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사회

한국인의 도덕성 리트머스지

어빈2 2021. 9. 3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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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시점 2018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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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개봉한 영화 <매드맥스>는 액션으로 포장된 전체주의에 대한 잔혹한 비판이다. 많은 사람들이 황량한 사막에서 펼쳐지는 자동차 액션에 열광한다. 그러나 그 자동차 추격씬을 벌이는 주인공들은 광인 집단으로부터 과감한 탈출을 진행 중이다.

자녀 생산의 수단으로 학대받는 여성들, 이들을 보호하려는 여전사, 생존을 위해 탈출을 감행하는 남자. 이들을 뒤쫓는 광인들에게 어떤 가치판단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 명의 영도자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은 다만 피냄새를 좇을 뿐이다. 이를 우리는 전체주의 중에서도 종교화된 사교 전체주의라고 할 수 있다.

어딘가 익숙한 설정 같다. 바로 우리 머리 위 현실, 북한이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간한 <북한인권침해 사례집>을 보면 북한의 참상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진실은 탈북자들의 증언에 근거하기 때문에 물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첫째 탈북자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 말은 의미가 없고, 둘째 모든 탈북자가 일관된 말을 한다는 것 때문에 다시 한번 그 말은 의미를 상실한다.

그들의 증언으로 탄생한 <북한인권침해 사례집>이 말하는 것은 한 가지다. 북한의 주민들은 강간, 살인, 폭행 등 반인권적 상황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 국회에서 한 연설에 나온 북한 사례들이 일상적이란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는 북한에 대해 동포, 민족, 우리끼리라는 말로 마치 북한을 하나의 정상적인 국가로 인정하고 가치판 단을 포기하는 못된 습관이 있다. 평양을 보여주는 뉴스들은 '어? 북한 사람들도 웃고 담소나누고 사람이 살만한가봐?', '북한에 높은 아파트도 있네. 역시 사람 사는 곳이긴 하구나' 등의 판단으로 우릴 선동한다.

그러나 아니다.

북한의 고층 아파트는 겨울이 되면 냉장고로 변한다. 아파트 안에서 불을 떼기 때문에 겨울이면 아파트에 연기가 자욱하다는 증언이 있다. 북한사람들이 웃는다고? 북한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없다. 어렸을때 부터 세뇌받아 사고가 정지되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순간 사상범으로 의심받는다. 남 앞에 연설하는 사람조차 써준 것 외엔 읽을 수 없다.

북한은 지난 20년간 40만명 정도가 정치범 수용소에서 사망했으며 고난의 행군때 약 300만 명의 아사자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인프라 부실로 97년부터 10년간 자연재해로 사망한 사람이 45만명으로 집계된다. 지금 이 순간까지 수십만명 단위로 사람이 죽는 곳을 '역시 사람 사는 곳이긴 하구나'라고 하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북한, 2019년 인구당 자연재해 피해 아시아 최대"

2019년 북한의 1천명당 자연재해 피해가 아시아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거듭되는 자연재해에 대응하려면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복구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

www.voakorea.com


바로 우리한텐 신나는 영화 <매드맥스>가 우리 머리 위의 현실이다.

그러나 한국 사람은 자신들의 풍요로움에 사로잡혀 북한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포기하고 있다. '북한도 하나의 체제이니까 인정해 줘야한다', ‘연방제가 좋지 않느냐’는 말은 발칙한 말이 아니라 바로 문명사적 발전을 역행하는 비인간적 소리다.

인간은 살인과 폭력, 강간을 지양하고 인권 신장과 차별 해소라는 방향으로 문명을 발전시켰다. 조선시대 노비는 자신의 어미가 강간을 당해도 관아에 고소할 수 없었다. 그러나 문명의 발전은 대한민국에 그런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우리 동포라는, 민족이라는 북한에 지금 이 시간에도 그런 것이 존재한다. 그런 비인간적인 상황에 대해 도덕적 가치 판단을 유보하거나 포기하는 한국인이 도덕적인가?

최근 이슈가 됐던 '조두순 석방 반대' 사건을 보자. 조두순은 석방까지 3년이 남았지만 사람들은 그의 출소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수백만명이 죽어가는 현대판 아우슈비츠에 갇힌 우리 민족에 대해서 생각 한 톨 안하는 사람이 조두순에 대해선 뭐가 할 말이 그리 많은가?

조두순은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북한에 비하면 어떨까. 임산부가 마취도 없이 낙태 수술을 당하고 만삭의 임산부가 집단 폭행 당하는 것이 비일비재한 곳이 북한이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에 비하면 어떤가? 최근 이영학은 자신이 망치로 개를 죽이는 모습에 딸이 겁에 질렸을 것이라 말한바 있다. 북한은 6~7살 아이들을 공개처형장 맨 앞에 앉힌다. 6~7살 아이가 사람이 총살 당하는 장면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보는건 이영학에 비해 어떤가.

한국인은 도덕성을 판단하는 가장 좋은 리트머스지는 북한 문제다. 현재 정권은 말할것도 없고 많은 시민들도 북한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에 대한 현실을 바라보지 않으면서 조두순을 어쩌니 이영학을 어쩌니. 그러면서 북한을 우리 동포라고 말하는 한국인의 인지 부조화를, 도덕의 공백을 우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연말 바로 옆에 흘러 나오는 방송은 아프리카에서 굶어 죽는 아이들에 대한 기부를 요청하고 있는 방송이다. 그 방송을 보고 가슴이 아프다면 그 슬픔의 눈으로 북한을 바라보자.

북한 문제는 고리타분한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좌우의 문제라고? 이건 북한의 문제이기 이전에 이 지구에 사는 인류의 문제이며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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