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살면서 감당하기 힘든 슬픔과 고통을 마주한다. 특히 가족을 잃거나, 심지어 잃은 이가 아들, 딸이라면 평생 가슴에 묻고 지우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시간은 비수같던 기억과 감정도 무디게 만드는지라, 극복하진 못하더라도 다시금 생업에 돌아갈 수는 있다. 산 사람은 그래도 삶의 책임을 다하고 살아가는 것이 미덕이기 때문이다. 반면 그들이 일상으로 돌아 올 때 적응할 수 있도록 조용히 놔두는 것이 우리의 공민적 덕성이다.
세월호 사건은 큰 사고였고 비극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가치와 사명의 희생자가 아닌 사고의 희생자이기 때문에 유족들이 가슴에 묻고 가야할 아픔이다.
누군가에게 매년 너의 아들과 딸이 죽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면 그게 인간일까? 잘 치료받지 않으면 후유증을 감당할 수 없는 상처가 겨우 아물어 가는데 가서 딱지를 떼어버리는 것이 악마가 아니면 뭔가?
세월호 리본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갖고있는 비극에 대한 동정심은 감정적으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리본을 달고다니는 그들의 동점심은 천박하고 역겹다.
만약 세월호 사건 때 아이들을 구조하는데 도움을 줬거나, 유족들에게 밥이라도 사줬거나, 매년 기부를 하고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리본을 다는 행위는 그저 자신이 갖고있는 싸구려 동정심을 리본 하나로 갈음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정작 그 사건에 대해서 진지한 적도 없고, 아무런 도움조차 줘 본적 없는 인간들의 자기만족형 얄팍한 동정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싸구려 자기만족을 충족시키기 위한 희생 제물은 뭔가? 실제로 가족을 잃은 슬픔 속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아물지 않은 기억을 헤집고 고문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겹다.
'앗, 오늘 니 딸이 죽은 날이네? 감히 잊고 남은 가족들과 살려고 해? 그럼 안돼지~넌 평생 죽지 못해 살아야 해. 내가 못잊게 도와줄게 너도 울어줘. 기억할게!'
악마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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