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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군주론 - 마키아벨리

어빈2 2021. 8. 1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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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니콜로 마키아벨리

평점 6

 

개요

이 책은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인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군주제 국가에서의 군주란 무엇인가에 대해 쓴 책으로 더 나아가서는 국가 이성이 무엇인가를 냉철하게 다루고 있다.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유명한 여러 문구들이 있는데 대부분 군주의 자질에 대한 문구들이다. 예를 들어 "군주는 사자의 용기와 여우의 지혜를 갖야 한다" 또는 "군주는 사랑받기 보다 두려워하 는 존재여야 한다" 등이다.

 

그러나 이 책은 군주의 자질 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통찰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대한 이해가 이 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인간은 어떠한 존재이기 때문에 군주는 이렇게 행동해야 된다'라는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어떠한 존재이다'라는 마키아벨리의 통찰이 사실상 이 책에서 현대의 우리가 주의깊게 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용

총 26장으로 되어있는 책으로 1~13장까지는 군주국에 대한 설명을, 14장 부터 24장까지는 군주의 행동에 대한 설명을, 25~26장은 이탈리아 군주(메디치)에게 고하는 충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3장까지는 군주국의 형태를 설명하고 있다. 3장에서 복합형 군주국이라는 형태의 형태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후 4장 부터 8장까지는 복합형 군주국의 세부 형태에 대한 설명을 사례를 들어 하고 있다. 이 부분에도 그의 인간에 대한 통찰이 드러나곤 한다. 

민중을 친절하게 대우해주던가 아니면 철저하게 억누르던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사소한 피해에는 복수하려 들지만 심각할 정도로 큰 피해에 대해서는 복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 3장 복합형 군주국
 
인간의 본질은 변덕스럽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두지 않으면 안된다. 

민중을 설득하기는 쉽지만 그들을 그 설득 상태에 그대로 고정시켜두는 일은 매우 어렵다.

...힘에 의하여 믿도록 하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 6장 무력과 역량으로 얻은 새 군주국

 

9장은 시민형 군주국을 설명하고 12~13장은 용병과 원병의 백해무익함을 설명하며 군주가 제대로 된 군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군주 자신만의 상비군을 가질 것을 주장한다.

 

이는 책 뒷부분에도 나오지만 작가의 인간관 때문이기도 한데, 운명 탓 하지말고 자신의 무능을 탓하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고 그렇기 때문에 홀로 서기 위해선 자신의 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4장 부터는 이 책의 핵심 부분으로 작가가 하고싶은 말들이 본격적으로 나온다.

 

기본적으론 군주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설명하는데 그 이유인 인간, 민중이 무엇인지를 날카롭게 분석하고있다. 즉 인간과 민중의 본질이 이렇기 때문에 군주는 이래야 한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본질을 사악함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사악하기 때문에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사악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일반화라고 할 수 있다.

 

마키아벨리에 대해서 잔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군주가 잔인해야 할 때는 잔인해야 한다'는 근대 정치철학의 냉혹함에 그런 말을 하는데, 물론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항상 잔인하라는게 아니라 잔인해져야 할 때 주저하지 말고 최대한 굵고 짧게 그런 모습을 보여야 했을 뿐더러, 더 중요한 것은, 그 이전에 마키아벨리는 군주의 어떤 행위가 현재 시점에서 보여지는 것과 미래에 다가올 결과와는 상이하기 때문에 그것을 지금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전제로 깔고 있다. 

전반적인 문제를 잘 생각해보면 미덕처럼 보이는 것도 그것을 행하는 도중에 자신의 파멸을 가져오는 수가 있고, 반면에 악덕으로 보이는 것도 그것을 따름으로써 안전과 번영이 보장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15 장 왜 군주는 찬양받거나 비난 받는가

 

여기서 마키아벨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것은 질서이다.

 

지금 보기에 악덕으로 보이더라도 그것이 질서를 세우는 일이라면 결과적으로 안전과 번영이 보장되기 때문에, 그의 잔인함이란 잔혹한 행동 그 자체를 뜻하는게 아니라 그 행위가 질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결기와 믿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군주는 그의 신하들을 결속시키고 복종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잔인하다는 비난에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가끔 잔인함을 보여 무질서를 진압하는 자가 결과만을 볼 때 보다 더 자비롭게 보일 것이다.

- 17장 잔인함과 인자함, 사랑받음과 두려움

 

16장에서 악덕의 사례로 드는 것이 '인색함'이 있다. 자신의 돈을 인색하게 쓰는 것이 비록 베푸는 군주라는 평은 받지 못 하더라도 그의 나라를 보전하기 위해 취해야 되는 악덕이라는 것이다.

 

재밌는건 16장에서 그는 나의 돈은 인색하게 쓰되 전쟁 중 약탈한 남의 재물은 펑펑 나눠줘도 된다고 한다.

 

바로 이런점이 우리가 마키아벨리를 조심해서 읽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주장은 굉장히 현실적이나 동시에 현대인에게는 이미 인류의 보편 가치로 주어진 자유, 사유재산권, 인권 등의 고려가 없다. 물론 그 시대에는 그것이 당연하겠지만 현대인에게는 아니다. 

만약 우리가 둘 중 어느 하나를 택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면 사랑받는것 보다 두려움을 받는 것이 훨씬 안전 하다.

- 17장 잔인함과 인자함, 사랑받음과 두려움

 

17장은 사실상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그의 주장이 압축되어 있다. 이 문장은 마키아벨리 군주론의 가장 유명한 문장인데, 이 장에는 동시에 그의 너무나 냉철한 인간과 민중에 대한 통찰이 들어있다. 

인간은 자기가 두려워하고 있는 사람을 해치는 일보다 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해치는 일에 덜 주저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사악한 동물이므로 '의리'에 의하여 유지되는 애정 따위는 사사로운 이해관계의 변화에 따라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 17장 잔인함과 인자함, 사랑받음과 두려움

무엇보다도 신하의 재산을 빼앗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은 아버지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유산을 빼앗긴 것은 쉽게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 17장 잔인함과 인자함, 사랑받음과 두려움

 

이처럼 마키아벨리의 논증은 인간이 이러한 존재라서 군주는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데, 이런 점 때문에 유교적 위선의 정치철학보다 마키아벨리가 훨씬 급수가 높다.

 

18장은 군주가 지켜야 할 신의에 대해 논하고 있다. 그는 군주가 지켜야 할 신의를 지켜야 할 가치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상황에 따라 변화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신의를 별로 중요시하지 않고 간사한 지혜로써 사람들을 잘 속이는 군주가 오히려 위대한 업적을 성취하였으며, 궁극적으로 신의를 믿는 군주를 압도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 18장 군주가 지켜야 할 신의

 

그렇다고 마키아벨리가 신의를 지키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이는 25장에서 잘 나타나 있는데 신의라는 가치 또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상황에 가장 민감하게 적응하는 군주는 번영하고, 반대로 시대의 정치적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는 실패하고 말 것이다.

...최선의 방법이라 할지라도 그 성공 여부는 시대의 흐름에 달려있다.

- 25장 운명과 신의 지배를 받는 인간사

 

사실 신의만을 예를 들어서 그렇지 마키아벨리 군주론 저변에 깔려있는 것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는 권력을 획득하는 것 뿐이고 이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수단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의 뿐만 아니라 신앙, 성실함, 관대함, 사랑, 잔인함 등 모든 인간의 감정과 행위들은 권력 획들을 위한 수단으로써의 가치만 있다는 것이 마키아벨리의 주장이다.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모든 것, 특히 우리가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수단화하여 생각하는 것이 참으로 놀라운데, 현대에서도 정치가 왜 저렇게 더러운지를 잘 설명하는 것이 바로 군주론이라고 할 수 있다.

 

느낀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가치의 틀 속에서 살아간다.

 

크게는 개인, 자유, 시장, 진실이 있을 것이고 이에 디테일하게 파생된 사실에 대한 충실성, 사유재산권, 신앙의 자유, 학문의 자유, 인간 존엄성 등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지켜져야 할 절대 선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물론 16세기 초에 그런 것이 없었겠지만, 적어도 신앙, 신의, 도덕심, 사랑 등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우리가 미덕이라 여겨오는 것들을 마키아벨리는 전부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심지어 여기에는 인간도 들어가있는데, 우린 여기서 이 시대는 '민족'의 개념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마키아벨리가 민중을 대하는 방식은 권력 강화를 위한 도구이지 그들을 한 민족으로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 책의 앞 옮긴이 서문에는 <군주론>이 로마 카톨릭에 의한 금서로 지정되었다고 하는데, 바로 이런점이 그 이유가 아니 었을까 생각된다. 오로지 군주가 추구해야 할 것은 권력 획득이고 그 외의 모든 것은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그 모습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의 출발점이 <군주론>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시대는 말 그대로 군주의 시대이다. 이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군주론>은 대단히 혁신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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