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경제

[페이스북펌] 산업용 전기 가격의 진실

어빈2 2022. 7. 2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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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Enky Ryu님 글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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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과 조선일보의 전력산업에 대한 몰이해

2022.07.25.

자칭 영화평론가 허지웅(나는 이 자가 왜 영화평론가라고 불리는지 모르겠다)이 마치 기업이 전력위기를 만드는 주범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조선일보가 이 허지웅의 글을 기사화했다.


전력산업에 대해 1도 모르는 자가 떠드는 헛소리를 우리나라 대표 보수 언론이 기사화하고 이에 동조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번 말고도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기사들을 많이 썼고, 한겨레 등 진보언론들도 산업용 전력은 누진제도 적용하지 않고 전력요금을 싸게 해서 (대)기업들에게 엄청난 특혜를 준다는 허지웅 주장과 유사한 주장들을 많이 해 왔다.

 

허지웅, 전기요금 인상에 “일반 가정 사용량, OECD 평균 못미쳐”… 일침 - 조선일보 (chosun.com)

 

허지웅, 전기요금 인상에 “일반 가정 사용량, OECD 평균 못미쳐”… 일침

허지웅, 전기요금 인상에 일반 가정 사용량, OECD 평균 못미쳐 일침

www.chosun.com


허지웅의 글을 요약하면 이렇다.

1. 우리나라 일반 가정 전기 사용량은 OECD 26위로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며, 미국과 비교하면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2. 우리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량은 전체 사용량의 10%를 조금 넘지만 다른 나라는 20~30%인데, 대개의 평범한 가정에선 누진세(누진제) 때문에 알아서 전기를 아껴 쓰기 때문이다.
3. 전체 전력의 10%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죄책감을 느끼며 절약하는 방법을 나누고 분투하는 동안 산업용 전기는 가정용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고 있고 누진세(누진제)도 없다.

과연 허지웅의 이 말이 사실일까?

 

지금부터 허지웅의 헛소리를 하나씩 까발려보자.

1. 전력 과소비의 주범이 산업?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전체 전력 소비량은 1만101kWh로 OECD 회원국 가운데 8위지만 가정용만 놓고 보면 1인당 소비량은 1천300kWh로 25위에 그친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미국(4천351kWh)의 30%에 불과하며 일본(1천989kWh)의 65% 수준, OECD 평균(2천190kWh)의 59%에 해당한다. 프랑스(2천361kWh), 영국(1천545kWh), 독일(1천522kWh)은 전체 전력 소비량이 우리나라보다 적지만 가정용 전력 사용량에선 크게 앞선다.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량을 용도별로 보면 산업용이 52%로 절반을 넘고, 가정용은 12.9%로 OECD 회원국 중 아이슬란드(4.5%)를 제외하곤 가장 낮다.

 

위 사실만 보면 허지웅의 말이 맞는 듯이 보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1인당 산업용 전력 수요가 많은 것은 우리나라 산업구조에 기인하는 것이지 기업이 과소비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제조업이 28.9%(미국 11%, 일본 20.4%, 독일 20.7%)이고, 제조업 중에서도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많아 산업용 전력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당장 구조조정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는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데 전력을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걷어차 내고 저전력 산업으로 갈아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은 허지웅의 말대로 전력가격이 싸기 때문에 과소비를 하는 것일까?


기업은 원가절감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그 중에서 에너지 부문은 전력을 다하고 있고 특히 전력절감에 필사적이다. 기업이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은 국내 전력난 해소를 위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도 아니다. 솔직히 기업이 윤리도덕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저런 노력을 한다는 것은 뒤에 붙이는 수식어일 뿐이고, 기업은 생리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저런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지간한 기업은 에너지 전담부서를 따로 두어 마른 수건 짜내듯이 에너지절감에 노력한다. 왜? 이윤을 남기기 위해.


이런 상황인데도 허지웅은 기업들이 전력단가가 싸기 때문에 과소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2. 우리나라만 산업용 전력단가가 싸다고?

허지웅은 마치 우리나라만 산업용이 가정용에 비해 싸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단순히 각국의 산업용 전력단가를 비교하는 것은 각국의 전력생산원가나 평균판매단가를 감안하지 않아 기업에 특혜를 준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 허지웅이 우리나라만 기업에 특혜를 준다고 주장하려면 각국의 산업용대비 가정용 전기요금 상대비율을 비교해서 우리나라 산업용 대비 가정용 전기요금 상대비율이 다른 국가들의 그것에 비해 높거나 적어도 OECD 평균보다는 높아야 설득력이 있다.


그러면 다른 국가들이 얼마나 가정용에 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싸게 해 주는지 보자.


2020년 기준(출처:한국전력 홈피, 원자료:국제에너지기구) 우리나라의 가정용 요금은 103.90원/kWh으로 OECD 평균대비 61% 수준이고, OECD 회원국 중 네 번째로 가정용 요금이 쌌다. 제일 높은 가정용 요금은 독일로 344.70원이고 OECD 평균은 170.10원이었다.


반면 우리나라 산업용 요금은 94.30원/kWh로 OECD 평균 대비 88% 수준으로 OECD 회원국 중에서 13번째로 쌌을 뿐이다. 제일 높은 국가는 이탈리아로 170원, OECD 평균은 107.30원이었다.


가정용 전력요금/산업용 전력요금 비율은 우리나라가 110%로 OECD 회원국 중 4 번째로 낮았고, OECD 평균은 159%였다. 이건 국제에너지기구의 발표 자료로 실제 우리나라의 2020년 가정용요금은 107.89원, 산업용은 107.35원으로 가정용/산업용 비율이 100%였다. 2021년은 가정용 109.16원, 산업용 105.48원으로 비율은 103.5%.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가 산업용에 특혜를 준다고 하는 허지웅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국가들은 수출경쟁력을 위해 산업용 전력에 대해 우리나라보다 훨씬 특혜를 주고 있다.

3. 산업용을 싸게 공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나라 뿐아니라 선진국들이 왜 가정용보다 산업용의 전력단가를 싸게 책정하는 것일까? 각 국 정부가 산업용을 전체 평균 가격보다 싸게 해 주는 것은 수출 경쟁력이나 물가 압력을 낮추려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것이 산업용이 싼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다.


산업용이 쌀 수밖에 없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산업용은 저압, 고압, 심야, 토,일,공휴일 가격이 다르다. 평일 낮의 고압 산업용 전력단가는 가정용과 비교해 결코 싸지 않다. 그런데 왜 산업용 평균 전력단가는 가정용보다 쌀까? 심야, 토/일/공휴일의 전력단가를 할인해 주기 때문에 심야나 토/일/공휴일에도 운전하는 기업은 평균전력단가가 싸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왜 한전은 심야, 토/일/공휴일 전력단가를 싸게(할인) 해 줄까?


한전 입장에서는 이 시간대의 전력은 남아돌기 때문에 싸게라도 사용해 주는 것이 고마운 일이고, 기업들에게 피크 타임을 피해 이 시간대로 가동을 유도하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화력 발전이든, 원전이든, 기저 전력을 담당하는 발전소는 가동이 지속적으로 되어야 하기 때문에 전력 소비가 낮은 시간대라고 하여 가동을 중단할 수가 없다. 심야, 토/일/공휴일에 전력 수요가 없다고 하여 가동을 멈출 수 없기 때문에 이 시간대는 전력이 남아돈다. 따라서 이 시간대의 전력단가를 싸게(할인) 해 주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당연한 일이다.


만약 우리나라에 기업이 없어 산업용 수요는 없고 가정용 수요만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경우 낮에는 100의 전력 수요가 있다면 밤에는 20의 수요도 없게 된다. 발전량은 낮의 수요에 맞춰 밤에도 100의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 밤에는 80의 전력을 쓸데없이 생산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정은 밤에는 100의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단가에 맞춰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즉, 가정은 하루 120의 전력을 쓰고 200의 발전생산원가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산업용이 야간에 50의 전력을 사용해 준다면 한전의 수입은 늘어날 것이고, 전력 평균단가도 낮게 해 줄 여력이 생긴다. 한전 입장에서는 야간이나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의 전력 사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유리하고, 국민들 입장에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산업용 전력단가가 낮은 이유는 이것 말고 또 있다.


1 수요자의 전력 소비량의 차이이다. 가정용의 1수요자가 1의 전력을 쓴다면 산업용은 1 수요자가 1,000~100,000을 쓴다. 설치비용, 검침/고지 등의 관리비, 송배전비용면에서 산업용의 관리비용이 훨씬 저렴할 수밖에 없다.


산업용 전력단가가 주택용 전력단가보다 싸지만 원가보상률은 주택용보다 훨씬 높은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발전소는 765kV에 이르는 고압 전기를 생산하지만 한전은 이 고압 전기를 변전소에서 345kV· 154kV 등의 전압으로 낮춰 공급한다. 산업용과 주택용 전기 모두 동일하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 고압 전기를 송전선로에서 바로 끌어다 쓴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한전의 송전선로와 공장을 잇는 송전탑을 직접 세우게 된다. 송전탑과 선로의 대지 보상비, 유지비 등도 모두 기업이 부담한다. 한전이 따로 투자하는 비용이 없다 보니, 산업용 전기의 원가가 낮은 것이다.


반면, 주택용 전기의 경우 한전이 가정에서 220V 전압의 전기를 쓸 수 있도록 선로를 건설하고, 변압기를 설치한다. 게다가 각 가정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전신주도 세운다. 이 같은 송배전 비용에 고압 전력을 저압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분 등이 주택용 전력의 원가에 반영돼 원가가 높아진다. 이런 설비들을 유지, 보수하는 비용에다 전력요금을 부과하고 징수하는 비용 등 관리비용 역시 산업용에 비해 주택용이 훨씬 많이 든다.


당신이 전력공급회사(발전회사) 사장이라면 한 달에 1을 쓰는 소비자(가정)의 가격과 10,000을 쓰는 소비자(기업)의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하겠는가? 하루 균일하게 사용하는 수요자와 하루에 일정 시간만 전력을 쓰는 수요자에게 동일한 전력판매단가로 공급할 수 있겠는가?

4. 산업용은 왜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느냐고?

허지웅은 가정용에만 누진제를 적용하고 산업용에는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국민들에게는 부담을 주고 기업에게는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나 세력들을 보면 전력산업이나 경제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생각에 할 말을 잃게 된다. 이들은 산업용에 누진제를 적용하게 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를 한번 생각해 보았는지 궁금하다.


만약 산업용에 전력요금 누진제를 적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러분들은 “규모의 경제”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설비의 규모가 클수록 생산단가는 하락하여 원가경쟁력이 커지고, 따라서 판매가격도 낮출 수 있게 되어 소비자들에게도 유리하게 된다.


산업용에 누진제를 적용하면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어 대규모 설비투자를 꺼리고 소규모 설비투자로 전환하는 방법을 택하게 될 것이다.


1천억을 투자해 하루에 제품 1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할 경우, 단위당 전력소요량이 1이고 하루 전력소요량이 10,000이라면, 100억을 투자해 하루에 500개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의 단위당 전력소요량이 1.5이고 하루 전력소요량은 750이 된다고 가정해 보겠다.


산업용에 누진제를 적용해 1,000 이하 사용시는 100원/kwh, 1,001~5,000 사용시는 200원/kwh, 5,001 이상은 300원/kwh를 물게 한다고 했을 때, 단위당 전력소요량이 1인 제품의 전력비는 240원/개이 되는 반면, 단위당 전력소요량이 1.5인 제품의 전력비는 150원/개이 되어 단위당 전력소요량이 적은 제품의 전력비가 오히려 더 비싸게 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어떤 기업이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데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하여 규모의 경제의 이득을 취하려 하겠는가? 소규모로 투자해서 단위당 전력소요량이 많아도 누진제 때문에 단위당 전력비가 싸지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국가 전체적으로는 똑같은 량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전력소요량은 1.5배가 늘어나게 되고, 그만큼 발전소를 더 짓고 전력생산은 더해야 한다. 결국은 전력단가를 올릴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기업과 국민들이 지게 될 것이고 기업들은 수출경쟁력을 상실하고 국가경제는 무너지게 될 것이다.


왜 산업용에 누진제를 적용하면 안 되는지 이제 이해가 되는가? 세계 어디에도 산업용에 누진제를 적용하는 국가는 없다. 수출로 먹고 살고 제조업이 주 수출업종이며, 그래서 1인당 전력을 어느 국가보다도 많이 사용하는 우리나라에서 산업용에다 누진제를 적용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다.

5. 가정용 전력요금에 누진제가 필요한 이유

우리나라는 계절별, 일별, 일중 시간대별 전력수요량 차이가 크고, 이런 전력수요량 변동이 크게 나는 이유는 가정용 전력수요 변동이 크기 때문이다.


여름철 가정용 전력수요는 에어컨 가동으로 가구당 약 100kWh/월을 더 써, 전체 가구의 사용량은 연간 평균보다 약 1,300GWh/월 더 쓴다.


여름철 한 달에 가정에서 1,300GWh/월 더 쓰니까, 이를 한달 30일 기준으로 하루에 쓰는 량을 계산하면 43,333Mwh/일이며, 이를 다시 24시간으로 나누면 1,806MW의 전력만 추가되면 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전력은 우리나라 전력 총공급능력 99,948MW(2022년 7월 25일 현재)의 1.81% 밖에 차지하지 않는 것으로 전력수급에 차질을 빚거나, 블랙 아웃이나 단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가정에서 여름 철 한 달(8월)에 100kWh를 더 쓰기는 하지만, 가정에서 전기를 쓰는 량이 1달 30일 고르게 쓰는 것이 아니라 폭염이 심한 8월초에는 훨씬 많이 쓰고, 폭염이 누그러지는 8월말에는 상대적으로 덜 쓰게 된다. 100kWh를 쓰는 시기가 폭염이 심한 초에 집중되어 이 중 80%(80kWh)는 15일간 쓴다고 봐야 한다.


앞에서는 30일로 나누어 평소보다 하루에 더 쓰는 전력량을 계산했지만, 이제는 1,300,000MWh*80%/15일 = 69,333MWh/일을 폭염 기간에 가정에서 더 쓴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하루 중에도 가정에서는 24시간 골고루 전력 사용을 하지 않는다. 가장 더위가 심한 시간대에 에어컨을 켜고, 이것 때문에 가정용 전력사용이 늘어나는 것이다. 즉, 가정의 69,333Mwh/일의 전력사용 증가량도 폭염이 심한 시간대인 peak time에 몰린다는 것이다. 이 시간을 하루 중에 8시간을 본다면 peak time에 전력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69,333MWh/8h = 8,667MW가 된다. 이 전력은 우리나라 전체 공급능력 99,948MW의 8.67%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다 에어컨 이외의 전기제품은 특정 시간대에 몰리기 때문에 가정용 전력의 일중 시간대별 최저사용량과 최대사용량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게 된다.


가정용 전력사용량이 전체 사용량의 13~15% 수준이지만, 이렇게 계절별, 일별, 시간대별 사용량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전력예비율에 심대한 영향을 미쳐 자칫 Black out이나 단전의 위험에도 빠뜨릴 수 있다.


2022년 7월 7일의 공급능력은 99,716MW였고, 17:00의 전력수요는 92,990MW로 공급예비율이 7.2%로 떨어졌다. 이렇게 예비율이 봄, 가을의 peak tlme 때나 여름철 오전 9시까지는 15~20%인데, 한 여름 peak time에는 7%대로 뚝 떨어지는 이유는 가정이나 상가의 에어컨 가동과 가정의 전기전자제품 사용에 따라 특정 시간에 전력소비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전력수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계절의 peak time 시간대의 전력관리이다. 평소에 아무리 적은 전력을 사용하더라도 정부나 한전 입장에서는 이 peak time의 전력수요에 맞춰 발전설비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Black out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보셨다시피 가정에서 여름철 한 달에 100kWh를 평소보다 더 쓰게 된다면 정부나 한전은 8,667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 최신 원전의 발전용량이 1,400MW 정도이니 약 6.2기의 원전을 더 건설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철을 조금 더 시원하게 보내려고 6.2기의 원전을 짓고, 그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하겠는가? 발전소의 추가 건설은 필연적으로 전력단가의 인상을 불러오고, 그 비용은 기업이나 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


이젠 왜 우리가 여름철 전력소비를 자제하고 더위를 조금 견뎌야 하는지를, 왜 누진제가 필요한지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6. 가정(주택)용 전력요금 누진제를 오히려 강화하라

허지웅의 주장과는 달리 가정용 전기요금은 지금보다 누진율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 생각이다.


누진제는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순차적으로 높은 단가가 적용되는 요금으로, 현재 200kWh단위로 3단계, 최저와 최고 간의 누진율은 3배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는 월 사용량이 200kWh 미만은 93.2원/kWh, 200~400kWh 미만은 187.8원/kWh, 400kWh 이상은 280.5원/kWh이다.


박근혜 정부 때까지만 하더라도 누진율이 지금보다 높아 최저와 최고 간의 누진율이 11.7배였고, 단계도 6단계로 지금의 3단계보다 세분화되어 있었다.


누진제는 에너지 절약과 저소득층 보호의 목적도 있지만, 한전 입장에서는 피크 전력을 관리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혹자는 전력소비가 많으면 할인을 해주거나 같은 단가를 적용해 주어야지 오히려 더 비싼 요금을 물리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전력은 다른 일반 재화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쓰는 전력이 아닌 가정에서 쓰는 전력은 한전 입장에서는 덜 써 주는 게 도움이 된다. 정확히 말하면 전력사용의 시간대별, 계절별 변동성이 없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의 피크 전력을 결정하는 것은 기업(산업용)이 아니라 가정(주택용)이다. 한 여름 더울 때 에어컨의 사용과 추운 밤의 전기 장판과 전기 히터 사용 시에 전력 사용 피크가 된다. 제철, 석유화학, 반도체, 제지 등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들은 365일 24시간 가동하기 때문에 계절별, 시간대별 변동성이 거의 없다. 반면에 가정은 전기밥솥, TV, 헤어 드라이기 등 대부분의 전기기기의 사용이 일정 시간에 몰리게 되고, 에어컨, 전기장판, 전기 히터 등 계절용 전기기기들은 계절에 따라 사용시간이 달라 가정용 전력은 계절별, 시간대별 변동성이 매우 크다.


이해하기 쉽게 한전이 가정용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겠다.


7월말 무더위가 기승일 때 가정에서 에어컨을 사용하면 전력수요가 급격히 늘어난다. 이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한전은 가장 발전원가가 높은 LNG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야 한다. 전력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LNG 발전소 중에서도 발전원가가 높은 쪽의 발전소로부터도 전력을 공급받게 된다.


에어컨 가동으로 평소 150kWh를 쓰던 가정이 200kWh를 쓰고, 250kWh를 쓰던 가정이 300kWh를, 350kWh를 쓰던 가정이 400kWh를 쓴다고 가정해 보자.


한전은 3 가구의 가정의 전력 사용량이 각 50kWh가 늘어 3*50kWh=150kWh를 평소보다 더 공급하고, 그에 해당하는 전력요금을 받게 된다. 각 가구로부터 추가로 받는 전력요금은 누진율이 달라 가구별 전력요금은 달라지게 되고, 3 가구로부터 받는 추가 전기요금은 50kWh*(93.2원/kWh+187.8원/kWh+187.8원/kWh) = 23,440원으로 평균 단가는 23,440원/150kWh = 156.27원/kWh이 된다. 그런데 한전은 150kWh를 LNG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공급 받으면서 구입단가로 156.27원/kWh 이상을 지급하게 되면 손실이 된다. 현재 LNG 발전소가 공급하는 단가는 200원/kWh이 훨씬 넘는다.


상기에서 보듯이 한전은 주택용 전력수요가 늘어난다고 이익이 되지 않는다.


실제 한전이 주택용 전력수요를 관리하고 변동성을 작게 하려는 목적은 전력구입단가와 전력판매단가 차에 의한 이익과 손실 때문만이 아니다. 전력수요의 계절별, 시간대별 변동성이 커지면 그만큼 관리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피크 전력이 높아지면 그만큼 예비발전설비를 증가시켜야 하고, 예비발전설비의 미가동에 대한 보상도 하여야 하기 때문에 한전은 전력수요의 변동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전력수요 변동성의 주요인은 가정의 전력사용에 있고, 누진제는 변동성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누진율을 강화하면 에너지 절약 뿐 아니라 수요 변동성을 줄여서 관리비용을 절감하고 전력단가를 인하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필자는 현재의 누진율보다 조금 더 강화하여 단계는 3단계에서 5단계로, 최고/최저의 배수는 4 정도로 조정하는 다음과 같은 안을 제안한다.

100kWh 미만 : 80원,
100~200kWh 미만 : 130원,
200~300kWh 미만 : 190원,
300~400kWh 미만 : 250원,
400kWh 이상 : 320원

필자는 지금도 2016년 여름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온다.


2016년 여름은 유난히 더워 가정에서 에어컨을 장시간 틀기 시작하자 누진제에 의한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난다는 불만이 전기 다소비, 고소득층으로부터 나왔다. 이에 당시 야당이던 현 민주당과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박근혜 정부에게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하라고 요구하며 거리에 현수막을 붙이고 시위를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500kWh 이상 사용시에는 709.50원/kWh이 부과되어 전력 사용량이 많은 가정은 한 달에 20만원 이상의 전기요금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도 야당의 성화에 굴복하고 누진제를 폐지하기는 어려우니 완화하겠다고 한발 물러섰고, 결국은 2017년부터 현재의 누진제로 개편되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500kWh 이상 전력을 많이 사용하던 고소득층 가구는 전력요금을 거의 절반 이상 덜 내게 되었고, 300kWh 이하를 쓰던 중간 계층과 저소득층은 종전과 비슷한 전기요금을 내어 누진제 완화의 수혜를 하나도 보지 못했다. 부의 재분배 효과를 가지고 있던 누진제가 완화됨으로써 전력을 많이 사용하던 고소득층에게 엄청난 수혜를 안겨준 것이다. 전력 다소비, 고소득층이 수혜를 입은 만큼 한전은 수입이 줄어 수익성이 악화되었고, 주택용 원가보상률은 80%대로 현격하게 떨어져 버렸다.


누진제가 완화되기 전인 2016년의 주택용 전력단가는 121.52원/kWh이었는데 누진제가 완화된 2017년은 108.50원/kWh으로 13.02원/kWh(10.7%)이 하락했다. 이 여파로 한전의 경상이익(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2015년 18조 6567억원, 2016년 10조 5134억원에서 2017년 3조 6142억원, 2018년 -2조 8억원, 2019년 -3조 2658억원으로 급전 직하했다. 2017년 주택용 전력사용량이 68,643,760MWh였으니 누진제를 완화로 인해 한전은 68,643,760MWh*13.02원/kWh = 8,9374억원의 손실을 입은 셈이고, 이 금액만큼 전력다소비 가구들이 수혜를 본 것이었다. 2021년 주택용 전력소비량 79,914,811MWh를 기준으로 하면 그 금액이 1조 405억원에 이른다.

누진제 완화의 폐해는 이것만이 아니다.


국민들이 누진제 완화로 전력 소비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못하고 전력소비량을 늘리게 됨에 따라 가정용 전력사용량이 대폭 늘어나, 한전에 부담을 주었을 뿐 아니라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주택용 전력사용량은 2016년 68,056,786MWh에서 2021년 79,914,811MWh로 17.42% 늘어났다. 이 기간 동안 산업용은 4.48%(278,827,855MWh -> 291,333,422MWh), 전체 전력사용량은 7.32% 늘어났을 뿐이다.

민주당과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이 짓거리를 해놓고 자신들은 서민들을 위하고 환경을 위한다고 입으로 떠들고 있었으니 필자가 기가 차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지금의 한전 적자도 누진제 완화가 크게 작용한 것이다.


허지웅은 평소에 서민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고, 부자 감세 반대하고, 환경을 강조하지 않았는가? 산업용 전력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하고, 가정용 누진율을 완화하면 결과적으로 자신의 이런 신념과 배치되는 결과가 나온다는 걸 허지웅은 모른다. 제발 제대로 알고 떠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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