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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팩트풀니스 - 한스 로슬링 외

어빈2 2021. 8. 1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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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평점 5

 

개요

팩트풀니스는 전형적인 오른쪽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는 누구나 극단에 끌리는데, 예를 들어 주부들에게 인터뷰를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식탁물가가 너무 높아요~'와 같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식탁 물가는 오른적이 없다. 다만 흉작이나 자연재해와 같은 이유로 일시적으로 몇 품목의 가격이 폭등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그 폭등한 가격이 뇌리에 박혀서, 가격이 평탄할 때를 기억하지 못하고 마치 항상 오르는것 처럼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이 왜 극단에 끌리는지 10가지 인간의 본능을 분석하고 그 본능을 이겨내는 방법을 밝힌 책이다.

 

과학적 근거를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다행히 과학적 목적의 책은 아니다. 아마 순수 과학 교양서적이었으면 책이 800페이지가 넘었을 것이다.

 

이 책은 과학적 통계를 베이스로 하여 사람들의 본능을 깨고 세상을 사실 베이스로 보라는 일종의 계몽서이다. 그래서 자기계발서와 유사한 점도 있다.

 

내용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을 한마디로 하자면, 세상은 우리가 알고있는것 보다 훨씬 좋고, 개선되고 있으니까 제발 정신차리고 세상을 사실의 눈으로 보라는 것이다.

 

사실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을 방해하는 10가지 인간의 본능이 있는데 이는 간극 본능, 부정본능, 직선본능, 공포본능, 크기본능, 일반화본능, 운명본능, 단일관점본능, 비난본능, 다급함본능이다.

 

이 책은 10가지 본능에 대해 설명하고 극복방안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본능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닌데, 이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의 번들이기 때문이다. 번들화해 서 세상을 바라볼 수 없다면 우리는 너무나 많은 정보를 조합하고 정리하지 못해 머리가 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을 번들화해서 보는 그 태도가 세상을 왜곡된채 바라보게 만들고 그 해결책도 결국 큰 오류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사실에 입각하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간극본능은 이분법적 본능을 뜻한다. 부정본능은 좋은것 보다 나쁜것에 더 주목하는 본능이다. 개요에 말한 식탁물가가 이에 해당된다. 직선본능은 통계적 오류를 뜻하는데, 어떤 것이 증가하면 직선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믿는 본능을 뜻한다. 예를들어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원래 바이러스는 감염이 시작되고 70일 정도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데, 마치 무제한적으로 환자가 계속 증가할것처럼 생각하는게 직선본능이다.

 

공포본능은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훨씬 더 많이 기억하는 본능을 뜻한다. 코로나를 예를 들면 현재 한국에서 500여명 정 도 죽은 병이지만, 매년 3천명이 죽는 독감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데 비해 코로나에 과한 집중을 하고 있는게 공포 본능이 다.

 

크기 본능은 비율을 왜곡해 실제보다 부풀리는 본능을 뜻한다. 일반화 본능은 모두가 잘 아는 그 일반화를 뜻한다. 운명본능은 책의 예시를 따르자면, 아프리카는 그놈의 문화 때문에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식의 운명론적 이야기를 하는 본능을 뜻한다.

 

단일 관점본능은 전형적인 예로 이념을 들 수 있다. 아마 내가 단일 관점본능에 매몰되어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모든 것을 우익 좌익으로 나누어 보고 있기 때문이다. 비난본능은 마녀사냥을 뜻한다. 다급함 본능은, 어떤 일이 닥쳤을 때 그렇게 급하거나 심각하지 않음에도 쉽사리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조급함을 느끼는 본능을 뜻한다.

 

이처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없게 만드는 10가지 본능이 존재하고 이를 이기기 위해서 팩트풀니스(사실충실성) 가 필요하다는게 이 책의 주요 골자이다.

 

느낀점

이 책은 반쪽짜리 책이다. 따라서 평점도 반쪽을 줄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세계가 실제로 좋아지고 있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지만 더 중요한 '왜' 좋아지고 있는데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고 있지 않다. 그냥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데, 그냥 좋아지는게 어딨나? 그리고 왜 좋아지는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반박 가능한 부분들이 많다.

 

이런 종류의 책은 이전부터 많이 나왔었는데 매트 리들리의 <이성적 낙관주의자>라는 책이 이 분야에서 유명한 책 중 하나다.

 

<이성적 낙관주의자>에서는 세상이 더 좋아지고 있는 이유를 아주 분명히 하고 있다. 바로 교환의 시작이 인간을 달라지게 했다는, 상업주의와 자본주의가 인간의 번영을 가져온 발견이라는 것을 명확히 한다.

 

반면에, 이 책은 좋아지고 있 는 세상에 대한 통계만 내세울 뿐, 왜 좋아지고 있는지를 언급하지 않는다. 이는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다.

 

이 책은 팩트풀니스라는(한글번역은 사실충실성이다)라는 용어를 만들어서 팩트풀니스하게 세상을 바라보라고 한다.

 

팩트풀니스는 책의 정의를 따져보면,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모른다고 말하는 것을 꺼리지 않으며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 기존 의견을 기꺼이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마치 새로운것 처럼 얘기하는데, 사실 팩트풀니스가 아니라 Intellectual integrety라는 단어로 이미 존재하고 있는 개념이다.

 

머리의 정직성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intellectual integrety는 지식에 대한 정직성을 뜻한다기 보다는 이성적 태도의 정직성을 뜻하는데, 팩트풀니스의 정의와 동일하다.

 

이처럼 이 책은 새로운 책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를 이성의 잣대로 봐야 한다는 것을 지루하지 않게 잘 증명하고 있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사람들에게 세상을 보는 바른 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다. 또한 팩트풀니스라는 태도 그 자체의 중요성을 계속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중요하다.

 

팩트풀니스가 중요한 이유는, 이 태도가 인류 공동체를 떠받칠 수 있는 유일한 도덕률이기 때문이다.

 

도덕은 종교에서 나온다. 종교는 가치를 다루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지하로부터 수기>에서 종교가 없으면 인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한 이유가 그래서이다.

 

르 봉의 <혁명의 심리학>에서도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종교를 적폐로 생각하고 종교를 깡그리 무시한 채 오직 인간의 이성으로만 세상을 세운다면, 그 이성의 도덕률에 '살인을 하지 말라'와 같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도덕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세상은 단일종교가 아니다. 다양한 종교가 서로 부딛히고 있으며, 종교가 없는 사람도 수도 없이 많이 존재한다.

 

우리가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선 공동체원이 공동의 가치를 공유해야 하는데, 기독교 공동체를 예로 들자면 기독교 공동체를 이루는 단 하나의 가치는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복종이다. 모든 기독교인이 공유하는 이 가치를 더 이상 공유하지 못하는 순간 그 사람은 기독교인이 될 수 없는데, 이는 바로 공동체의 근간이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기독교, 불교, 유교, 무신론자들이 다 같이 모여 사는 나라다. 어느 하나의 교의만을 가지고 공동의 가치를 만들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

 

종교를 초월하여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유일한 공동의 가치는 바로 팩트풀니스이다. 우리가 항상 사실에 대해서 말하고 틀렸을 경우 틀렸음을 인정하는 자세가 바로 인간이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공통의 가치이다. 그러나 사실은 때론 가혹하고 잔인하기 때문에 사실에 충실하다는 것은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물론 개인주의자의 입장에서 공동체가 왜 필요한가 라고 물을 수 있다.

 

사실 인간들은 이미 경제적 필요에 의해 서로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인간의 이기심과 이에 따른 교환은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인간을 분업이란 형태로 결합시킨다. 이 과정에서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

 

잦은 교류는 서로의 입장차이를 줄일 수 있으며, 신뢰라는 고귀한 가치를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이미 우리는 원하든 원치않든 그 어떤 도덕적 형태의 결합도 아니지만 그 무엇보다 강력한 공동체를 자유라는 이름하에 자생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책임지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세상에 아무 생산성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자유와 책임을 모토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빼앗기만 하려는 기생충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는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이미 존재하는 자유의 공동체를 자신들이 설파하는 '평등을 위한 분노의 교의'의 결과로 대체하려고 하는 데, 그러한 선동은 자극적이고 감정적이라서 사람들은 열광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자생적 질서 외에 결국 어떤 도덕률을 찾을 수 밖에 없게 되고 이것이 바로 팩트풀니스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팩트풀니스의 자세와 자유주의는 서로 굉장히 맞닿아 있기도 하다.

 

여담으로 정말로 작가가 왜 세상이 좋아지고 있는지 모르고 있을까?

 

아마도 아닌것 같다. 그는 아주 조심스럽게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세상을 좋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아니라면 무엇이 세상을 좋게 만들어주는 요소일까? 추측해야 겠지만 답은 명확해 보인다.

 

장점

통계에 근거한 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단계 구분법은 보다 정확한 구분법이다.

 

▶책이 읽기 쉽다.

 

▶과학적 내용이 주가되면 지루해지는데, 이를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보인다.

 

단점

▶작가의 전문분야가 아닌 곳에선 비전문성이 보인다.

 

▶침팬치의 정답률과 사람의 정답률을 자꾸 비교하는데 침팬치의 정답률 33%는 지능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확률을 의미 함에도 계속 이를 지능의 영역에 빗대고 있다. 단순히 재미로 사용하는 비유면 모르겠는데, 계속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비하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가장 큰 단점인데, 작가는 세상이 더 나아지고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 믿고 있으며, 우리가 편견으로 가지고 있는 중 동, 아프리카도 이미 굉장히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도대체 왜? 왜 개선되는지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없다. 가난한 나라들이 도대체 왜 개선이 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은 통계로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긴 하는데, 세계가 도대체 왜 발전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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