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경제

반값 중개수수료와 시장경제

어빈2 2021. 10. 1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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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정부에서 반으로 줄이는 법이 곧 시행된다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중개 수수료가 법으로 정해져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법으로 정해져있다는걸 알자마자 드는 생각은 이랬다.

"아 그래서 부동산 중개소 서비스가 개판이고 좋은 곳은 입소문 타고 찾아야 했구나"

시장경제가 갖는 미덕 중 하나는 '신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는 좋은 사례가 '죄수의 딜레마'인데 게임이론에 입문할 때 많이 듣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는 아담 스미스로부터 내려오는, '각자가 이타적 의도를 갖지 않은 채 스스로의 이익만을 추구했음에도 사회 전체의 효용이 올라간다'는 경제학의 명제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었는데, 죄수들끼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면 오히려 죄수 둘 다 최고형을 사는, 사회적 비효용이 달성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동안 '죄수의 딜레마'는 시장경제의 불완전성을 공격하는 좋은 사고실험으로 쓰였다.

그런데 죄수의 딜레마는 1회성 게임이다. 만약 죄수들이 처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어떨까?

내가 공범과의 신뢰를 져버리고 나는 자백하고 공범은 자백하지 않아 나만 무죄로 방면됐다고 가정하자. 공범이 감옥을 출소하게 되면 어떤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내 신변에 위험이 생길것이다.

시장은 반복게임과 같다. 무수히 많은 죄수의 딜레마들이 발생하면서 신뢰를 져버리는 사람은 더 이상 그 시장에 발붙이기가 어렵게 된다. 그래서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최고로 치는 미덕이 신뢰인것이다.

시장경제가 신뢰를 만들어내는 이유가 이와같다. 교환은 윈-윈 게임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발생하게 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선 신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는 정부에 의해 가격을 통제받고 있다. 가격을 통제받으면 시장경제 속에서 가격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경쟁이 없으면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서비스의 질이 동일해도 가격이 같으니 서비스 향상을 위한 노력이 상쇄되는 것이다. 서비스와 신뢰가 가격으로 표시되는 것인데 그게 없으니 알음알음 알아서 찾아가야한다.

정부가 선의를 가지고 무언가를 설계한다는 사고방식은 위험하다. 특히 그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분야에서라면 정부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본권, 자유가 침탈되는가를 쳐다봐야지 주먹을 쳐들고 조절하겠다고 나서면 로베스피에르처럼 진짜 보호해야하고 보호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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