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프랑스] 파리(2022) - 2일차 개선문/콩시에르주리/생샤펠

어빈2 2024. 3. 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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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이 푸르르기만 한, 마치 추상화를 보는 것과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일어났다. 저런 하늘을 볼 때면 하늘과 건물 사이의 경계가 위화감이 들 정도여서 마치 달리 그림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동시에 한국에서 저런 하늘을 본게 참 드물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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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렌에서 올려다본 하늘, 숙소 근처의 역

 

 

둘 째 날 계획은 개선문과 에펠탑을 보고 그 사이에 파리 시티투어같은 버스를 타면서 여러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 숙소 쉬렌에서 버스 타고 큰 공원을 지나면 바로 내려주는 첫 번째 관광지 개선문으로 향했다. 

 

에투알 개선문은 거대한 로타리 가운데 우뚝 서 있는데, 저기로 가려면 지하도로로 가야한다. 또한 일정 돈을 내면 올라갈 수 있는데, 뷰가 나쁘지 않다. 

 

개선문 로터리를 둘러싸고 방사형으로 도로가 되어있는데, 1836년 완공된 개선문은 시대가 시대인지라 혁명의 파리를 겪었고 나폴레옹 3세 때 각지의 혁명을 쉽게 진압하기 위해 직선으로 쭉 뻗은 도로로 만들었다는 야사가 있다. 당시 혁명들이 프랑스의 골목 골목을 가구 등으로 바리게이트를 치고 농성했던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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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바라보니 저 멀리 에펠탑이 보이는데, 옆엔 화재가 났는지 연기가 자욱하다. 개선문을 올라갈 때는 나선형 계단을 쭉 올라가면 된다. 그렇게 높진 않다. 

 

당시 파리에서 음바페의 인기는 꽤 좋았는데, 그래서 지하철 거리마다 음바페를 광고모델로 한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안경 끼고 있는데 꽤나 어울리긴 한다.

 

 

 

그리곤 에펠탑으로 향했다. 물론 걸어서. 

 

에펠탑은 멀리서 보면 분명 거대하고, 특히 높은 건물이 없는 파리 관광지구에선 랜드마크지만, 가까이서 봤을 땐 조잡한 철골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모파상이었나? 그 사람은 에펠탑을 보기 싫어 늘 에펠탑 안에서 식사를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파리지엥들이 흉칙한 철골 구조물에 대한 많은 반발심을 갖고 없애버리려고 했다는데, 어쨋든 지금은 파리를 상징하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근데 개인적으론, 파리 사람들은 여전히 싫어할 만하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가까이 가서 보면 별로 안이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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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렇게 사진 찍는다

 

 

이쯤되니 배도 고프고 해서 길거리 음식을 사먹었다. 파리엔 길거리 음식으로 크레페와 기로스 또는 케밥으로 불리는 먹거리가 주를 이루는데, 크레페는 그냥 크레페스럽고, 기로스는 정말 먹을 만 하다. 거대한 돼지고기 케밥을 그리스식으론 기로스라 부르고 터키에선 케밥이라 부르는듯 하다. 

 

 

 

파리의 빅버스를 타고 파리 시내를 한바퀴 돌았다. 왠만한 유럽 관광도시에는 빅버스가 있는데, 일정 루트를 계속 도는 2층 버스이다. 하루 이용권을 사면 빅버스 정류장 어디에서든 계속 탈 수 있는데, 글래스고랑 에딘버러에선 분명 재미를 봤지만, 파리같은 관광객이 많은 곳에선 한번 내렸다가 다시 타는게 쉽지 않다. 줄이 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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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돌다가 시테섬의 노트르담 성당을 보기 위해 내렸다. 

 

노트르담 성당은 2019년 화재로 인해 많이 소실되었는데, 다행히 복구 작업을 계속 하고 있었다. 다만 내부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다행히 2024년 12월에 다시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복원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볼 만 하다. 

 

 

시테섬 안엔 다양한 관광지가 있는데 그 중 와이프가 보고싶어 했던 생샤펠을 보러가기로 했다. 그런데 생 샤펠 바로 옆에 콩시에르주리가 있었고 콩시에르주리를 먼저 가보기로 했다. 계획엔 없었지만 내가 언뜻 가보고싶다고 생각했던 곳이기도 했다. 

 

콩시에르주리는 원래 6세기에 세워진 왕의 거주지이자 왕권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이후 14세기 말 왕이 거주지를 옮기면서 콩시에르주리는 감옥으로 재정비된다. 그리곤 프랑스 대혁명시기 혁명 재판소로 바뀌게 되고 수감되었던 가장 유명한 죄수는 마리 앙투아네트이다. 

 

콩시에르주리 안에는 태블릿pc를 이용하여 내부를 관광할 수 있게 해놨으며 각 지역마다 태블릿이 가상현실로 어떤 공간으로 사용되었는지를 잘 보여줘서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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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시에르주리를 보면서 의외로 놀랐던 것은 프랑스 혁명에 대한 파리의 기억이었다. 감옥으로 쓰였던 이 장소에선 곳곳에 혁명의 광기로 인한 피해자들을 기리는 뉘앙스가 풍겼는데, 혁멱의 이면을 파리는 제대로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안쪽에 일종의 디지털 모뉴먼트가 있었는데, 벽에 빼곡하게 혁명 때 무고하게 죽었던 귀족들, 지식인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앙투아네트가 어떻게 수감되고 사형장으로 끌려가기 전에 어떤 모습을 지녔는지를 태블릿 pc를 통해, 그리고 내부의 다양한 그림들을 통해 기리고 있었다. 

 

혁명의 희생자였던 앙투아네트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엔도 슈사쿠의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소설이 참으로 괜찮다. 위대한 어머니이자 프랑스를 걱정했던 왕비였으며, 나약하고 철없던 소녀가 어떻게 위대한 인간으로 스러지는지를 잘 그린 소설이다. 

 

이후 바로 옆 건물인 생샤펠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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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샤펠 외부 모습과 내부

 

 

생 샤펠(Sainte - Chapelle)은 14세기 지어진 성당으로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처음에 표를 끊고 들어가면 아랫층으로 안내되는데, 아랫층에서 좁은 통로를 타고 올라가야 스테인드 글라스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몽마르트 언덕의 사크레쾨르 성당을 보러 갔다. 

 

가는 길에 생미쉘 거리 안에 파리바케트 파리 1호점이 있어서 기념 사진을 찍어봤다. 이 지점은 예전 2016년에 왔을 때도 있었던 곳인데, 당시 현지투어를 하던 가이드가, 아마도 파리 유학생인거 같았는데, 뭐 파리사람들은 아무도 여기를 안간다는 식으로 본인이 파리바게트를 폄하하였었다. 다들 웃고 말았지만...

 

한국의 기업이 파리바게트란 이름을 달고 파리 한가운데 가게를 세운다는 것은 사실 매우 놀라운 일이다. 특히나 빵에 진심인 파리 사람들로부터 뭐 어느 정도의 선택을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가게를 한다는 것은 칭찬해줄만한 일이다. 아마도 SPC의 꿈이 아니었을까? 한낯 가이드가 우스갯 소리로 폄하할만큼 낮은 수준의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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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트 앞에서, 시테섬 노트르담을 바라보며

 

 

몽마르트 언덕의 중간까지는 꽤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되며, 그 위로는 케이블카 같은게 있어서 보다 편하게 올라갈 수 있다.

 

몽마르트 언덕은 파리에선 가장 지고가 높은 곳으로, 사크레쾨르 성당 앞에선 파리의 전경을 볼 수 있다. 또한 몽마르트 언덕의 골목 골목은 기념품 파는 곳도 많고 분위기 좋은 카페도 많다. 전에 지나가다가 프랑스의 문호들이 자주 왔던 카페가 저기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는데, 우리는 시간이 시간인지라 어딜 가진 않고 내려왔다. 

 

사크레쾨르 성당 앞에선 누군가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역시 거리에 음악이 넘치는 파리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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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개선문으로 왔다. 2016년엔 개선문과 에펠탑 사이의 샹들리제 거리를 제외하곤 모든 상점들이 저녁엔 문을 닫아야되는 법이 있었다. 그래서 밤이 되면 샹들리제 거리를 제외하곤 문을 연 가게들이 없었는데, 그 법이 없어졌나? 여튼 보다 자유가 보장된 파리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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