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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 - 복거일

어빈2 2021. 5. 1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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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복거일

평점 7

 

개요

영어 공용화론은 꽤나 오래된 논쟁으로, 지금은 쉬쉬하고 있지만 그것이 의미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얘기를 꺼낸 사람은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다굴을 당하기 때문에 아무도 그 이야기를 꺼내려는 사람이 없어서이다.

 

영어 공용화론은 2003년 즈음, 작가 복거일의 주장으로 점화되었는데, 당시 아시아에서는 필리핀, 싱가폴, 인도 등 이미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국가들이 있었고, 그 중 필리핀을 제외하고 싱가폴의 경우 1인당 GDP 6만 달러의 고지를 넘어 1인당 GDP순위 세계 8위의 강국이 되었으며, 인도는 비록 후진적 인프라와 사회적 폐습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포션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연계하는 사업이 늘어나면서 영어 공용화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영어 공용화론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고 나라 전체의 이슈가 되어 국가적인 결정을 한 적이 있는데, 일본 국민들은 영어 공용화를 반대했고 결국 무산되었다. 프랑스는 알려지기로는 자국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다고 하지만 프랑스의 젊은 사람들은 영어를 배우는데 무척 열심히며, franglish라는 프랑스식 영어 단어조차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 정도니 영어는 세계 공용어로서 확실히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영어의 공용어화가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을 무렵, 우리나라에선 유난히 그 문제에 대해 조용했는데, 그 이유는 언어야말로 가장 민족주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한글 얘기만 나오면 '어떻게 감히?'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오는데, 신기하게도 이는 적당한 근거가 없어도 온 국민에게 심정적으로 통하는 이유가 된다. 

 

그렇다면 민족주의적 이유가 얼마나 무의미하고 위험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으나 이 책은 그런것 까지 쓰고있지 않으며, 그런 짓을 해도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아예 서문에서 영어 공용화론을 어느정도 수긍하고 찬성하는 사람들이 확고한 논리를 가지고 찬성할 수 있게 하려함을 그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영어 공용화론의 찬성 근거의 가장 큰 부분이 민족주의적 언어의 포기를 전제고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어가 결과적으로는 어느 언어가 그랬듯이 국제어에 밀려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박물관 언어가 될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영어 공용화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내용

이 책은 영어 공용화가 왜 필요하고 한국어가 결과적으로 어째서 사라질 수 밖에 없는지를 경제적 관점에서 논하고 있다. 투 트랙으로 설명하는데, 첫째는 현재 영어를 공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 둘째는 영어가 공용어가 됨으로써 국제적 경쟁력 향상으로 얻는 이익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대 주장들도 하나하나 언급하며 말그대로 도장깨기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럼에도 책이 굉장히 얇은데, 이정도로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책인데도 얇다는 것은 오히려 그만큼 영어 공용어에 대한 반대 논리가 부실하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 처음엔 충격을 받고 거부감이 들지만, 마지막 장을 넘길 땐, '그래...영어 공용화론도 한번 해볼만 한거 같긴 해' 라고 묻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느낀점

지구에 사는 인류 공동체의 관점에서 봤을 때, 경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영어 공용화는 찬성할 수 밖에 없다. 한국어를 대단히 민족주의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한글이 갖고 있는 전통과 문화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지만, 첫째 영어 공용화는 공용어를 영어와 한국어 두 개로 쓰지는 것이지 한글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고, 둘째 한글 문명이라고 해봤자 100년도 안됐다는 것이다.

 

한글이 사람들에게 보급되어 처음 교육된 것은 일제시대이다. 한글의 탄생이야 세종 때 부터라고 해도, 그것이 실제로 쓰인지는 100년이 안되었다. 게다가 일제 시대때 한국을 통치하려고 하니 문맹률이 너무 높아서 한글을 가르쳤으나 궁극적으론 조선을 일본으로 병합하려 했기 때문에 한국어 대신 일본어를 적극적으로 권장했다는 점에서 일제시대에 한글 문화가 자유롭게 발전했다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정작 한글 문화의 역사란 6.25 전쟁 이후, 70년 남짓인 것이다.  

 

60년 동안의 한글 문화를 지칭하여 전통 문화라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허구를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 우리 역사에 남아있는 모든 전통문화는 한자 문화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영어 공용화를 공론화시켜 국민들이 선택하게 하였고 거부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신성모독이라 여겨 이슈화 하지조차 않았다. 영어가 공용어로써 이미 확고하게 자리 잡은 지금 오히려 늦은것일 수도 있다. 찬성하든 반대하든 공론화가 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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