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책리뷰]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 박성현

어빈2 2023. 2. 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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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성현
평점 7

 


개요


이 책은 개인이 떼와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지를, 앞으로 대한민국이 '개인'이란 화두를 중심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밝히고 있는 책이다.

 


내용


총 6챕터이며 앞 3개의 챕터는 개인의 탄생을, 뒤 3개의 챕터는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적고 있다.

프롤로그
개인과 개인주의가 무엇인지, 현대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가짜 개인주의는 무엇인지 밝히고 있다. 특히 가짜 개인주의에 대한 작가의 설명이 재미있으면서도 소스라치게 와닿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자유, 권리 웰빙에 대한 욕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착각이 힘을 얻어 사회 전체의 풍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를 가짜 개인주의라고 부른다.

'나'의 권리와 자유를 최대한 키워서 '내' 방식대로, '내' 맘대로, '내' 욕망대로 사는 것이 최고의 목표라고 생각하는 풍조이다. 그리고 그 목표는 물건으로 나타난다.

아파트 평수, 통장에 찍힌 돈, 입는 옷, 몰고 다니는 자동차...인생이 아파트, 통장, 옷, 자동차로 환원될 수 있다고 믿는 '착각'인 것이다.

p 20


심지어 가짜 개인주의는 더 많은 자유, 권리, 웰빙에 대한 강박이 결국 나를 피폐하게 만들어 자아를 죽이게 되는 자아를 거부하는 상태의 다름아니며, 이는 개인을 만드는 것이 아닌 떼를 만드는 태도라고 한다.

그럼 작가가 주장하는 진짜 개인주의는 무엇일까?

훌륭한 자아란 무엇인가? 훌륭한 개인이란 무엇인가? 개인됨이란 무엇인가? 이 화두를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고 고민하는 사람이 진짜 개인주의자이다.

1. 없애야 할 존재
역사적으로 개인이 없애야 할 존재였다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서양에서 개인의 뿌리가 예수이며 이후 얀 후스의 화형에서 루터의 종교개혁까지 이어지는 개인 탄생의 계보도 소개하고 있다.

떼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권력 그 자체이며 그들만의 논리로 무장하였으며 질투를 원동력으로 한 떼야 말로 개인주의자들이 항용 의심하고 경계해야되는 존재들임을 말한다.

2. 개인의 조건
개인은 곧 자아이기에 세상과 개인 사이의 건강한 긴장관계가 개인 탄생의 조건이었음을 말한다. 르네상스의 시작과 더불어 싹트기 시작한 자아가 프랑스 혁명 직전까지 270년간 위대한 승리를 이어갔다한다.

3. 유럽인의 족보
1415년 얀 후스의 화형부터 1632년 갈릴레이의 <두 개의 주요 세계관 사이의 대화>의 출간까지가 기독교 사상 내에 내재되어있던 개인이 기독교 내부의 모순을 견디지 못하고 분출해온 시기라고 한다.

이후 각성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우리가 알고있는 거인들 바흐, 헨델, 로크, 흄, 아담스미스, 데카르트, 볼테르, 루소, 뉴턴, 렘브란트 등 모두 이 때 나온 사람들이다.

그러나 1789년 각성의 시대가 끝나고 혁명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개인은 죽기 시작한다.

1789년 프랑스 혁명과 이후 26년간의 나폴레옹 체제를 지나면서 근대 국가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세상과 개인의 긴장 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혁명의 끝자락인 1815년부터 1차 세계대전이 터진 1914년까지 100년동안을 작가는 100년의 타락이라 부르는데, 세상과 자아 사이의 긴장관계를 국가, 민족, 계급 사이의 긴장이 대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차 대전과 2차대전, 공산주의라는 백년의 타락의 결과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철저한 개인됨이란 곧 '진실에 대한 열망'에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4. 천년의 운명
진실에 대한 열망이 한국 사회의 문화가 될 수 있을까를 논증하는 파트이다. 우리 조상들이 천년이 넘는 기간동안 일부러 한반도 안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그 대가로 중국이란 재앙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았다. 천년의 긴장 속에서 인간 내면의 독립성을 확보한 것이야말로 한국이 진실에 대한 열망을 문화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5. 샌델과 아오마메
샌델의 논문 <절차 공화국과 고삐풀린 자아>를 통해 샌델이 현대 개인주의 사회에 가지고 있는 의문을 소개한다. 예전에는 공동체 차원에서 공유하는 훌륭함과 사악함이 있었지만 현대에는 오직 개인의 권리만 내세우고 철차적 정당성만 따지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해결 방법으로 유대와 연결을 주장한다.

그러나 참된 개인주의자는 샌델과 동일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긴 하지만 다른 해결법을 주장한다. 바로, 오히려 더욱 철저하게 개인됨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진실에 대한 열망'이 문화가 된 사회에서 가능하다.

6. 개인의 프로토콜
머리의 정직성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즉 공동체의 공통 윤리로서 '진실의 향한 열망'을 선택했다면, 이를 받아들이는 개인들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머리의 정직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별할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진실에 대한 존중, 틀린것을 인정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태도를 뜻한다.

 


느낀점


이 책은 작가가 자신이 아는 지식을 총 동원하여 집산한 것이 느껴지는 책이다. 특히 뒤로 갈수록 대한민국이 '진실'을 기반으로 한 맹렬한 개인주의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작가의 주장은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반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황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한데, 너무 많은 내용을 넣으려고 했기 때문에 작가의 순간순간의 사고가 팍팍 튀고 이를 읽는 사람은 따라가기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한 파트 내에서도 내용이 이리저리하며, 좋게 말하면 작가의 지식에 놀라운, 나쁘게 말하면 두서가 없는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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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공동체가 공유하는 도덕이 없다. 한국은 여러가지 종교가 자유롭게 경쟁하는 사회다. 어느 종교에서 가르치는 도덕이 다른 종교에서도 옳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인이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공통의 도덕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해보인다.

그에 대한 답으로 이 책은 '진실에 대한 열망'을 주장하고 있다.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 공통의 윤리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가 각자 주장하는 바가 다르더라도, 진실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고 내가 틀린 것을 인정하자는 것, 심지어 그것이 참된 개인으로 인도하는 기본 조건이라면 그것이 한국인의 공통 윤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챕터 4~6을 통해 한국인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주장한다.

물론 세세하게 따지자면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예를들어 작가는 천년의 고독을 주장하면서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 우리가 내면의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려와 조선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려는 중앙군과 개성의 왕족, 귀족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전사 공동체로서 단 한번도 중국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수 많은 유목민과의 전쟁을 이겨낸 위대함을 지닌 국가다. 비록 몽골에 패배했지만 그것도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40년간의 전쟁을 이어오기도 했다.

반면 조선은 유교적 예의 국제질서를 내면화한 국가였고, 세종대에 들어서 지성사대라 불리는, 마치 아들이 아버지에게 효도하듯이, 작은 나라가 큰 나라에 복종하는 것을 당연화한 나라였다. 두 나라 모두 내면의 독립성을 추구했다기엔, 고려는 은둔하지는 않은 의외로 강한 나라였고, 조선은 오히려 종속을 내면화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과연 두 나라가 가진 문화가 연속성을 지녔는지, 연속성을 지녔다 하더라도 그것이 독립성의 내면화인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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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참된 개인주의를 주장하면서 더욱 맹렬하게 진실을 추구하고 나 자신만의 '훌륭한 자아'에 대한 도덕적 기준이 있어야함을 말하지만, 과연 그게 모든 사람에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갈등과 위험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매일매일을 싸우고 싶어하는 사람은 참으로 드물다. 예를들어 친구들과 얘기하는 자리에서도 친구가 내 생각과 다른, 어쩌면 내가 생각하기엔 틀린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자리에서 친구가 틀렸다고 지적하지 않는다.

철저한 개인주의자로서의 삶이 이토록 처절하다면, 그렇다면 참된 개인주의자로 살기가 참으로 피곤한게 아닐까? 그것이 진짜라면 진짜 개인주의자는 애초에 소수만 가능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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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샌델을 부정적으로 봤었는데, 그의 논문이 참으로 좋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없는것 같은데 논문은 공개되어있으니 한번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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