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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주홍글씨 - 나다니엘 호손

어빈2 2021. 9. 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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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나다니엘 호손
평점 6

개요
이 책은 1850년에 발표된 소설로 흔히 <주홍글씨>라고 잘못 알려진 책이다. 본래 영어제목은 Scarlet letter이고 내용 또한 A라는 글자를 가르키고 있기 때문에 <주홍글자>가 맞는 번역이다. 내가 본 책은 하도 옛날 책이라 <주홍글씨>라고 되어있고, 이미 한국에선 '주홍글씨'가 고유명사로 자리잡은 상태이긴 하다.

여하튼 '낙인'이란 뜻으로 사용되는 '주홍글씨'지만 실제 내용은 물론 낙인이란 뜻도 있지만 훨씬 복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주인공 헤스터 프린과 주홍글씨와의 관계의 변화, 그리고 소설의 배경인 초기 미국, 청교도 윤리가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는 정교일치 사회에 대한 조소와 비꼼이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내용
총 24장으로 되어있는 이 책은 주인공 헤스터 프린이 마을 처형대에서 공객적으로 수치와 모욕을 받으며 시작한다. 처형대 위에서 자신을 조롱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헤스터 프린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품에 안긴 아기를 가슴팍으로 끌어들여 주홍글자 A를 가리려고 하지만 이내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가슴팍의 주홍글자 A를 드러낸다.

처형대 위의 관리들과 목사들은 다시 한번 헤스터 프린에게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묻지만, 헤스터 프린은 결코 함구한다.

결국 마을 외곽의 작은 초가에서 평생을 주홍글자를 가슴에 달고 살아야하는 처벌을 받은 헤스터 프린, 그녀는 처형대에서 문득 자신을 강렬하게 바라보는 노인과 눈이 마주친다.

다시 감옥에 들어온 헤스터 프린과 아기, 계속해서 울고 있는 아기 때문에 간수가 의사를 부르게 되고 의사가 들어와 환자와 둘 만 남게 해달라고 한다. 그 의사는 처형대에서 눈이 마주친 노인이자 바로 헤스터 프린의 남편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로저 칠링워스로 바꾼다고 말하고 헤스터 프린에게 아기의 아버지가 누군지 다시 한번 묻는다. 헤스터 프린은 절대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결국 로저는 그 아버지는 자신의 능력으로 찾아 복수할테니 자신과 헤스터가 부부관계라는것을 함구해 달라고 한다. 헤스터는 죄책감 때문에 이를 받아들인다.

형기가 끝나고 마을 외곽에서 자신의 딸과 살게 된 헤스터, 헤스터는 아기의 이름을 펄(진주)라고 지어준다. 다행히 헤스터는 바느질에 재주가 있었고, 딸과 둘이서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몇 년이 지난 어느날, 헤스터는 마을 관리들이 자신의 딸이 부정한 여자의 손에 자라나는 것이 위험하다 판단하여 자신과 딸을 떼어놓으려 한다는 소문을 듣게된다.

딸과 같이 관리의 집을 방문한 헤스터는 절대 딸을 내어줄 수 없다고 하는데, 다행히 관리의 집에 있던 딤즈데일 목사가 헤스터를 변호해주면서 헤스터는 딸을 뺏기지 않게 된다.

그 당시 헤스터의 남편인 로저는 자신의 지식을 이용하여 이미 마을에선 유명한 의사로 소문이 나있었으며, 본인의 능력을 사용해 펄의 아빠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는 딤즈데일 목사와 특히 친하게 지냈었는데, 이는 딤즈데일 목사가 헤스터의 담당 목사이기도 했고 또 갈수록 몸이 쇠약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과 관리들은 날이 갈수록 몸이 쇠약해지는 젊은 딤즈데일 목사를 위해 넓은 집을 마련해주게 되고 그 집에서 일종의 주치의로 로저가 같이 살게 된다. 둘이 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로저는 쇠약해지고 있는 딤즈데일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병이 호전되지 않았고, 로저는 딤즈데일이 마음에 병이 있음을 추측하게 된다.

어느 날 딤즈데일은 한밤 중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마을을 걷고 있었다. 그는 헤스터가 공개 모욕을 당했던 처형대에 올라가서 슬퍼하던 중 관리의 죽음으로 수의를 맞추기 위해 관리의 집에서 임종을 지키고 집으로 돌아가던 헤스터와 펄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사실상 딤즈데일이 펄의 아버지이자 헤스터의 정부인것이 밝혀진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온 딤즈데일은 평소와는 다르게 매우 깊게 잠이 들었고 이를 바라보고 있던 로저는 딤즈데일의 가슴팍을 풀어헤쳐보게 된다. 그리고 그 가슴팍에는 딤즈데일이 새긴 주홍글자 A가 새겨져있었다.

헤스터는 몇 년간 마을 외곽에서 사람들의 조롱을 받고 살았지만, 천성이 착하고 남을 돕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언제든 마을에 일이 터지면 솔선수범해서 돕곤 했다. 그래서 그녀의 주홍글자 A는 adultery(간통)의 A가 아니라 angel, able의 A로 사람들에게 인식이 바뀌고 있었으며 처음엔 죄악의 여자라고 손가락질 했던 사람들도 헤스터를 어느정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헤스터는 로저를 만나 이제 7년간의 복수는 그만 할 것을 요구하지만 로저는 거부한다.

숲속을 산책하던 헤스터와 펄은 딤즈데일을 만나게 되고 헤스터와 딤즈데일은 서로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로저의 정체에 대해 말하자 처음엔 분노했던 딤즈데일이 결국 헤스터를 용서하고 둘은 3일 뒤에 있을 선거 축제 날에 배를 타고 영국으로 도망가기로 한다.

선거 축제날은 전통대로 딤즈데일 목사가 대중들 앞에서 예배를 드려야 되는데, 예배가 끝나고 미리 예약한 배를 타고 가려는 계획이었다.

선거 축제날 당일, 그러나 로저가 그들의 계획을 파악하게 되고 모든게 들통났다고 생각한 딤즈데일은 예배를 드린 후, 헤스터가 치욕을 받았던 그 처형대 위에 올라가 모든 사람들 앞에 자신의 죄악을 고백하고 헤스터의 품 속에서 조용히 숨을 거둔다.

복수의 대상을 잃어버린 로저 또한 1년이 채 안되 죽게 되고 로저는 죽기 전 자신의 꽤 많은 유산을 모두 펄에게 상속한다. 헤스터와 펄은 영국으로 건너간다.

수 십년이 지난 후, 헤스터는 혼자 보스턴에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주홍글자 A를 자신의 가슴에 달고 살다가 나이가 들어 죽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조금은 떨어진, 그러나 딤즈데일 목사 바로 옆에 묻히게 되고, 그 자리엔 주홍글자 A가 새겨진 비석만이 하나 놓이게 된다.

느낀점
오래된 번역판을 읽다보니 상당히 조잡하게 쓰여있는데, 이는 오래된 책이기도 하지만 번역이 아주 허접해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재미있게 진행되는 책인데, 대사보다는 작가의 설명과 내면 묘사가 많아서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다.

작가는 청교도적 윤리에 상당히 비판적인 사람이라 되어있는데, 이 책도 종교에 대한 얘기가 상당히 많이 나와있다. 그래서 미국 개척시대 초기에 청교도적 윤리 속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이 얼마나 융통성 없이 꽉 막혀있는지, 또 그런 와중에서도 간통을 저지르고도 헤스터만 희생당한 상황을 조명하면서 목사들의 이중성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홍글자는 보통 한국에서 '낙인'이란 의미로 많이 사용되는데, 이 책에서도 처음엔 낙인처럼 사용된다. 간통했다는 죄목으로 평생을 한 여성이 가슴팍에 A라는 주홍색 글자를 달고다니게 만드는 형벌, 너는 더러운 여자라는 것을 평생을 기억하고 모욕받으라면서 살으라는 내용은 '낙인'의 뜻을 정확하게 나타낸다.

그러나 조금 복잡하기도 한데, 처음엔 A라는 글자에 지배당하던 헤스터의 인생은 헤스터 스스로의 마치 성녀와 같은 이타적인 행동 등으로 사람들에게 다르게 기억되기 시작한다. 어떤 존재를 규정하던 글자가 그 존재의 주체적인 행위로 인해 존재가 글자를 규정해버리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상당히 재미있는데, 즉 낙인으로 시작되었지만 그것이 평생을 옥죄는 운명이 될 수 있을지라도 결국 본인이 어떻게 행동하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단순히 사회적 낙인과 억압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선택에 대한 찬가라고 볼 수 있다. 딤즈데일 목사와의 사랑과 자신의 선택으로 펄을 낳았고, 비록 타의에 의해 청교도 사회에서 추방되었지만, 오히려 그 굴레가 없어지면서 헤스터는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오히려 청교도 사회에서 '성녀'라는 이미지로 다시 받아들여지는, 일종의 비극적 주인공의 왕의 귀환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여타 비슷한 류의 소설들이 결국 사회에 의해 부숴지는 개인을 다뤘다면, 이 책은 더 나아가 이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 사회의 불합리한 억압은 그 대로 폭로하면서 동시에 개인과 자유에 대한 찬가를 드러낸 상당히 시대를 앞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딤즈데일과 헤스터가 같은 곳에 묻히면서 그 마지막까지도 니들은 간통한 인간들이야 라는 A를 비석으로 만드는 그 청교도적 비열함이 마지막까지 드러내면서 작가의 청교도에 대한 처절한 비판을 느낄 수 있었다.

헤스터의 딸 펄은 이 책에서 상당히 기괴하게 나온다. 펄은 매우 말괄량이처럼 나오는데, 자주 등장하는 묘사는 꼬마 악마라는 단어다. 그러나 딤즈데일이 죽고 로저도 죽고 난 뒤에 펄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고 행적도 ~카더라라고 나오는데, 이는 그녀가 헤스터와 딤즈데일의 '양심의 죄'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딤즈데일과 헤스터의 양심의 거리낌이 사라진 이후 펄의 역할도 끝나게 된 것이다. 도중에 헤스터가 어떻게든 펄을 자신의 곁에 두면서 동시에 그 아이를 바라보며 고뇌에 빠지는 것도 그것이 뗄 수없는 죄 그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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