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프랑스] 파리(2022) - 1일차 오르셰/앵발리드/로댕박물관

어빈2 2024. 2. 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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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년 전 여행이지만, 그리고 게으름 때문에 차일피일 미뤄놓은 여행기지만, 그래도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기에 블로그에 써본다. 
 
2022년 9월 24일부터 10월 2일까지 9일 간 유럽 여행을 갔다.
 
지금은 와이프인, 당시엔 여자친구가 독일로 3년 가까이 유학을 갔기에, 거의 1년 동안 만나지 못했고, 그래서 유럽 여행 겸 얼굴을 보기로 했는데, 독일에서 만나진 않고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로마를 가기로 했다(와이프는 지금도 유학중이긴 하다)
 
그 전 직장이었던 시민단체에서 연차를 조금 유연하게 쓸 수 있는 회사로 이직을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다가, 시기가 도래했을 때 주저하지 않고 여행을 가기로 했다. 
 
여자친구는 먼저 출발해 런던 여행 후 파리로 오는 일정이었고 나는 바로 파리로 날아갔다. 
 
코로나 끝나고 여행이 풀린지 얼마 안됐던 시기라 파리 시내의 저렴한 숙소를 찾을 수가 없었는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파리 외곽 쉬렌이란 곳의 거의 뭐 도요코 인보다 더 작은 호텔을 숙소로 잡았다. 체크인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서 일단 파리 시내에 내니백을 통해 짐을 맡기고 관광을 하기로 하였다. 
 
파리 지도를 보면 알지만, 파리의 관광지는 대부분 걸어서 이동할 수 있을정도의 거리, 멀어도 지하철 몇정거장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우리로 치면 관광객들에게 파리란 서울 4대문 안 정도이다. 그래서 파리 시내의 숙소가 비싸다면, 그 외곽에 숙소를 잡는 것도 괜찮은데, 북서쪽에 라데팡스가 꽤나 번화해서 유명하다. 쉬렌은 별거 없다. 굳이 숙소를 잡는다면 서쪽이 좋다고 생각되는데, 왜냐하면 대부분의 파리 시내 관광지가 중앙과 서쪽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내니백(nanny bag)은 일종의 코인락커 공유 플랫폼이다. 실제 코인락커는 아니고 마치 에어 비앤비처럼 일반 바(bar)나 식당의 남는 공간에 케리어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유럽의 경우 내니백에 등록되어있는 곳이 많아서 써보면 유용하다.
 
내니백 가게가 루브르 박물관 뒷편 '생 제르망 록세루아'라는 교회 옆에 있어서 거기서 여자친구를 기다렸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 근처에서 처음 만났을 때 기쁨이란...근데 1년만에 만난거 치고는 마치 엊그제 만났던것 처럼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여자친구는 살이 좀 찐거같았다ㅋㅋㅋ
 

생 제르망 록세루아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지만, 오히려 시원하니 관광하기엔 좋은 날씨었다. 짐을 맡기고는 오르셰 미술관으로 이동했다. 2016년에 파리에 왔을 때 오르셰 미술관을 가지 못한게 참 후회가 됐기에, 여자친구에게 오르셰 미술관을 가고싶다는 얘기를 미리 했었고, 어처피 계획은 여자친구가 짰기에, 여자친구도 오르셰 미술관을 관광지로 염두해 두고 있었다. 
 
파트너가 J라면 P인 내가 할 일은 그저 짠 계획에 충실할것 뿐이다. 그리고 계획을 짤 때 내가 가고싶거나 먹고싶은 곳을 몇개 추려서 이것도 스케줄에 넣어달라고 숙제를 주면 나쁘지 않은것 같다. 서로 반대는 그것이 보완적일 때 비로소 완전해지는 법이다. 
 
가는 길에 루브르 박물관 옆 맥도날드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오르셰로 출발했다. 오르셰는 루브르에서 세느강을 건너가야 있다. 
 

세느강과 루브르

 

오르셰 미술관 입구

 
 
오르셰미술관은 원래 기차역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그러나 승강장으로서는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1973년 폐역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리모델링을 시작해 1986년 재개장 했다. 19세기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많으며, 사실 미술을 잘 모르는 나도 교과서에서 봤을 법한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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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셰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이름은 잘 모름 ㅋ)

 
 
오르셰 미술관에서 또 유명한 곳은 시계탑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여기 사람들이 줄을 상당히 많이 서있는데, 다들 이런 사진을 찍으려고 서있는 것이다.
 

 
 
오르셰를 떠나 앵발리드로 가는 길에 점심을 먹었다. 늦은 점심이었고, 그냥 구글 맵에 평점 좋은 곳 찾아 들어가서 먹었다.
 

 
 
앵발리드는 프랑스에서 군사적인 업적을 가진 사람들의 일종의 추모공간 또는 현충원 같은 곳이다. 그래서 여기 묻혀있는 장군들이 꽤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하진 않다(미셸 네 같은?)
 
그러나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이 곳이 내가 2016년에 왔을 때 못가봐서 정말 아쉬웠던 곳이라는 것이고, 그 이유는 바로 나폴레옹이 여기 묻혀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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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발리드의 전경과 나폴레옹 관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로 로댕 박물관을 갔다. 사실 로댕박물관이 일정에 있진 않았지만 근처에 있어서 갔다왔고 입장료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워낙 교과서 등에서 많이 봐와서 사실 크게 놀랍지는 않았는데, 오히려 깜짝 놀랐던 것은 로댕의 작품 뿐만 아니라 고흐의 작품도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떡하니 있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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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저 작품은 <탕기영감의 초상>이란 작품으로, 중요한 것은 탕기 영감이라기 보다 탕기영감 뒤에 있는 배경이다. 배경을 보면 후지산, 일본의 마을 등 우키요에가 잔뜩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당시 유럽을 휩쓸었던 자포니즘이 얼마나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로댕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짐을 찾아 콩코드 광장 쪽으로 걸어왔다. 왜냐하면 숙소로 가는 버스가 콩코드 광장에 있어서...쉬렌으로 가는 길은 볼로니으 삼림 공원을 가로질러 가야되는데, 교통이 불편하진 않다. 버스로는 30분 정도 걸린다. 
 
콩코드 광장을 지나다 보면 아주 중요한 동판이 바닥에 있다. 보통 사람들은 콩코드 광장의 오벨리스크에 눈을 빼앗기기 마련인데 그러지 마시라. 콩코드 광장 가운데를 보면 황금색 동판에 새겨진 글을 볼 수 있다. 물론 불어로 쓰여있어서 해석하긴 어렵지만 아는 이름을 하나 볼 수 있다. 
 

콩코드 광장 한 가운데 바닥에 있는 동판

 
 
간단히 해석하자면, 1793년 루이 16세와 그의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당한 곳이란 뜻이다.
 
이후의 여행기에도 언급하겠지만, 프랑스 혁명의 기존 관점은 늘 '상찬'되어왔다는 것이다. 자유/평등/형제애라는 이름으로 혁명은 마치 광주민주화운동처럼 성역화 되어있는데, 내가 파리에서 느낀 바로는,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을 해석하는 새로운 조류, 즉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그러나 아무것도 바꾼 것이 없는 피투성이 혁명이었다는 것이 프랑스 사학계에 고개를 쳐들고 있는 주장이고, 이후 돌아본 프랑스 혁명에 관련된 유적에서 느낀 바로는, 적어도 파리는 프랑스 혁명의 치명적 단점이 존재했음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통념은 우리나라에서 조차 많이 바뀌었을 정도로 지금은 환기되었는데, 민비가 명성왕후가 됐다가 지금은 다시 민비로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리 앙투아네트는 천하의 몹쓸년에서 지금은 프랑스 혁명이란 광기의 마녀사냥 희생자로 기억되고 있다. 
 
실제로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씌여졌던 국고 탕진 등의 수 많은 죄는 혐의가 없음으로 밝혀졌고, 프랑스 혁명 세력들은 기어이 마리 앙투아네트를 죽이기 위해 그녀가 9살 난 아들과 상간했다는 죄목으로 단두대로 보내버렸다. 그 당시 재판 기록들이 남아있는데, 심지어 9살난 아들과 상간했다는 그 죄목조차 따박따박 반박당해 앙투아네트를 심판하던 사람들이 쩔쩔매던 기록들이 남아있다고 한다. 
 
혁명은 늘 그렇다. 부조리를 타파해야된다는 그들의 신념 근저에는 세상을 부숴버리겠다는, 질투와 르상티망만이 있을 뿐이고, 이는 늘 무고한 이들의 피를 부르기 마련이다. 
 
파리 첫날에 안녕을 고하며, 숙소 쉬렌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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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렌의 거리와 안녕 에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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