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경제

비교우위란 무엇인가

어빈2 2021. 9. 2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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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사람들이 가장 싸게 곡물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은 시계를 만드는 것이다.

-루드비히 폰 미제스-

비교우위란 영국의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리카르도가 정립한 개념으로 그 정의는 '재화나 서비스를 다른 생산자에 비해 더 적은 기회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무역을 설명하는 논리가 비교우위다. 리카르도는 당시 영국에 있던 곡물법을 반대하면서 비교우위론을 주장했다.

곡물법은 1815년 영국에서 시행된 법으로 외국에서 수입되는 농산물의 수입 금지와 밀에 관세를 부과해 일정 가격 이상 으로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수입하는 곡물은 일정가격 이하로 수입하지 못하고 영국 국민들은 정부가 정한 가격 이상으로 곡물을 샀다. 이 법의 취지는 외국의 값싼 곡물 가격으로 부터 자국의 농업을 보호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도시에 폭발적으로 인구가 늘고 있었고 나폴레옹 전쟁(1803-1815)으로 곡물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곡물 수입을 금지하니 만성적으로 식량이 부족한 상태가 될 수 밖에 없었고 심지어 나폴레옹 전쟁 당시엔 곡물 가격이 4배 가까이 치솟았었다.

리카르도는 곡물법이 농업을 지키겠다고 국민들이 농부 들과 농업자본가의 이득을 보전해주는 부정의한 상태를 만드는 것과 식량 가격의 상승이 노동자의 임금을 상승시키고 자본가의 비용을 연쇄적으로 끌어올려 자국의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에 분개하여 곡물법을 비난했다.

결국 1846년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폐지될 때까지 30년간 지속되면서 보호무역의 폐해를 잘 보여준 예로 남게됐다.

비교우위는 분업과 특화에 의해 태어났다.

도시에 사람이 몰리고 효율성을 위해 생산 과정을 세세하게 분리하는 분업이 나왔다.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에 나오는 핀 공장 이야기를 보면 노동자 한명이 혼자서 핀을 만들면 하루에 20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데 18가지 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별로 분업을 조직하면 노동자 1인당 4800개의 핀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자동차의 역사에서 배우는 포드의 T-90모델의 경우 노동자가 일년에 3대를 만드는 1900년대 초에서 불과 15년만에 90분에 한 대를 만들어 냈고 당시 2000달러의 고가 사치품인 자동차를 300달러까지 끌어내렸다.

이렇게 분업이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특화의 원리 때문에 그렇다. 자신이 잘 하는 분야에 전문성을 갖는 것을 특화라고 하는데 분업이 고도화 된다는 것은 분업이 더 세세해지고 그 단계마다 각자 특화된 사람으로 조직 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종합 병원 의사의 경우 다 같은 의사지만 누구는 안과, 내과, 외과 의사이며 외과에서도 정형, 흉부 등으로 나누어져 있고 흉부도 심장, 간 같이 여러 분야로 세세하게 특화되어있다. 여기에서 비교우위가 나온다.

심장 전문의는 간 전문의보다 심장에 특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간 전문의에 비해서 심장 수술을 하는데 훨씬 적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럴때 우리는 심장 전문의가 심장 수술에 대해서 간 전문의에 비해 비교우위가 있다고 한다. 반대로 간 전문의는 간 수술에 비교우위가 있는 것이다.

비교우위론으로 루드비히 폰 미제스가 한 말은 설명된다. 스위스 사람들은 시계를 잘 만들기 때문에 특화되어있는 시계를 만들어 식량 생산에 특화되있는 캐나다, 호주 같은 곳에 시계를 팔고 식량을 사는 것이 가장 저렴하게 식량을 생산하 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제로섬 게임이 아닌 윈윈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비교우위와 절대우위를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절대우위랑 비교우위를 대칭적인 개념으로 생각해서 그렇다.

외과 교수는 외과 인턴에 비해서 심장 수술도 잘하고 단순히 찢어진 곳 꿰매는 것도 잘한다. 즉 교수는 인턴에 비해서 모든 것을 잘하는 절대 우위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인턴이 실직자가 되지 않으며, 교수가 둘 다 하진 않는다. 인턴에게 찢어진 곳을 꿰매는데 대한 비교우위가 있기 때문이다. 찢어진 곳 꿰매는 시간에 교수는 심장 수술을 하고 인턴은 꿰매는 것이 훨씬 서로에게 이롭다. 외과 교수는 돈을 더 벌고 연구할 수 있어서 이롭고 인턴은 돈을 벌고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 이롭다.

같은 논리로 FTA를 하는 이유도 설명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를 통과시킨 업적이 있는데 당시에 반대가 매우 심했으며 지금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중 강력한 논리는 FTA하면 미국의 고도화된 산업이 우리 산업을 망하게 하고 일자리를 다 뺏어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절대우위와 비교우위를 대칭적인 개념으로 혼동하는 오류에 해당한다. 마치 헤비급 복서와 플라이급 복서가 한 링에서 대결하는 것 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가 자동차를 만드는데는 수많은 납품 기업이 있을 것이고 그 중에는 외국 기업도 있을 것이다. 만약 베트남 기업과 필리핀 기업이 납품한다고 하면 현대 자동차라는 헤비급과 베트남, 필리핀 두 플라이급이 싸우는 것일까?

베트남과 필리핀이 경쟁하는 것이고 현대자동차는 일본의 혼다, 미국의 포드와 경쟁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베트남과 필리핀은 일감이 주어지기 때문에 일자리가 생기고 납품을 위한 경쟁력이 생기며 그런 과정을 통해 베트남과 필리핀은 노하우가 쌓인 자국 자동차 기업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더 질좋고 값싼 부품들로 가격경쟁력을 갖게되고 그것이 시장에서 더 선택 받을 때 현대 자동차는 더 크게 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렌즈 시장은 일본 회사인 아큐브의 독점이었는데 아큐브의 가장 큰 납품 업체는 인터로조라는 한국 회사였다. 이 회사는 10년 가까이 아큐브의 OEM업체로 렌즈를 생산해 왔는데 노하우가 쌓이자 클라렌이라는 자체 렌즈 브랜드로 시장에 진입했으며 결국 아큐브 독점시장을 깼다.

이것이 기업의 생태계고 경제의 흐름이다. 이 과정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지만 후발주자에 밀려 모토로라나 노키아 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 속에서 소비자들은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누리게 되어 후생이 증가한다.

바로 이것을 활발하게 해주는 것이 자유 무역이고 불완전하지만 FTA가 긍정되는 이유다.

이처럼 비교우위는 무역을 성립하게 해주는 원리이며 무역이 모두가 윈윈하는 것을 설명해준다. 물론 무역은 수 많은 물 건들이 단순히 1:1로 교환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복잡하고 영향을 주는 요소가 많다. 그러나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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