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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패러독스 13 - 히가시노 게이고

어빈2 2021. 8. 1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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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평점 4

 

개요

이 책은 일본의 유명한 대중소설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소 알려지지 않은 작품으로, 일종의 SF소설이다. 히가시노 게 이고답게 가볍게 쓰여있으며 발상이 참 좋은 비급 감성 책이다.

 

다만 이미 일본의 만화 등에 이와 비슷한 소재가 많기 때문에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식상한 클리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용

주인공은 강력범을 잡는 경찰이다. 마치 지금 막 범인을 잡으러 들어갈 참이다. 근데 상부에서 공문이 내려온다.

 

'몇월 몇 일 몇시 몇분 몇초부터 몇초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것'

 

아니 도대체 이게 뭔소리야 왜 뭘 하지말라는건데? 라는 질문에 상부에서도 모른다는 답변 뿐이다. 아니 빌어먹을 범인을 잡아야되는데, 심지어 저 범인은 총도 갖고 있는 흉악범인데 지금 잡아야하는데...하필 지금이 공문에 나온 시간대에 가까워졌네. 이유도 모르겠고 이런 공문 도대체 뭔지도 모르겠고 그냥 범인 잡으러 간다!

 

우당탕 쿵탕...

 

주마등이 지나간듯한 느낌이었는데 눈을 떠보니 조용하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거리로 나와보니 모든것이 휑하다. 걸어다니는 사람도 없고 움직이는 물체도 없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그러는 와중에 정말 띄엄띄엄 한 사람씩 만나게 되고 그들과 힘을 합쳐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힘쓴다.

 

----- (강스포) -----

결국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서 결국 이 사건의 비밀이 밝혀지게 된다.

 

모종의 이유로 시간대가 13초 점프를 한다. 예를들어 지금이 10시 30분 00초라면 어느 순간 온 우주가 10시 30분 13초 로 점프를 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이는 설정이고 과학적인 설명이 들어가있진 않다. 그렇지만 설정 자체가 독특하다.

 

주인공을 비롯한 주인공과 만나는 사람들은 바로 이 13초 안에 죽어버리는 바람에 온 우주가 13초를 점프할 때 점프하지 못하고 점프하기 전 시점에 갖혀버린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갖혀있는 패러독스 13을 벗어나게 되고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느낀점

첫 장면은 마치 <28일 후> 주인공이 눈을 뜬 후 아무것도 없는 런던 거리를 걸어가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는 일본 만화에 아주 흔하게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물론 요즘 유행하는 근본없는 이세계물을 뜻하는건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표류교실>, <에덴의 우리>와 같은 느낌이다. 미스테리 하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감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설정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답게 스토리텔링은 아주 재미있다. 그러나 굳이 나쁘게 말하자면 한국 소설가 김진명 같다는 생 각도 든다.

 

물론 <용의자 X의 헌신>이나 <악의>같은 소설은 김진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썼다. 그러나 다작하는 작가인 만큼 모든 작품이 좋은것은 아니다 .

 

이 소설은 비급 감성을 가져와서는 굉장히 진중한 주제들을 스토리 곳곳에 다루고 있다. 이를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내눈엔 부정적으로 보였다.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진중한 문제인데 그게 계속 나오면서 전시되듯 소모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채 극한의 상황에 내던져지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 사실적인 부분도 있지만 소설의 서술은 마치 '너 이 거 한번 고민해볼래?'라는 식으로 작가가 작위적으로 문제를 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급박하게 이동해야 하는데, 일행 중 한명이 의식이 없다면 그를 안락사 시키는 것은 옳은 행동인가? 또는 다수 를 위해 소수의 희생이 정당화 되는가? 등의 문제가 계속 나온다. 그러면서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통해 극한의 상황에서 도덕과 법이 도대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하나하나가 큰 주제고 머리를 아프게 한다. 한 두개의 주제로 스토리텔링을 하면서 서사를 끌고나가면 괜찮지만 이런 종류의 도덕적 딜레마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은 오히려 소설의 정체성을 무너뜨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으로는 재미있는 소설이고 한번 쯤 읽어볼 만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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