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사회

남 탓, 그만좀 해!

어빈2 2021. 9. 2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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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손은 조상을 원망하고, 후진은 선배를 원망하고, 우리 민족 불행의 책임을 자기 이외에 돌릴려고 하니, 대관절 당신은 왜 못하고 남 탓만 하시오.

- 도산 안창호

 

<오이디푸스 왕>은 소포클래스의 희극으로 읽어보진 않아도 내용이 워낙 유명하여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책이다.

 

오이디푸스가 태어날 장차 아이는 아비를 죽이고 어미와 동침할거라는 신탁이 내려진다. 그러자 왕은 이를 두려워한 나머지 아이를 버리게 된다. 그러나 옆나라의 공주에게 구해져 나라의 왕자로 자란다.

 

성인이 되어 길을 가던 자신의 친아버지와 길에서 시비가 붙어 아비를 죽이게 되고 나라를 점령하여 어미와 결혼한다. 사이에 일렉트라라는 아이를 낳게 된다. 물론 오이디푸스는 전혀 모르고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국가적인 재난과 재해가 자주 발생하고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뭔가 잘못했는지를 찾다가 결국 자신이 아비를 죽이고 어미와 결혼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는 한치 앞도 못보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탓하면서 눈을 뽑고 일렉트라와 같이 떠나게 된다.

 

오이디푸스 증후군이나 오이디푸스 효과와 같은 심리학 연구에도 이름이 붙어있는 <오이디푸스 왕>에서 재미있는 것은 국가적 재난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오이디푸스가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찾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의도하진 않았지만 스스로가 문제임을 알게된다.

 

인간은 남 탓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유는 남 탓을 하면 자신의 잘못이 면책되기 때문이다.

 

좋은 예로 요즘 젊은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헬조선, 금수저가 있다. 자신의 금전적 위치가 타인에 비해 낮다고 생각해서 헬조선, 금수저라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은 행동을 면책하는 것이다. '사회가 꼬라지니까 내가 이런거야' 라는 주장을 하며 국가를 저주하고 나보다 잘사는 사람을 저주한다.

 

이런 현상이 사실에 근거한다면 그것은 개혁이 필요한 사회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무지와 무능을 보여준다. 어느 지표를 봐도 김대중, 노무현 정권때 양극화가 점점 심해졌고 노무현 대통령 말기에 지니계수가 가장 나빴으며 오히려 지금은 서서히 개선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란 이름의 통계다. 물론 문재인 정권 때 다시 나빠지고 있다.

 

그때가 좋았고 점점 사회가 지옥으로 간다는 뜻의 헬조선은 현실과 동떨어진 머릿속에만 있는 것이다. 사실관계보다 마음의 위안을 위하여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행태를 남 탓으로 정당화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것은 개인의 문제고 사람의 인생이니 그러려니 있는데 국가 단위의 남탓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모두의 도덕성을 해친다는 면에서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있다.

 

좋은 예로 친일파가 있다.

 

흔히들 조선 멸망의 원인을 소수의 친일파, 을사오적 탓을 한다. 2000년대 초부터 2012 까지 역사 교과서는 을사조약을 을사늑약이라고 하고 이완용, 권중현 3인을 을사오적이라 하여 조선을 망친 주범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조선 후기 양반의 착취와 고통받았던 백성들이 동학도가 되고 그들이 결국 일진회를 만들어 일본에 조선 병합을 요구했다는 것은 조선이 망한 이유가 친일파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친일파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단어에 주술적 의미를 부여하고 소수의 인간에게 낙인을 찍음으로써 그때까지 추악했던 우리 내면의 모습을 면책하고 한 순간에 친일파를 배척하는 '우리는 한민족' 이란 이름으로 변질된다.

 

우리는 순수한 백의 민족이었는데 친일파가 순수성을 가혹하 해친것이라는 명제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다.

 

여기서 심각한 것은 공공의 적을 만들어서 내부의 단합을 꾀하는 전략을 위해 사실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이완용을 매국노라 알고 있지만, 그 당시의 실록, 승정원일기를 보면 매국노는 고종이라는 것이 명백하고 이완용은 고종의 매국 명령을 충실하게 시행한 충신이라는 것을 있다. 그런데 우리 교과서는 이런 말을 써놓지 않았다.

 

민족주의 사관은 무장투쟁만 독립운동이고 나머진 의미 없다는 뉘앙스의 이상한 역사관을 갖고있다. 웃긴건 사람들은 무장투쟁만 옳고 임시정부 이런건 바보짓인데 2000년대 들어서 건국절 이야 기가 나오니까 느닷없이 임시정부가 적통이라고 임시정부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념도 없고 일관성도 없는 역사 왜곡이 국민들의 도덕성을 해치고 거짓위에 정의를 세우는 것이다.

 

이렇듯 남 탓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공민적 도덕을 해치며 왜곡된 사실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해결조차 불가능한 일을 만들고 부질없는 갈등만 야기한다.

 

남탓이나 사회탓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자신에게 어떤 잘못이 있는가를 보는것이 보다 건전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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