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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법 - 프레데릭 바스티아

어빈2 2021. 8. 1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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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클로드 프레데릭 바스티아

평점 10

 

개요

이 책은 프랑스의 경제저술가인 프레데릭 바스티아의 논문 5개를 모은 책으로 책의 제목인 <법>은 책에 수록된 두 번째 논문의 이름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법, 재산권과 법, 정의와 박애, 국가 총 5개의 논문으로 이루어져있고 이 중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것', '법' 두 개가 유명하다.

 

바스티아는 프랑스 혁명시기를 살아간 프랑스의 자유주의자로 자유시장경제의 강력한 옹호자이자, 그의 논리는 지금도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치명적인 논리로 사용된다.

 

특히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것', '법'에서 그는 자유주의자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를 명징하게 보여주는데, 어떤 부분은 한국의 보수들이 봐도 불편할 정도로 자유에 대한 그의 의지는 놀랍다.

 

내용

1.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세상을 정태적으로 보는 이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자 비판이다.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그리고 구체적으로 예측 가능한 효과에만 집착하여 경제 정책을 세운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질서와 자유를 파괴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각각,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사이비 경제학자(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 국가주의자)와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생각하는 경제학자(자유주의자, 리버테리언)를 대비시켜놓고 있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 아주 유명한 일화인 '깨어진 창'이 등장하는데, 아직까지도 많이 인용되는 예시로 이를 통해 바스티아의 탁월함을 알 수 있다. 

굿펠로우씨는 화가 잔뜩 나있다. 그의 아들이 유리창을 깬 것이다.

모여있던 구경꾼들이 입을 모아 위로의 말을 하고 있다.

"그냥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경제가 살아날 수도 있다고요.

다른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지요.

아무도 유리를 깨지 않는다면, 유리를 만드는 사람은 무얼 먹고 살라고요?"
p 19

 

이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가장 명징한 비판이기도 하다.

 

즉 누군가 유리창을 깨면 유리를 만드는 사람은 소득이 생길 것 이고 그 돈으로 유리세공업자는 자장면을 사먹을 것이고, 그럼 자장면 파는 사람은 소득이 생기니 소비를 할것이고...무한 반복...

 

사실 소득주도성장을 지지하는 사람은 그들의 지능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를 의심해봐야 하는데, 소득을 딱 한번 올려주기만 하면 모든 경제가 알아서 굴러간다는, 마치 무한동력처럼 누군가 딱 한번 당겨만 준다면 알아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 잘 굴러갈거라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유치하고 웃긴 발상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바스티아의 예시를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은(현 정부 사람들) "것봐 유리를 깨는 바람에 모든 것이 잘 굴러가 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는 사람은 다르게 생각한다. 

유리를 사는 데에 지출한 결과 다른 물건에 대한 지출이 줄었다는 것을 당신은 보지 못하고 있다.

...유리가 깨짐으로 인해 그 유리의 가치만큼 잃게 되었다는 결론을 얻는다.
p20-21

 

이는 두가지 통찰을 시사해준다.

 

하나는, 유리를 고침으로써 유리를 고치지 않았다면 다른 곳에 투자되었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통찰이다.

 

유리 세공업자가 유리를 고침으로써 소득을 얻었고 그만큼 유리 산업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유리가 깨지지 않았더라면 샀을지도 모를 신발, 가방 등 다른 모든 산업은 그만큼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실제로 이 과정에서 모두가 손실을 보지 않은것 처럼 생각하지만, 바스티아의 지적처럼, 유리가 깨진 바로 그 사람은 유리의 가치만큼의 손실을 본 것이다. 나가지 않아도 될 돈이 나갔기 때문이다.

 

그 돈이 유리 수리에 지출되지 않았더라면, 그 돈으로 다른 소비를 하거나 저축을 했을 것이고, 이는 다른 산업을 촉진했을 것이다.

 

바스티아는 군인, 세금, 예술지원, 공공사업, 중간상, 보호무역, 기계대체, 신용, 절약과 사치, 노동문제 등 사실상 사회 전 반에 걸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것을 설명한다.

 

곳곳에 바스티아의 탁월함이 묻어나오는데, 예를 들어 군인 파트는 공무원에 대한 아픈 비판을 잘 보여준다. 현 정부에 바로 적용이 되기도 한데, 공무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무 일자리 증가, 공무원들의 소비로 인한 주변 상권 활성화 등 공무원 증가가 좋은것 처럼 떠든다.

 

바스티아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군대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나라 전체에 이익이 된다면, 왜 이 나라의 모든 남성들을 군인으로 소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가?
p 26
 
보조금 때문에 만들어지는 직업들과 그 직업들의 유용함이 그 보조금 때문에 없어지는 직업과 그것의 유용함에 비해 더 급하고 더 도덕적이며 더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공공지출은 항상 민간지출을 줄여서만 가능하며, 그 결과 노동의 종류가 달라질 뿐 경제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p 37-38

 

1850년에 발표된 글인데, 현 정부가 이에 대해 반박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고, 여기서 바스티아의 탁월함을, 또 우리나라가 1840년대 프랑스 수준의 정신세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속되는 내용은 마치 '한국의 위정 자들은 들으라!'는 것 같다. 

누구라도 투표함이 우리 국부를 증가시킬 수 없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수결에 의해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어딘가에 있던 것을 뺏어다가 다른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누군가가 그 돈을 받기 위해 서는 다른 누군가가 그 돈을 뺏겨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p 36

 

이 논문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광범위한 서술을 하면서 동시에 바스티아가 죽은 해인 1850년, 즉 그의 지성의 총합이기도 하기 때문에 서술 곳곳에 시장경제에 대한 그의 높은 수준이 드러나고 있다.

기업들이 식량을 분배하는 기준은 가격이다. 

식량 가격이 가장 높은 곳, 즉 가장 식량이 귀한 곳부터 그 배급이 시작된다. 

따라서 이 방법보다 배고픈 자의 욕구를 잘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p 46

 

마이클 샌델은 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재난이 닥친 지역에 식량 가격의 폭등으로 폭리를 취하는게 정의냐! 가장 배고픈 사람부터 식량을 배급 받아야 되는것 이닌가!"라고 하는데, 그의 철없는 주장은 150년 전 바스티아의 말 한마디로 반박이 가능하다. "그래서 가격 말고 어떤 방법으로 누가 가장 배고픈지를 증명할 건데?"

 

우리는 단순히 가격이 상품에 붙어있는 가격이라고만 이해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가격은 그 상품이 생산되는 모든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생각, 의사결정이 숫자로 표현된 가치의 결정체이다. 편의점의 초콜릿 가격을 쳐다보면서 우리는 이 초콜릿을 만드는데 참여했던, 카카오 열매를 딴 사람, 이를 운반한 사람, 이를 가공한 사람, 이를 편의점에 갖다놓은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지 않는다. 바로 눈에 보이는 1,000원이라는 가격 안에 그 모든 것이 응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격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대로 분배되었음을 표시하는 가장 명징한 지표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가격에 따라 분배되는 것이 가장 정의로운 것이다.

 

1850년 프랑스 혁명 직후의 바스티아는 이를 알고 있고 2000년 풍요로운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그 누구보다 책 팔아서 돈을 많이 번 마이클 샌델은 이를 모르고 있다.

 

보호무역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 바스티아는 보호무역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즉, 보호무역으로 국내 재화의 가격이 오르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개별 소비자들의 피해의 총합이 바로 보호무역으로 이익을 얻은 사장 또는 업자들의 이익 총합이라는 것이 바스티아의 주장이다. 여기서 바스티아는 다른 논문 <법>의 주제이 기도 한 합법적 약탈에 대해 언급한다. 

세상에는 법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한 약탈도 부도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p 55
 
법이 이런 것이라면(합법적 약탈) 도대체 정글의 법칙과 다를것이 무엇이오.
p 72

 

2. 법

바스티아가 1850년 발표한 팸플릿인 '법'은 바스티아의 가장 유명한 저작이다. 여기서 그는 법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법이란 인간이 정당하게 자기를 방어할 천부적 권리를 집단화 시킨 것이다.

인격과 자유, 재산권의 안위를 보장 하는 것, 그리고 모든 것이 정의의 지배하에 놓이도록 개인적 완력을 집단적 완력으로 대체한 것, 그것이 법이다.
p 91

 

법은 개인의 완력을 집단의 완력으로 대체한 것이기 때문에 법이 개인의 인격, 자유, 재산권을 침해할 수 없고, 법은 이를 수호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것이, 이 긴 팸플릿에서 주장하는 골자이다.

 

뒷 부분에선 이 법을 이용하여 합법적 약탈을 자행하려는 이들이 왜 그러는지를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

 

바스티아는 법의 타락이 매우 심각한 문제며, 자연법의 논리를 넘어 개인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실정법들이 자유를 해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정확히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을 나타내기도 한다. 

타인의 인격과 자유, 재산을 착취하려는 자들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약탈행위에다가 권 리라는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집단적인 폭력을 동원해주고 있다.

...법을 약탈의 도구로 삼는것, 그것만큼 사회에 해로운 것이 없다.
p 93, 96
 
합법적 약탈을 자행하는 방법은 수도없이 많다. 관세, 산업보호, 장려금, 보조금, 누진세, 무상교육, 노동권...무수히 많은 것들이 합법적 약탈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같은 합법적 약탈의 수단들을 모두 합치면 사회주의가 된다.
p 104

 

그럼 도대체 누가 이 법을 이용해서 합법적인 약탈을 자행하며, 사람들이 합법적인 약탈을 용인하고 나아가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스티아는 여기서 사회주의, 공산주의자들의 기저에 깔려있는 심리를 분석한다. 

사회주의자들은 불쌍한 인류를 가지고 집단으로 나누고, 줄 세우고, 중심과 변두리를 가르고, 세포조직을 만들고, 국영작업장으로 편성하고 조화시키고 대조시키는 등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사회를 빚어내려고 한다.
p 115

 

좌익적 사고방식의 근저가 이렇다.

 

좌익은 사람을 믿지 않는다. 우리가 현 대통령의 구호인 "사람이 먼저다"를 조롱하는 이유는, 실제로 대통령이 '자기'사람만 먼저인것 처럼 행동하는 것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자신의 양심과 모순된 주장을 구호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좌익은 인간을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분별력도 없고 독창력도 없으며, 피동적이기만 한 일종의 재료처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을 독점하고 있는 자신들이 그 인간들을 이렇게 저렇게 써서 조립해야 비로소 유토피아가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서 냅두면 타락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루소의 사고방식 그 자체이다. 

루소는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왕이 진귀한 존재일진대, 법을 만드는 사람이야 오죽하랴. 위대한 왕은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모형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입법자가 기계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왕은 그것을 켜고 작동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켜고 꺼지는 기계, 심지어는 그 기계를 만드는 재료 정도로 간주될 뿐이다.
p 125
 
하지만 저명한 학자님들이시여, 당신들이 진흙과 모래와 두엄덩이처럼 여기고있는 이 재료들은 바로 당신과 다 름없이 지능이 있고 자유롭게 태어난 인간임을 기억하시라.
p 129
 
인간의 본성이 그리도 사악하고, 그 때문에 그들로부터 모든 자유를 박탈해야 한다면, 사회주의자 자신들의 본성은 선하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지능과 덕성을 하늘로부터 타고났다면, 그 증거를 대보라.

...인류가 자기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다고 전제 한다면 보통선거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p 144-145
 
하느님은 인간에게 그들의 운명을 완수하는 데에 필요한 것들을 주셨다.

...자유에게 기회를 주자. 자유, 그것은 하느님에 대한, 그리고 하느님의 역사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다.
p 154

 

3. 재산권과 법

이 이후의 논문들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법>에 나왔던 주장들의 심화로 그 골자는 동일하다. '재산권과 법'에 서는 재산권이 법보다 우선 태어난, 자연법이기 때문에 법으로 재산권을 규제하는 것은 주객전도이고 법은 재산권을 보호하는데 그 역할을 그쳐야 한다고 한다. 

법이 있기 때문에 재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재산이 있기 때문에 법이 있는 것이다.
p 158

 

바스티아는 이 논문에서도 <법>과 동일하게 좌익적 사고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바스티아는 루소를 매우 싫어하는데, 신기한게 전에 읽었던 책인 구스타프 르 봉의 <혁명의 심리학>에서도 르 봉은 루소를 매우 싫어했다. 아마 자유주의자들의 영원한 적이자 끝판왕이 루소인가 보다.

 

실제로 루소는 좌익적 사고의 원조이며, 칼 막스는 루소 정신세계의 충실한 제자이기도 하다.

 

바스티아는 법이 재산권을 침해하고 나서기 시작하면 생기는 가장 큰 문제중 하나는, 사회주의자들, 즉 세계를 자신의 손 으로 오물조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합리주의자 또는 구조주의자들이 실제로 할 수 있는 방법의 범위가 무한대로 넓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법을 재산권의 보호로 그 역할을 제한한다면, 사실상 법의 범위는 제한된다. 그러나 법이 재산권을 분배하는 역할을 한다면, 무엇이 재산권을 분배하는 것인가에 대해 무한대의 범위로 법의 역할이 확대된다. 이것이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권력을 갈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불확실성의 증가이다. 재산권의 제도가 만들어 낸 것이라면, 바로 내일이라도 더 좋은 제도가 나올 수 있 다. 오늘의 제도와 내일의 제도가 다르다면 도대체 누가 새로운 사업을 벌일 수 있을까? 이는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입법자들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론에 따라 언제든지 경제계의 예측을 뒤엎는 법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언제 그 법이 다시 바뀔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현재는 합법적으로 간주되는 재산권도 불법적인 것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이 모든것의 결과는 무엇일까? 더 이상 미래를 믿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p 173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미친 공약이 이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또한 최저임금이 올해 도대체 얼마가 될지 정상적인 방법으론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고용에 대해 조심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과소 고용상태를 항구적으로 유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4. 정의와 박애

이 논문은 1848년 발표된 논문으로 법이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야함을 주장하고 있다. 즉, 인간의 박애정신을 법이 대체하여 법이 강요한다면, 그 순간 박애정신이 무너진다는 주장이다.

실정법은 권위와 강제와 강제력과 총칼과 감옥에 의해서 유지된다. 그같은 실정법에는 호의, 우정, 사랑, 자기부 정, 헌신, 희생 같은 것들을 담을 수 없다.

 ...법으로 박애를 선포하는 것은 박애를 절멸시키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고 있던 상호의존적 권리 사이의 경계를 긋고 그 경계가 지켜지는지를 감시하는 것이 법의 임무인 가, 아니면 인류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구실로 자선행위나 자기절제, 또는 상호희생 같은 것을 강요하는 것이 법의 임무인가
p 187, 189, 191

 

이 논문에서 바스티아는 놀라운 주장을 하는데, 바로 임마누엘 칸트의 <영구평화론>과 거의 동일한 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칸트는 <영구평화론>에서 영구평화의 달성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업주의'라고 말한다. 각 나라가 교역을 많이 하면 그만큼 신뢰라는 자산이 쌓이고 폭력이 줄어들며, 전쟁을 일으켰을 때 얻는 이익보다 교역을 해체함으로써 잃는 손실이 더 크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실제로 이를 목도하고 있다.

 

상업주의와 자본주의가 잘 작동하는 나라들끼리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노노재팬을 할 정도로 현 정부는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있다. 아니 그럼 빌어먹을 선전포고를 하세요! 라고 생각할 법 한데, 전쟁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이를 반대하는 국민이 많은 것도 있겠지만 한국과 일본이 이미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물론 칸트는 또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조건으로 서로가 공화국이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서로가 공화국이라면 전쟁하기 까지 민의를 모으는 의사소통 과정이 길어지고 합의가 어렵기 때문에 공격을 받지 않는 이상 전쟁을 선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바스티아는 법이 원칙에 맞게 평등하게 적용되면 물질적이고 도덕적인 평등까지 달성될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은 다른 나라와의 평화를 추구할 것이며, 보편적 정의라는 원칙은 다른 나라 사람이 우리 나라에서 장사하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군대가 상호 필요없어지는 평화의 단계로 들어설 것이라고 한다.

 

바스티아는 법이 박애를 실행하면 도덕이 타락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국가가 박애주의의 실천자가 된다면 모든 사람이 국가에게 손을 벌리려고 할 것이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법적으로 규정된 박애주의를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혜택은 나에게 주고, 비용은 남들에게 부담시켜라"
p 202

 

보편적 복지의 비도덕성에 대한 비판이자, 착한척, 도덕적인척 하는 현 정부의 좌익들의 행동을 단 한문장으로 150년 전 바스티아가 비판하고 있다.

 

이는 협잡의 논리이기도 한데, 예를들어 정말로 힘든 사람들이 있고 우리는 이들에 대한 복지에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 바스티아도 이는 옹호하는데,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국가가 어느정도 자원과 역량을 미리 비축해 놓는것은 옳다는 것이다.

 

그러나 좌익은 이렇게 주장한다.

 

"여러분! 정말로 힘든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높은 대학 등록금을 내기 위해 공부할 시간도 없이 매일 매일을 알바로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외면하면 되겠습니까?"

 

도덕적인 주장에 많은 사람들의 박애주의가 움직인다. 그래서 그들을 기꺼이 돕기 위해 돈을 낸다. 그럼 좌익들은 교묘하 게 이를 뒤틀기 시작한다.

 

"자 여러분 돈을 냅시다! 돈을 내서 우리 모두 나눠 가집시다!"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이지? 그러나 현실에선 이게 먹힌다.

 

"자 여러분 돈을 내세요! 높은 대학 등록금에 알바 인생을 사는 저 불쌍한 대학생들을 도웁시다! 자 여러분 돈을 내세요. 우리 정부는 아주 야심차게 반값등록금 제도를 준비했습니다!"

 

갑자기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은 온대간대 없고 돈이 있던 없던 모든 대학생이 반값등록금을 내게 되었다.

 

이게 보편적 복지의 협잡논리다. 이렇게 되면 정말로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학생들은 웬걸, 오히려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바스티아의 논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자 여러분 돈을 내세요! 근데 우리가 내지말고, 그 돈은 저기 저 삼성 재벌놈들한테 내라고 합시다!"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세금의 형태로 일부 사람들에게만 희생이 강요될 경우, 그 같은 희생은 박애의 본질 을 훼손한다.

...합법적인 약탈은 양심의 가책도 없이 저질러진다. 이렇게 되면 나라의 도덕은 반드시 약화되고 만다.

...사람들은 낼 돈은 되도록 줄이고, 가져갈 몫은 최대로 늘리려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
p 210

 

바스티아는 이 논문의 마지막에 사회주의자와 경제학자들이 근본적으로 다른 점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논리를 빌어 설명하고 있다. 사회주의자는 부분만 보는 반면, 경제학자는 전체를 본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자유주의 경제학의 새로운 정의를 도출 할 수 있다.

 

경제학의 정의는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라고 되어있고 그렇게 경제학 원론에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 효율적 배분은 경제학이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이기심과 노력이 하는 것이다.

 

바스티아에 따르면 경제 학은 이렇게 정의되어야 한다.

 

"전체를 보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궁극적인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증명하는 학문"

 

5. 국가

1848년 발표한 일종의 칼럼이자 호소문으로 국가가 무엇인지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국가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를 자유주의자의 시선으로 호소하고 있는 칼럼이다.

 

이 부분은 우리가 <거시경제학>에서 배우는 오류를 잘 보여준다.

 

거시경제학은 정부지출을 국가 부가가치의 총합인 GDP의 요소로 잡고 있다. 거기다가 승수의 개념을 붙여서 승수가 1 보다 큰 경우 정부지출이 오히려 투입된 것에 비해 산출이 더 큰 것 처럼 떠든다. 이를 전제로 케인즈식 경제정책이 거시경제학의 큰 부분을 이루고 있는데, 케인즈식 경제정책의 가장 근본적이 오류는 정부가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당신들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국가라는 것을 마치 자애롭고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 가정하 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내가 왜 그런 국가를 원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것입니다. 천만에요. 모든것을 나누어주는 것이 국가라면 난들 왜 그런 국가를 마다하겠습니까?

내가 당신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지 그런 국가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달라는 것입니다.
p 224-225
 
국민들로부터 거두어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국가가 국민에게 나누어준 적은 없다는 것이다.

...국가가 누군가에게 특별한 이익을 주는 행위는 반드시 사회 전체에 그것보다 더 큰 손해를 끼치기 마련이다.
p 231

 

느낀점

바스티아의 5개의 논문을 모은 이 책은 짧은 책이다. 또한 오래된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논리는 지금에 와서도 찬란히 빛나고 있다. 우리가 바스티아를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참 재밌는 것은 바스티아도 그렇고 구스타프 르 봉도 그렇고, 프랑스는 정말 높은 수준의 지성을 보유하고 있는데, 왜 이류 국가일까? 아마 우리가 삼류 국가인 것과 비슷한 이유이지 싶다.

 

이 책의 서문에는 다른 사람이 바스티아를 잘 평가하고 있다. 오히려 서문이 책 본문보다 어려운데, 서문의 좋은 문장을 소개하면서 책 리뷰를 마치려고 한다. 

프레데릭 바스티아는 천재적인 경제평론가였다.

...자유라는 것을 다른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언제고 희생시킬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만 할 도덕률로 간주했던 바스티아가 옳았다.

...1백년도 더 전에 살았던 바스티아 시대의 사람들이 우리 세대들에 비해서 훨씬 더 현명했을 수도 있다.

서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장점

▶자유주의 경제학을 설명하는 이보다 더 명징한 논리는 없다.

 

▶150년 전 책이지만 그 논리는 아직도 날이 시퍼렇다.

 

▶대중을 대상으로 쓴 책이라 매우 쉽게 쓰였다.

 

단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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