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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착한 영 - 도스토예프스키

어빈2 2021. 8. 1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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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도스토예프스키
평점 4

개요
이 책은 단편소설로 바로 전에 읽었던 <백야>의 뒷부분에 수록되어있던 소설이다.

내용
전당포를 운영하는 나는 어느날 전당포를 찾아온 10대 중후반의 소녀를 보고 호기심에 빠진다. 어려보이지만 너무나 힘들어보이는 그 소녀는 값싼 것들을 전당포로 가지고 와 돈을 바꿔가곤 했다.

하녀를 시켜 조사해보니 소녀는 부모 없이 두 명의 숙모 밑에서 자라고 있는데 거의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공부를 하여 가정교사를 하고싶어 했고 가정교사 광고를 내기 위해 전당포에서 돈을 타갔던 것이다.

좀 더 알아보니 소녀는 두 번이나 이혼한 식료품집 남자의 구애를 받고 있으며, 숙모들은 소녀를 팔 생각을 하고 있었 다. 몇 번 전당포를 찾아오는 소녀를 보며 사모하는 마음이 커진 나는 소녀를 찾아가 프로포즈를 한다.

그러나 이쁜 결혼생활은 없었다. 나는 소녀를 그 무엇보다도 사랑했지만 엄격하게 대했고 처음엔 소녀가 사랑받고자 많은 행동을 했으나, 차가운 태도에 곧 소녀는 시들해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소녀가 나를 대하는 태도에 비웃음이 묻어나오게 되고 상처를 받은 나는 소녀의 뒤를 캔다.

내가 군 복무를 할 때의 전우를 만나는 소녀를 보며 절망에 빠지지만 소녀를 용서하고 아무런 거짓 없이 소녀에 대한 사랑을 모두 표현한다.

자신을 버린줄로만 알았던 소녀는 나의 사랑 표현에 당황한다. 처음에는 울음을 터뜨리며 나의 사랑고백에 안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녀는 시들해져간다. 몸이 쇠약해지는 소녀는 결국 드러눕게되고 급히 의사를 부르러갔다 집에 와보니 소녀는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후였다.

느낀점
의외로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나의 독백이 굉장히 많지만 호흡이 빠르고 흡입력이 있어서 쉽게 읽힌다. 도중에 작가의 여러 성향이 드러나지만, 소설로서의 재미도 충분하다.

백야와 비슷하게 지고지순한 가치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녀가 자살한 이유는,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했고 그에 대한 보복으로 남편을 비웃고, 남편의 전우와 불륜을 저질렀는데, 웬걸 남편은 오히려 자신만을 사랑했고 이를 깨달은 소녀는 자신이 그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불명예스럽게 군을 제대하고 전당포를 하고 있었는데, 소설 내내 자기 합리화를 하지만 결국 아내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면서 자신의 열등감과 자격지심을 모두 내려놓는다.

자신이 군을 제대한 것이 비록 이유가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자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여전히 갖고 있던 열등감을 고백하고, 전당포를 통해 돈을 벌지만 전당포업 자체를 경멸하는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함으로써 아내에 대한 자신의 엄격함과 차가움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의 엄격함은 아내가 자신의 열등감을 마주했을 때 아내조차 자신을 무시하거나 싫어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던것 같다.

남편을 오해했던 아내는 그러나 남편의 솔직함과 지고지순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음을 곧 깨닫게 된다. 자신은 남편을 무시했고, 남편이 싫어하는 남편의 전우와 불륜을 저질렀던 것이다. 한쪽에서 오는 사랑이 순수하다면 그 반대편에서 사랑에 응하는 사랑 또한 순수하고 고결해야 함에도 아내는 자신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위치에 왔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하는게 과연 결과적으로 남편에게 또 다시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도스토예프스키는 일본스러운 미학을 표현하고 있는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이데아와 같은, 고결한 가치가 있고, 그 가치 앞에서 인간의 생과 사는 그저 가치의 유무에 따라 결정된다는 서술 방식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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