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경제

마이크로소프트 독점 사건

어빈2 2021. 9. 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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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워낙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비록 지금은 윈도우를 깔고도 크롬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수 년 전만 해도 윈도우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던 OS와 프로그램이었다.

 

이에 대해 몇몇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윈도우를 샀는데, Okay 윈도우가 좋아서 산거까진 좋은데 왜 익스플로러도 같이 들어있는거야?"

 

마치 우리가 스마트폰을 쓰면서 항상 불편하게 느꼈던, 지금은 많이 완화된, 통신사 어플 문제가 1990년대 마이크로 소프트에도 제기됐던 것이다.

 

"내가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하는데 왜 살 때부터 KT, SKT 어플이 깔려있는거지? 니들이 무슨 권한으로?" 와 같은 문제인 것이다.

 

'브라우저 전쟁'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1990년대 말 마이크로소프트와 넷스케이프 사이에 벌어진 일로, 1998년 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반독점법 위반으로 기소한 사건이다.

 

그 이유는 위의 문제의식처럼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OS에 인터넷 익스플로러 브라우저를 끼워팔았기 때문이었다.

 

보통 윈도우 같이 기기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를 '운영체제'라 하는데, 컴퓨터에는 윈도우, 핸드폰에는 안드로이드 등이 운영체제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인터넷 웹에 연결시켜주는 소프트웨어(브라우저)를 뜻하는데, 익스플로러, 크롬 등이 이에 해당된다.

 

즉 두 개가 다른 것임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OS를 판매하면서 그 안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라는 브라우저를 합쳐서 팔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1997년 10월 인터넷 익스플로러 4.0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익스플로러의 시장 점유율은 18%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72%는 넷스케이프의 '네비게이터'였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익스플로러 끼워팔기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은 완전히 뒤집어졌고, 아무도 넷스케이프의 네비게이터를 쓰지 않게되었다. 결국 1998년 넷스케이프는 아메리카 온라인이라는 PC통신업체에 매각됐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미 법무부가 나섰다.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를 반독점법으로 기소한 것이다.

 

미 법무부의 주장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반독점법 위반으로 끼워팔기를 했기 때문에 경쟁기업이던 넷스케이프를 시장에서 퇴출시킨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1998년, 미국 연방법원은 미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001년 미 연방법원은 입장을 바꿔 마이크로소프트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사건이 마무리되게 된다.

 

이때 미 연방법원이 주장한 원칙은 '합리의 원칙'이다.

 

합리의 원칙이란, 문제의 행위로 발생한 사회적 손실이 이익보다 클 때만 위법이라고 판단한다는 원칙이다.

 

즉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에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았다고 해도 그게 소비자에 게 편리와 유용을 제공했다면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독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알아야 하는데, 바로 시카고 학파의 독점에 대한 해석이다.

 

기존의 논리는, 독점은 시장을 경직화 시키고 독점 이윤을 올리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독점은 나쁜 것이라고 배운다.

 

그러나 시카고학파에서 제시하는 독점에 대한 새로운 시선은 이렇다. 시카고 학파는 현실 속 끼워팔기를 시장 독점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상품 판매의 효율성의 차원에서 이해했다.

 

1) 생산 및 유통 비용 절감

2) 거래 비용 절감

3) 더 좋은 제품 생산

4) 가격 차별

 

이 네 가지 측면에서 기업은 끼워팔기를 통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이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끼워팔기란 독점을 위한 기업의 불법적 행위가 아니라 소비자 만족의 극대화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독점을 이해하게 되면, 독점은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 행동의 필연적 결과가 된게 된다.

 

예를 들어, 삼성이 스마트폰을 정말 잘 만들어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그 독점 상태는 '삼성이 스마트폰을 잘 만들었다=그 만큼 수 많은 소비자가 삼성 스마트폰을 좋아하고 선택한 것' 이라는 해석이 도출된다.

 

미 연방정부의 법무부 장관과 연방고등법원 판사를 지낸 로버트 보크는 '경쟁은 경쟁자가 있는지 없는지 여부가 아니라 효율성이 극대화 되는 상태'로 정의했는데, 이는 시장 경쟁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시장 경쟁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며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고자 노력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경쟁자 없이 독점적인 상태라고 해도 소비자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개선하는 노력을 한다면, 시장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경쟁자가 아무리 많더라도 서로 담합해 소비자 선택권을 박탈한다면 결코 정당한 경쟁이 이뤄진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익스플로러 끼워팔기를 했지만 이를 통해 독점이익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반독점법이 태어나게 된 계기가 된 '석유왕' 록펠러의 경우에도, 석유 가격을 덤핑치며 그렇게 낮췄지만 이후 독점 사업자가 되고 나서 독점 이익을 받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든 경쟁자가 치고 들어올 수 있는 시장 경제에서는 독점했다고 독점 가격을 받는 행위 그 자체가 도전자들을 불러 모으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도 지금까지 윈도우 독점을 하고 있으나 독점이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익스플로러는 구글 크롬에 점점 자리를 내 주는 추세며, 브라우저가 OS랑 통합된 새로운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즉 어떤 산업이 지금 이 순간 독점적인 자리를 차지하더라도 기술의 발전은 영원히 그 회사가 독점을 유지하도록 놔두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에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다면 시장은 대체적으로 모두에게 이로움을 준다. 이번 우한 코로나 사태로 발생한 마스크 부족 사태는 바로 정부의 '보이는 주먹'이 사장에 개입했을 때 소비자들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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