.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에서도 동일하게 다루고 있는 주제이기도 한데, '금각'이라는 이데아적 美에 심취한 주인공이 신의 영역과 세속의 영역을 동시에 얻지 못한 채 인생을 방황하고, 결국 트라우마가 된 '금각'을 불태워버리는 결정을 한 것. '달'로 형상화 된 미술의 궁극적 아름다움과, 동시에 인간이기에 육체에서 오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6펜스'로 비유된 세속이 부딛히면서 결국 어떤 파국이 벌어지는가. 

 

골드바흐의 추측은 동일하게 '수'라는 개념, 이데아에 가깝다고 여겨진 신의 언어를 탐구하고자 한 인간의 과학정신이 결국 인간이길 포기해야만 도달할 수 있다는 내용을 청소년 스럽게 다루고 있다. 

 

이 말은, 즉 육체에서 오는 한계, '성욕'에 대한 부분을 거세했다는 뜻인데, <달과 6펜스>는 주인공의 도달하려고 하는 신의 영역과, 동시에 자신의 뒷다리를 붙잡고 있는 성욕을 다루기 위해 주변 사람들 모두가 파멸하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골드바흐의 추측보다 훨씬 디테일하고 추악하며, 동시에 뼈저리는 느낌을 받게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동시에 이 책이 표방하고 있는 '수학자의 삶'을 잘 보여주는가에 대해서는 마치 마블이 영화 만들 때 '데어데블'과 '데드풀'은 19세로 만들지 않으면 온전히 표현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처럼, 전체이용가이기 때문에 오는 한계가 뚜렷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