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경제

폭리의 정당성

어빈2 2021. 9. 20.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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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어느 해에 큰 홍수가 터져 한양도성의 쌀가게가 모두 물에 젖고 쌀값이 폭등했다.

그러자 왕이 긴급히 교지를 내려 '홍수 피해가 막심한데 미곡상들이 곤궁한 처지의 백성들을 돌보기는 커녕 폭리를 취한다. 적발되는 대로 모두 목을 베어라'고 지시를 내렸다.

이때 한성부에 있던 연박지원이 왕앞에 나서 아뢰기를

'아니 되옵니다. 지금 한양의 쌀값이 올랐다는 말을 듣고 전국의 쌀 장수들이 쌀을 등에 지고 한양으로 오는 중인 데 비싸게 팔았다고 해서 목을 베라 하시면 결국 장사치들은 돌아갈 것이고 한양 백성들은 모두 굶어 죽을 것입니다.' 라고 했다.

이에 왕이 그 말을 알아 듣고 교지를 회수하였고 며칠 지나지 않아 전국의 쌀이 한양에 몰려들면서 쌀부족이 해소되었다.

 

박종채의 과정록에 기록된 이야기로 얼마나 조선후기의 실학자 박지원이 시장경제에 대해 뚜렷한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있다.

 

우리는 조선후기의 역사를 배우면서 실학자들이 비록 정권의 중심부에 가지 못했지만 그들이 갔었다면 조선이 바뀌었을 지도 모른다고 배운다. 그러나 정작 박지원, 박제가 등의 어떤 사상 문에 그런것인지는 배우지 않는다.

 

마이클 센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우리나라에서 빅히트를 치고 현재는, 사놓고 안읽는 순위권에 있다는데, 여하튼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허리케인이 닥쳐 마을이 황폐화 됐는데 거기서 폭리를 취하는 상인들은 도덕적으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연암 박지원과 센델은 같은 것을 두고 완전 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떤 것이 옳은 것일까?

 

재밌는 것은 센델이 얘기한 2004 허리케인 폴리로 인한 재난 사태에서도 가장 먼저 물건을 싣고 도착한 것은 연방정부의 구호물품이 아니라 월마트의 트럭이었다.

 

가격이 높다는 것은 지역에 만큼 장사가 된다는 뜻이다. 가격이 신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소 집에서 몇분 안되는 거리에 있는 편의점에서 원하는 물건을 적정 가격에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시장의 본질이다.

 

폭리는 허리케인 같은 재난 때 일어나는 희귀한 현상이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은 정보 비대칭에 의한 폭리를 거의 차단하고 있다. 그와 같이 평소 폭리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세한 가격 차이라도 있으면 민감한 상인들에 의해 바로 공급이 되고 결과 우리가 어디서든 같은 품질의 물건을 적당한 가격에 있도록 일상을 물질적으로 안정된 상태로 만들어 주는 것이 시장의 본질이다.

 

그러나 그것은 태양과 공기의 이점처럼 당연히 여겨지게 때문에 편익을 인식하지 하는 것과 같은데, 시장에 의한 물질적 안정감 때문에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인식을 하고 있다. 그래서 마이클 센델류의 시장적 주장을 타당한 처럼 느끼고 심지어 정부조차 거기에 동조해서 반시장적인 정책을 내놓는다.

 

그것이 결국 시장을 규제하고 청년실업, 수출감소, 성장률 감소 수많은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조선 후기에 박지원이나 박제가가 상업을 천시하는 주자학적 세계관을 한탄하며 나라가 망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던 감정을 지금 우리는 느낄 있다. 그리고 그들을 기용하지 않았던 조선이 망했는지를 지금 우리는 실에서 목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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