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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영구평화론 - 칸트

어빈2 2021. 12. 1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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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마누엘 칸트
평점 9

 


개요

이 책은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1795년 그의 말년에 쓴 작은 논문으로 영구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칸트 철학인생이 총집합 되어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짧은 논문이 중요한 이유는 실제 이 논문을 철학적 기초로하여 1차대전 이후 국제연맹이 설립되었기 때문이다.

이 논문에선 영구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필수조항과 부연 조항들을 말하고 있지만, 결국 칸트가 말하고자 하는, 실제로 영구적인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강력한 방법은 '상업주의', 바로 '통상'이라고 주장한다.

바로 전 책리뷰인 <독립정신>에서 말한 '통상'과 칸트가 말하고 있는 '통상'이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이승만이 칸트에 대해 읽어봤거나 혹은 영미의 정치에 녹아있는 칸트의 정신을 계승했다고 할 수 있다.

 


내용

이 책은 영구평화를 위한 예비조항, 확정조항, 보충조항 그리고 부록으로 구성되어있다.

 

부록은 너무 철학적인 영역이라 내용을 요약할 정도로 이해하지 못해 생략.

 


1. 예비조항


1) 장래에 있을 전쟁윽 씨앗을 비밀리에 유보한 채 체결된 평화조약은 평화조약이 아니다.

즉, 평화는 그 자체로 열린, 자유로운 국가들 사이의 영구적인 적대행위 종료 상태이지, 단순히 휴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2) 독립하고 있는 국가는 승계, 교환, 매수 또는 증여에 의해 다른 국가에 의하여 취득될 수 없다.

국가는 도덕적 인격을 갖춘 인건들의 집합이기 때문에 국가를 물건으로 다루는 것은 도덕적 인격을 수단화하는 행위에 다름아니다.

3) 상비군은 완전폐기되어야 한다.

그 자체가 상대방을 자극하고 이는 무제한의 군비경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살인을 위해 임금을 받고 고용된다는 것은 인간성의 원리와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4) 국가의 대외분쟁과 관련하여 국채를 발행해선 안된다.

국채는 쉽게 발행,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쟁행위를 보다 쉽게 일으키고 유지시키는 경향이 있다. 또한 패배하여 파산한다면 그 자체로 채권국에 피해를 주는 행위다.

5)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의 체제나 통치에 대해 폭력을 사용하여 간섭해선 안된다.

간섭할 권리를 누구도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6) 어떤 국가도 전쟁할 때 장래의 평화시에 상호 신뢰 불가능할 정도의 행위를 해선 안된다. 예를 들어 암살자 고용, 항복조약 파기, 반란교사 등이다.

이렇게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의 적대행위는 섬멸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쌍방의 멸망만을 초래한다.

 


2. 확정조항


자연상태는 전쟁상태이기 때문에 적대행위가 모두 종결된 평화상태는 자연상태를 극복한, 즉, 서로 상호 교류하여 하나의 공통적 시민적 체제에 속해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1) 각 국가의 시민적 체제는 공화국이어야 한다.

공화국은 1) 자유로운 인간, 2) 법치, 3) 평등의 원리에 기초해 있다. 그렇다면 이 체제가 어떻게 영구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체제일까? 

 

첫째, 자유란 타인에게 불법을 행하지 않을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고, 이로 말미암아 타인이 나한테 불법을 행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막게 되며, 서로가 심사숙고하여 동의할 수 있는 법칙에만 따르고 그 이외의 법칙에는 따르지 않겠다는 합의이기 때문이다. 

 

둘째, 전쟁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경우 국민은 잃을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전쟁을 하기로 합의되기 매우 어렵다. 

 

다만 헷갈리지 말아야 하는 것은, 공화적 체제와 민중적 체제다. 대표제가 아닌 민주제는 필연적으로 전제정치로 귀결되며, 입헌군주제가 차라리 낫다. 

 

2) 국제법은 자유로운 국가의 연방제에 기초를 둬야 한다. 

 

무릇 미개한 국가들은 끊임없이 확장을 하기 때문에, 강제력이 없는 국제법은 결국 강한 국가가 제멋대로 정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로운 국가들이 모든 전쟁을 영원히 종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연방제를 통해서 영구 평화가 실현 가능한데, 왜냐하면 자유로운 국가들은 그 국가와 연합하고 있는 다른 여러 국가들의 자유를 유지하고 보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3) 세계시민법은 보편적인 우호를 위한 제반 조건에 국한되지 않으면 안된다. 

 

즉 외국인이 타국 땅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이유만으로 적대적인 취급을 받아서는 안되는 권리를 가리킨다. 

 

이는 지구의 표면을 인류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권리에서 기인한 것으로서, 서로 교제를 신청할 수도 있다는 모든 인간에게 속해있는 권리이다.

 

 

3. 보충조항

 

1) 영구 평화의 보장에 관하여

 

영구평화를 보장해주는 것은 다름아닌 위대한 기교가인 자연이다. 

 

자연은 인간을 위하여 인간이 지구상의 모든 지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전쟁을 통해서 인간을 모든 곳에, 심지어 극히 생존하기 힘든 지역까지 추방하여 그곳에 살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역시 전쟁을 통해 인간이 서로 크고 작은 법적 관계에 대치하도록 강제했다.

 

이처럼 자연은 인간을 서로 여러 곳에 떨어져 살게 만들었고, 언어와 인종, 종교를 달리하여 서로 하나로 통합될 수 없게, 자연스럽게 분리해놓고 있다. 즉 하나의 큰 제국이 나타나 모든 나라를 통합하는 것을 자연이 막고 있다. 

 

또한 한편으로는 자연은 인간의 이기심을 통하여 여러 민족을 결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시민법 만으로는 보장할 수 없는 여러 민족의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 .

 

상업정신은 전쟁과 양립할 수 없으며, 결국 모든 민족을 지배하게 된다. 왜냐하면, 국가 권력이 지배하는 모든 힘 가운데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자본력이기 때문이다. 

 

통상에 의해 비로소 다른 민족끼리 서로 평화로운 관계를 맺게 되었으며, 멀리 떨어져 있는 민족들과도 서로 협조하고 교제하며 평화로운 관계를 갖게 되었다. 

 

자연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영구평화를 보장한다. 

 

2) 영구 평화를 위한 비밀조항

 

영구평화를 위한 비밀 조항이 존재한다는 것은 모순이지만, 자신이 원작자라고 공개적으로 성명하는 것이 자신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염려하게 될 경우 충분히 비밀이 성립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건 오직 하나의 명제인데, 철학자(사상가)들의 자유로운 표현이다. 국가가 어떤 신하(철학자)에게 가르침을 구하는 것이 종종 권위를 손상시키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자들 누구나 영구평화에 대해 자유스럽게 발언하고 표현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며, 그것을 가르침을 구하는 형태가 아닌 시대정신으로서 국가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느낀점

보충조항이니 확정조항이니 예비조항이니 말하고 있지만 칸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라 생각한다. 

 

자연은 우리를 자연스럽게 언어와 종교로서 분리해놓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제국이 나타나 모든 나라를 점령하고 하나로 통합하는 것은 불가하며 자연스러운 것도 아니다. 동시에 자연은 우리에게 이기심을 이용하여 잘 살수 있도록 넉넉한데, 이 이기심이 바로 상업주의를 통해 비로소 우리가 엮이고 엮여 영구평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

 

왜 이게 칸트가 하고자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냐면, 이 책이 쓰여진 1795년에서 200년이 지난 지금, 바로 이 원칙에 의해 세계는 평화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정신>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말이 '통상'이다. 

 

왜 통상이 중요한가? 바로 개인은 통상을 통해 세계로 열리고 서로 교통할때 비로소 자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개화하여 통상이 서로 윈윈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며, 외국인이라 하여 이유없이 박해하면 안된다는게 바로 <독립정신>의 내용이다. 

 

이 책은 상당히 어렵다. 번역이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독일어 책이라 그런지, 내가 멍청해서 그런지, 아니면 칸트가 원래 책을 어렵게 쓰는지 모르겠다만...

 

그러나 짧은 책이지만 문장 하나하나에 매우 중요한 내용들이 많다. 단순히 요약해놓은 조항들 외에도 이성의 한계, 구성주의자들의 오만함, 도덕과 정치의 일치 여부, 대중민주주의의 문제점 등 상당히 중요한 근대 정치의 원리들이 이 책에 녹아있다. 

 

특히 국가가 소유한 모든 수단 중에서 돈의 힘이 가장 믿을만 하다는 말, 그리고 각 국가끼리 서로 돈에 대해 투명할 때(돈이 가장 신뢰할 만 하므로) 서로 전쟁을 자극하는 유인이 없어진다는 칸트의 주장은, 작금의 국제 평화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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