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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패밀리 맨(The Family Man)

어빈2 2022. 4. 2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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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브렛 래트너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테아 레오니, 돈 치들
개봉 2000
평점 5

개요
니콜라스 케이지의 본격 크리스마스 가족영화. 늘 그렇듯이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영화다.

내용
가지말고 같이 있자는 여자친구(테아 레오니)를 뒤로하고 런던 금융회사 인턴을 하러 떠나는 니콜라스 케이지.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가지만...갑자기 영화는 15년 후를 비춘다.

뉴욕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합병 브로커 니콜라스 케이지, 그 누구보다 돈과 명예를 좇는다. 어느날 테아 레오니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메모를 비서한테 받는다. 일각의 상념.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이기에 다시 연락하지 않는다.

그날 저녁, 에그노그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린 니콜라스 케이지. 갑자기 편의점에 추레한 복장을 한 흑인(돈 치들)이 들어와 복권 당첨표를 주며 점원에게 당첨금을 달라고 한다. 점원은 당첨표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가짜라며 돈 치들을 내쫓으려 한다. 화가 난 돈 치들은 총을 꺼내들고 분위기는 심각해진다.

그 때 니콜라스 케이지가 230달러짜리 당첨표를 자신이 200달러에 사겠다고 말하며 중재를 시도한다. 처음에는 니콜라스 케이지를 이상하게 보던 돈 치들, 그 거래를 받아들이며 이상한 말을 한다.

'분명 당신이 원한거에요, 난 모릅니다'

그날 밤, 뒤숭숭한 마음으로 잠이 든 니콜라스 케이지, 다음날 아침 알람 소리에 일어나보니...

느낀점
별로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소재는 나쁘지 않았다. 눈을 뜨니 15년 전 런던으로 가지 않은 삶을 선택한 이후 15년이 지난 삶으로 갑자기 들어와버린, 일종의 평행우주 컨셉이다.

좋은 점이야 뭐 여기저기 찾으면 많으니, 간단히 적자면, 일단 크리스마스 영화로는 나쁘지 않고,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는 것 정도...?

나쁜점을 나열하자면 이렇다.

첫째, 니콜라스 케이지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니다. 그는 늘 똑같은 연기만 하는데, <페이스오프>, <더 락>, <패밀리맨>, <콘에어> 등 그에게 주어진 연기의 폭이 상당히 좁으며, 그 가운데서도 더 좁은 상남자 역할을 하는데에 한정되어 있다.

<더 락>에서만 그나마 숀 코네리, 에드 해리스 등에 밀리지 않고 나름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 정도라고 하겠다.

<패밀리맨>에서는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남성으로 그려져야 하는데, <콘에어>랑 <패밀리맨>에서의 니콜라스 케이지는 동일인물로 보일 정도다.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기 폭이 좁다.

둘째, 이 영화가 참 웃긴게, 보통 성공한 사람이 뭔가 부족함과 불안감을 느끼면서 이를 가족의 사랑으로 채우는게 일반적인 스토리라면, 이 영화에서 니콜라스 케이지는 M&A브로커로서의 완벽한 삶에 부족함을 못느끼고 행복해 한다는 것이다.

즉, 니콜라스 케이지가 여자친구와 함께하는 삶에 갑자기 맞닥드렸을 때, 그가 보인 온통 불평 불만의 태도는, 바로 그가 브로커로서 너무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간극이 훨씬 커지게 된다.

부족함을 느끼는 상태에서 가족의 사랑을 깨닫는 것의 거리와, 아무런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가족의 사랑을 깨닫는 것의 거리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문제는 이 영화가 그 거리를 택한 만큼 개연성을 잘 주고 있냐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실패했다.

셋째, 이 영화는 평행우주물이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15년 전으로 돌아간 게 아니라, 15년 전 공항에서 다른 선택을 하고 난 15년 후의 삶이다. 시간대가 바뀐게 아니라 동일한 시간대의 다른 차원의 삶에 편입된 것이다.

그래서 니콜라스 케이지가 눈을 뜨니 옆에 여자친구가 아내로서 자고 있고, 집엔 아들과 딸이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장인의 사업을 같이 하고 있으며, 평범한 남편이자 동네 아저씨로 살고 있다.

마지막엔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자신이 잠깐 들렸다가 간 이 평행우주의 삶이다. 즉, 짧은 러닝타임이라는 제한조건 때문에 이별의 방식이 문제되는 것이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인데, 이 영화는 아이들을 다루는데 실패하고 있다.

디즈니 마블 드라마 <완다비전>도 똑같은 상황이 있지만 잘 마무리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완다가 만들어낸 작은 세계에서 완다는 두 명의 아들을 낳고 잘 키우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완다가 창조한, 현실과는 뒤틀린 세계에서 존재하는 아이들일 뿐이다. 아이 뿐만 아니라 남편 비전도 완다가 만든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이미 죽은 존재다.

결국 완다는 현실을 뒤틀어서 만든 세계가 잘못이란 것을 깨닫고 스스로 무너뜨리는데, 여기서 문제는 자신이 누구보다 사랑했던 남편과 두 아들 또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완다는 비운의, 흑화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여자 케릭터에게 주어진 비극적 선택과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완다비전>에선 이 슬픈 장면이 상당히 잘 표현되있고 마무리도 잘 되었다.

그런데 <패밀리맨>은 어떨까?

가족에 대한 사랑이 이 영화의 주제고 제목도 <패밀리맨>이지만, 니콜라스 케이지가 깨달은 것은 여자친구에 대한 사랑이지 자식과의 사랑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자식과 니콜라스 케이지의 사랑과 신뢰관계 구축에 큰 힘을 들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평행우주물의 단순한 도구로서 쓰이고 버려진다는 것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문제점처럼 보였다. 진지한 존재들은 다뤄지는 방식도 진지한 가치가 담겨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평행우주물이 늘상 그렇듯 주는 허무함이 문제다.

제이크 질렌할이 나온 <페르시아의 왕자>를 보면 마지막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시간을 돌렸을 때, 사람들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의 연인조차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그 싹을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그 때 주인공이 느끼는 허무감보다 우리가 느끼는 허무감은 훨씬 크다.

이 허무감은 열린결말이라는 이름으로 좋게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상 메꾸기 쉽지가 않은데, 그나마 이를 잘 갈무리하고 있는 것이 디즈니 마블의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이다.

난잡한 영화지만, 마지막에 피터가 여자친구를 포함한 모두에게서, 심지어 피터 파커라는 존재 자체가 그들에게서 잊혀졌을 때, 우리가 느끼는 그 허무감은 참 크다.

그러나 다행이 이 영화는 그 허무감을 피터가 다시 한번 성장하여 스파이더-보이에서 스파이더-맨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잘 승화하고 있다.

근데 이 영화는 굳이 따지자면 <페르시아의 왕자>과다. 마지막 장면이 감동적이긴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 허무함을 승화시킬 감독의 역량이 부족하여 열린 결말로 만들어버린 그런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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