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책

[책리뷰] 경쟁은 아름답다 - 신중섭 外

어빈2 2023. 3. 4. 14:25
728x90
반응형

 


저자 신중섭, 복거일, 김광동, 김영용, 김이석
평점 7

 


개요


5명의 저자가 쓴 에세이를 한데 모아놓은 짧은 책으로, 경쟁이 어떻게 도덕적으로 정당화 될 수 있는가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철학 교수인 신중섭은 철학적 관점에서 경쟁을 분석하고 있으며, 소설가 복거일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경쟁을 분석하고 있다. 김광동 교수는 정치에 있어서의 경쟁을, 김영용 교수는 경쟁이란 개념의 오용에 대해 분석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김이석 박사는 경쟁과 기업가 정신을 연결하여 분석하고 있다.

 


내용


책의 내용은 앞 저자 서문에 매우 잘 나와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하는 것으로 갈음하려고 한다.
 
1. 철학적 관점에서 본 경쟁
 
근대 이후 철학자들이 어떻게 경쟁을 이해하고 해석했는가를 살펴보았는데, 특히 계몽주의 시기의 철학자인 칸트의 '반사회적 사회성'에 주목하여 타고난 능력을 발전시키고 자연적 게으름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메커니즘으로서 경쟁에 주목하였다. 
 
칸트는 겉으로 부정적인것 처럼 보이는 경쟁을 역사철학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근대 상공업과 시장 발전의 원동력으로 파악하였다. 
 
나아가 경쟁이 없던 원시시대에 대한 동경을 분석하면서 경쟁 없는 사회에 대한 동경이 현실에서 발현되는 것이 얼마나 무지하고 무모하며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2. 진화의 관점에서 살핀 경쟁
 
경쟁은 둘 이상의 개체들이 동시에 같은 자원을 얻으려고 애쓰는 상황이며, 이는 개체들의 생존과 생식에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생물종의 본질이 경쟁이며, 현재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자연의 결과가 곧 경쟁의 결과라는 것이다. 인간 뿐만 아니라 밖에 자라고 있는 풀, 날아다니는 새 등 모든 동식물이 사실은 경쟁의 결과다. 이를 전제로 사회, 정치, 소득양극화, 평등주의 등을 분석하고 있다. 
 
시장이 자연에서의 경쟁과 무엇이 다른가도 분석하고 있는데, 자연에서의 경쟁에서 패배한 개체는 도태되지만, 시장은 정태적으로 시장에서의 패배를 뜻할 뿐 동태적으로는 혁신과 발명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3. 정치적 경쟁이 만드는 민주주의 성숙
 
경쟁과 정치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정치에 있어서 경쟁이 민주주의를 성숙시킨다는 주장이다. 경쟁이 없으면 선택도 없기 때문에 경쟁이 없다면 선택이 없는 전체주의 사회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4. 경쟁의 의미와 기능
 
인간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의 행복 수준을 높이기 위해 소유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경쟁은 이런 효율적 자원 활동을 촉진하며, 이 과정에서 시장의 발견이 이루어 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5. 경쟁과정과 기업가 정신
 
과정으로서의 경쟁과 상태로서의 경쟁을 구분하고 있으며, 기업가 정신이 발현되기 위해 과정으로서의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느낀점


짧고 작은 책이라 읽는데는 시간이 들지 않지만, 5명의 저자가 썼기 때문에 챕터별 수준이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가장 긴 파트인 복거일 작가가 쓴 '진화의 관점에서 살핀 경쟁'은 어찌보면 상당히 논쟁적일 수 있는 서술이면서 동시에 진화론이라는 생물학을 경제학과 접목시켜 놨기 때문에 어려운 개념들도 등장한다. 
 
반면 '정치적 경쟁이 만드는 민주주의 성숙' 파트의 경우는 상당히 이상적인 이념을 서술해놓은 파트로, 현실 사회에서 구현되기 어려운, 꿈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책에서 가장 큰 소득이었던 부분은 '완전경쟁시장'에 대한 새로운 이해였다. 
 
경제학과 1학년 수업에서 가장 처음 배우는 것은 '완전경쟁시장'이다.
 
완전경쟁시장이란 시장에 경쟁이 극에 달해 공급자의 공급량 변화가 더 이상 가격에 영향을 주지 못하며, 수요자는 모든 정보를 비용없이 알고 있는 상태라는 서로가 가격 수용자임을 전제한 균형을 표시한 모델인데, 이 모델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는데 있다.
 
그러나 이를 배우는 이유는 하나의 지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분석에 용이하기 때문인데, 왜냐하면 어떤 시장이던 자유로울수록 완전경쟁시장과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완전경쟁시장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라보는데, 왜냐하면 완전경쟁시장이 단어에는 '경쟁'을 포함하고 있지만 정작 경쟁이 포함되어있지 않은 모델이라는 것이다. 완전경쟁시장은 경쟁이 극에 달아 더 이상 경쟁이 없는 모델을 뜻하는데, 그래서 공급자가 시장의 균형을 깨기 위해 가격이나 품질에 다양성을 주거나, 소비자의 정보불균형 등이 전혀 반영되어있지 않으며, 가장 중요한, 기업가의 역할이 나타나있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은 시장의 발견 과정이다. 이 말은 우리가 더 이상 경쟁이 없는 극한의 상태를 가정한다 하더라도 경쟁은 그 균형 깨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경쟁이 없을 것이라 가정하는 시점의 우리의 지식은 완전하지 않으며, 앞으로 일어날 일은 경쟁을 통해 새로운 지식이 발견되는 과정이란 뜻이다.

즉 경쟁이 자유로워야 공급자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시장에 충격을 주거나 아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이익을 얻으려고 하며, 소비자는 긴 시간을 들여 같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고 한다. 시장의 본질이 경쟁인 것이다. 그런데 완전경쟁시장 모델은 경쟁을 상태로 보고 과정으로 보질 않으니 도무지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
 
경제학을 배우면서 가장 의문이었던 것은 바로 '기업가'라는 함수가 완전 배제되어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기업가와 기업은 경영학에서 배우는 분야라 경제학에서 주로 다루지는 않는다고 쳐도, 동일한 자본과 노동이 투입되었을 때 산출이 주어진다는 식의 경제학의 분석은 분명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다.
 
예를들어 간단한 수요공급 모델을 분석한다고 쳐도, 그 클래스의 교수와 학생들 각자에게 동일한 자본과 노동을 주고 기업을 해보라고 했을 때 우리는 똑같은 산출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모험심과 리스크를 즐기는 학생은 보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고, 교수가 오히려 가장 나쁜 결과를 낼 수  있다. 교수들이 기업을 하면 죄다 말아먹는게 일종의 공식이니까.
 
즉 같은 자본과 노동을 투입했을 때 정해진 값의 산출이 주어진다는 가정이 간과하는 것은, 자본과 노동이 얼마나 투입되었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핵심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경제학은 이를 다루고 있지 않다. 
 
완전경쟁시장이란 모델을 통해 경쟁을 과정이 아니라 하나의 상태로 이해하기 시작한 현대 주류 경제학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이 책의 주장을 통해 새로운 배움을 얻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