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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호밀밭의 파수꾼 - 샐린저

어빈2 2021. 12. 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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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평점 8

 


개요

이 책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가 1951년에 발표한 소설로, 흔히 성장소설로 알려져있다.

어렸을 때 청소년 필독도서처럼 되어있어서 읽었던 적이 있지만 아무 기억도 남아있지 않아 새로운 기분으로 읽은 책이다.

읽고나서 느낀점은 이 책을 단순히 성장소설로만 이해한다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내용

홀든은 또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했다. 평소 잘하던 영어작문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낙제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미 두어번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했던 홀든은 마음에 안드는 기숙사 동급생들, 선생들을 뒤로하고 기숙사를 떠나야했다. 학교에서 보낸 퇴학처리 우편물이 집에 도착하는 날짜는 수요일.

우편이 도착한 이후에 집에 가려고 계획한 홀든은 기숙사를 나온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뉴욕 집 근처의 호텔에 머무르기 위해 출발한다.

중2병 염세주의적 태도를 가진 홀든은 3일간 뉴욕 근처의 술집, 택시 안, 호텔, 클럽 등을 전전하며 택시기사, 창녀, 수녀 등을 만나며 이야기한다. 학교와 똑같은 그들의 위선에 역겨움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과 깊게 대화에 동참했던 이들에게는 호감도 느낀 홀든.

그의 동생 피비를 부모님이 파티를 가느라 안계신 날 밤 만나러 가고, 피비의 순수함과 오빠를 걱정하는 깊은 마음에 홀든은 마음에 구원을 받는다.

 


느낀점

 

이 책은 성장소설일까?


이 책은 겉보기엔 주인공 홀든이 타락을 극복해가는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시절의 작가들이 대개 그렇듯이 그렇게 소설을 읽으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홀든은 타락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홀든은 딱 중2병 걸린, 자기만의 확고한 세계 속에서 세상을 비난하는 염세주의자의 길로 추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떨어지고 있는 것은 홀든이 아니라 홀든을 둘러싸고 있는 미국의 정신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인데, 이 책은 돈 키호테라는 풍차를 향해 돌격하는 멍청한 기사에 대한 풍자와 비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책 전반에 퍼져있는, 희화화 속 우울함은, 오히려 순수한 기사도가 추구하던 가치가 사라져가고 있는, 당시 변하는 유럽 세계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이 책도 그렇게 봐야한다.

1950년은 지성인들에게는 일종의 파국과 같은 시대다. 개인을 발견하고 인간의 자유를 믿었건만 현실은 1차 세계대전과 히틀러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이성적인 독일인들은 히틀러에게 열광했을까?

근데 1차 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을 가져온 제국주의와 국가중심적 사고를 1870년대 예민하게 느꼈던 사람이 두 명 있으니 키에르케고르와 니체다. 이 둘은 인간과 국가, 인간과 공동체 간에 형성되어있던 건전한 긴장감이 민족, 국가의 이름으로 개인이 말살되고 긴장감이 사라지는데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였고, 이를 타락현상으로 봤다.

샐린저는 2차대전을 직접 겪으면서 인간이 추구해왔던,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긴 역사 속에서 발견한 본연의 가치들, 인간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되기 위해 소중히해왔던 가치들, 즉 진실성, 성실함, 삶의 책임을 짊어지는 태도, 자신의 분야에 최선을 다하는 직업정신, 예술에 극을 추구하는 아름다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표현의 자유, 여성성과 남성성, 인간 본연의 모습 등 우리가 진지하고 고귀하다고 여기는 가치들이 위선과 가식과 표피적으로 변하는데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이를 <호밀밭의 파수꾼>에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주인공 홀든의 불편할 정도의 비난과 염세주의가 주를 이루는데, 대부분이 위선과 가식에 대한 비난이다. 현대말로 풀이하자면, 먹방이나 보고, 맛집이나 찾아다니고, 아이는 안낳고 개를 키우던가, 진실에 대한 존중 없이 사회적 합의만을 떠들다던가, 줄창 자기계발서만 읽는다던가 이런 위선적이고 삶을 진지하고 깊이있게 살지 못하는 태도에 대한 비난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 홀든은 만나는 사람들 마다 진지한 대화를 하려고 시도하는데, 그 누구도 진지한 대화에 응해주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홀든을 미친것 처럼 여기는데, 심지어 홀든이 존경했던,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선생조차도 홀든을 이해해주는 척, 홀든의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척 하지만, 정작 홀든에게 '정신분석학'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면서 홀든이 타락하고 있음을 떠든다. 그래서 홀든이 갑자기 졸음을 느끼고 건성으로 대답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들이 샐린저가 예민하게 느꼈던, 인간 세상이 세속화하는데 대한 타락 현상이었고, 이를 홀든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왜 주인공을 고등학생으로 했을까?


왜 중2병 스러운 홀든을 통해 이런걸 표현했을까?

홀든은 고교생으로 사춘기의 끝에 있는 인물이다.

사춘기란 무엇일까? 인간은 아동기를 거쳐 청소년에 접어든다. 아기들은 자기 자신을 모른다. 오직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만 정의되고 생존할 수 있는 존재가 아기다.

그러나 성장은 어느순간 '내'가 누군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기를 제시한다. 바로 '에고'를 알게되는 시기인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정의하다 보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내 가치관의 범위와 세상과 접하는 접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럼 그때부터 거친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다. 나는 계속 성장하는데, 그 누구도 세상과의 접점에 대해 조언해주지 않는다. 나와 형제, 나와 부모, 나와 학교, 나와 사회 등 접점은 무수히도 많은데, 스스로가 안에서 성장하고 있는 에고를 정의하지 못하고, 심지어 자기 몸에서 성장하고 있는게 무엇인지도 모르니, 그 접점에서의 충돌에 반사회적 태도로 대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기이기에 갖고있는 순수함과 갈등이 공감할 수 있는 서사를 준다. 사춘기의 홀든은 그러나 누구보다도 예민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었기에, 비록 중2병 스럽지만 오히려 순수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거친 표현과 상스러운 언어들, 세상을 일차원적으로 보는 홀든의 태도는 반사회적이지만, 그가 이제 막 사회에 고개를 내미려는, 에고를 발견한 아이들이 갖고있는 순수한 가치들이 빌어먹을 세상과 부딛힘에서 오는 부조화를 혼란스러운 시기의 눈을 통해 보다 적나라하게 대조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호밀밭과 파수꾼은 무엇일까?


홀든이 호밀밭의 파수꾼을 언급하는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홀든이 왜 스스로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호밀밭에서 놀고있는 아이들이 낭떨어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고자 하였을까?

호밀밭이 뜻하는 것은 미국의 정신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미국을 지탱해주던 가치들을 뜻한다. 미국의 가치가 뭘까? 미국은 인간의 역사에서 유일하게 외부의 강압없이 탄생부터 개인의 근본적인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체제로 설계된 나라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미국 본연의 가치다.

홀든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싶다는 말을 통해, 미국의 가치가 낭떨어지로 떨어지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자신의 의지를, 작가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을 보면 홀든의 태도가 상당히 이해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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