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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상징의 탄생 - 박성현

어빈2 2021. 8. 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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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성현

평점 8

 

개요

이 책은 인류 진화과학을 다루는 책으로, 왜 여러 종의 호모 속(genus) 중에서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았는지를 과학과 인문학을 바탕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오직 호모 사피엔스만이 개인의 지능과 이니셔티브를 발달시키고 동시에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전천후 적응능력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호모 속이 유일하게 생존한 이유라고 한다.

 

인류진화과학 서적의 측면에서는 굉장히 디테일하고 처음 듣는 정보들이 들어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작가가 제시하는 가설은 탁월하다.

 

내용

투 트랙으로 구성되어있다. 첫 파트는 현생인류가 어떻게 진화해왔는가를 과학적 근거를 들어 다루고있고 두 번째 파트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 곳곳으로 이동하면서 사회성과 개인성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를 다룬다.

 

600만년 전에서 300만년 전까지 시기 동안 기후가 변화무쌍해지면서 아프리카에서는 숲, 건조초원, 습윤초지가 한 공간 안에 뒤섞이는 모자이크 지대가 여기저기 생겨났다. 숲을 근거지 삼아 대낮 땡볕 아래 초원과 초지를 드나들기 위해 두발 걷기가 시작되었다. 손이 해방되었으며 막대기와 돌멩이를 들고 다녔다. 다른 한편으론 물건을 운송할 수 있게 되었고, 핵가족, 분업, 새끼 돌보기(품앗이 - 무리의 암컷이 다른 암컷의 새끼를 돌봐주는 것)가 시작되었다.

 

처음엔 뒤뚱거렸지 만 200만년에 걸쳐 두발걷기에 적합하도록 뼈대가 바뀌었다. 두뇌 사이즈는 침펜지랑 비슷한 오렌지 정도의 크기(400cc)였으나 두뇌발달 유연성을 높였기 때문에 지능이 훨씬 높았다. 두뇌발달 유연성은 태어난 다음에 세상과 접촉하면서 두뇌가 발달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대표 생명종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이다.

 

290만년 전에서 80만년에 이르는 시기동안 기후가 한층 더 건조해지면서 아프리카 전체가 사막 및 사바나 초원으로 뒤바뀌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숲을 완전히 떠나 초원을 서식지로 삼는 생명종인 호모 속(genus Homo)이 등장했다.

 

돌을 깨서 석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자연발화된 불씨를 사용했다. 두뇌는 1,000cc 정도로 커졌고 온몸에 털이 없어지고 외분비 땀샘이 생겼으며 피부가 검게 변했다. 이를 통해 체온조절이 용이해졌으며 장거리 구보-평보 능력이 생겼다. 대표 생명종은 호모-에렉투스이다.

 

80만년 전에서 7만년에 이르는 시기 동안 기후는 더 가혹해졌다. 춥고 건조한 기후와 따뜻하고 습한 기후가 1천년을 주기로 바뀌곤 했다. 호모 생명종은 아프리카와 유럽 두 군데에서 각각 진화했는데, 둘 사이의 공통 선조는 70만년 전 쯤 갈라졌다.

 

유럽에서 약 40만년 전 네안데르탈이 등장했고 아프리카에선 약 20만년 전 상징능력을 갖지 못한 '뼈대에 관한 현생인류'가 등장했다. 두뇌는 1,400cc로 더 커졌으며 정교한 석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불을 피워 사용하였다.

 

7만년 전에서 1만 1700년 까지의 시기 동안 아프리카에서 상징능력을 가진 무리가 나타났다. 이 무리 중 일부가 6만 5천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입했다. 5만년 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에 도달했고 3만년 전에는 시베리아 북부 및 베링기아까지 진출했다. 1만 5천년 전에는 베링기아에 살던 사람들이 아메리카로 진입했으며 1만 4천년 전에는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까지 진출했다.

 

이 과정을 통해 초사회성이 강화되었는데, 무엇이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게 만들었는가? 바로 상징능력의 획득이다.

 

개별 생명체의 지능과 이니셔티브를 높힘과 동시에 사회의 소통-유대-결속을 발전시켜 전천후 대처능력을 기르게 된 것이다. 이는 동물 세계에선 벌어진 적이 없는 현상이다. 7만년 전 상징능력을 획득하기 전까지 진화에 의존하여 초사회성이 발전했다면, 상징능력을 얻고 나서는 진화 과정이 아닌 나와 세계, 개체와 사회문화 시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초사회성 발전이 이루어졌다.

 

느낀점

상당히 기괴한 책이다. 작가는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닌데다가 사용하는 단어도 일상어와 속어 사이에 있다. 등을 등짝이 라고 한다던가 돌을 짱돌이라고 표현하는 등이다. 그래서 문체만 보고 있으면 작가가 지어낸 뇌피셜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근데 또 수 백개의 미주를 보면 이 책을 쓰기 위한 작가의 피나는 노력이 보인다.

 

그래서 굉장히 놀라운 책인데, 자신의 전공이 아닌 분야를 이렇게 정리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과학적 근거와 작가의 탁월한 가설이 결합된 책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철학적 주제를 인류 진화과학의 영역에서 분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호모 사피엔스가 왜 살아남을 수 있었는가에 대한 작가의 가설은 사실 과학자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 인문학자가 만들 수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비록 책이 일상어로 쉽게 쓰여있지만 과학적 내용과 인문학적 내용이 마구 섞여있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각 진화과정을 대표하는 생명종 때 어떤 육체적 변화가 나타났는지 등을 화석을 통해 설명하는데, 이 정도로 인간의 과학이 세세하게 밝혀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작가가 주장하는 초사회성은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을 설명하는 가설로, 이는 작가의 가설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제외 하더라도 이 책이 포함하고 있는 진화과학적 깊이는 상당해 보인다. 특히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많아서 좋았다.

 

1. 현생인류에 이르는 계보

2. 미토콘드리아로 봤을 때 인류는 동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

 

3. 고(?)기후학은 수 천 만년 전까지의 기후까지 밝혀냈다.

 

4. 동아프리카에서 나온 현생인류가 거쳐온 경로를 분석하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운데, 왜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과 일본 의 조몬인이 유사한지, 아메리카 인디언이 동북아시아에서 넘어온 것은 알겠는데 왜 유럽인의 유전자가 나타나는지 등, 새롭게 알 수 있는것들이 많다.

 

작가는 현생인류가 개인의 지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사회성을 강화했다는 것이 진화전략이었으며 이를 통해 전천후 대처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주장이 가능했던 것은 에필로그에 얼추 나오는데, 실제 개인과 세계 사이의 긴장감에 대한 작가의 고찰이 이를 역추적하여 이렇게 진화해 왔다는 것으로 결론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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