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책

[책리뷰]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어빈2 2021. 8. 11. 18:16
728x90
반응형

저자 장류진

평점 1

 

개요

일의 기쁨과 슬픔은 젊은 작가 장류진의 단편 소설집으로, 8개의 단편을 한데 묶은 책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회 비판, 정확하게는 자본주의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

이 책은 총 8개의 챕터로 구성되어있다.

 

각 챕터별 유사한 구성을 띄고 있으면서 주제도 유사하다. 다루는 내용도 평이하며 마무리도 동일한 방식으로 끝난다.

 

예를 들어 단편 중 하나이자 이 책의 제목인 <일의 기쁨과 슬픔>은 전형적인 직장 내 갑질을 다루고 있으며, 그 갑질 안에서 느끼는 허무함이나 슬픔, 그러면서도 생활속에서 기쁨을 찾는, 소위 말하는 워라벨을 다루고 있다.

 

다른 단편인 <후쿠 오카 답사기>는 어디 야동을 참고해서 보고 쓴건지, 전형적인 야동의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는데, 사별한 유부녀 여자를 만나러 후쿠오카를 찾아간 남자의 이야기 등이다.

 

느낀점

이 책을 보면서 느낀점은 불쾌감이다. 이 책이 시종일관 전하는 말은 이렇다.

 

'뭐야 너 이상한 가식부리지 마. 진짜 현실은 이런것이야. 내가 너의 추악한 마음을 드러내줄게'

 

좋게 말하면 일침이요 나쁘게 말하면 정말 자극적인 소설이다.

 

이 책은 굉장히 솔직하게 쓰인것 같지만, 작가의 얕은 지식으로 너저분하게 풀어놓은, 다시 한번, 좋게 얘기하면 잘 마무리한 '네이트판'이고 나쁘게 말하면 현실 포르노에 지나지 않는다.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갈등, 딜레마와 이를 승화시키는 매커니즘이 전혀 존재하지 않고 그 매커니즘의 부재를 마무리를 일상화하는 기법을 쓰면서 대부분의 끝을 허무함과 씁쓸함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는 마무리를 일상화함으로써 쓴 뒷 맛을 유도하려는 의미도 있었겠지만, 내가 볼 땐 작가의 내공 부족이다. 왜냐하면 모든 단편이 이런식으로 끝나고 있기 때 문이다.

 

또한 어줍잖은 사회비판을 마치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법한 일인것 처럼 가장하면서 보여주고 있는데, 그 정도가 지나쳐서 보는 동안 '이걸 지금 공감하라고 쓴 건가?' 싶은 부분이 있을 정도였다.

 

예를 들어 단편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는 전형적인 직장 갑질을 다루고 있는데, 사장이 잘나가는 여자 직원한테 빡쳐서 모든 월급을 신용카드 포인트로 줬다는 내용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알겠는데 공감을 이끌어 내는데는 실패한, 그러나 딱 현재 한국 사람들 심금 울리기 좋은 신파같았다.

 

그렇게 큰 카드 회사에 사회적으로도 자신의 이미지를 신경쓰며 SNS를 하는 사장이 단순히 화났다고 직원의 월급을 카드 포인트로 준다고 생각하는게 정상인지 잘 모르겠다.

 

사실 이런 부분에서 작가의 전형적인 피해자 의식이 아주 잘 드러나는데, 자신의 월급을 카드 포인트로 주는데도 거기에 대해 슬퍼할 줄만 알지 저항할 줄 모르고 그 주어진 틀 안에서 자신의 처지를 긍정하는, 노예근성 내지는 수동적인 약자 형태를 아주 잘 보여준다.

 

이 책을 보는 내내 '86년생 여자' 작가의 안타까운 인생관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척 하고 있지만 누구보다도 천박한 작가의 물신주의가 잘 드러나고 있다. 작가가 그 천박한 물신주의를 비판하려고 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모든 내용이 물신주의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점, 서술에서 자신의 생각이이 묻어난다는 점, 소설 내 주어진 형태들이 전부 비정상적인 강자-약자의 구도로 작가 내면의 피해자 코스프레가 묻어난다는 점에서 작가 스스로가 물신주의에 매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단편 <도움의 손길>에서 주인공이 아이를 안 낳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아이를 그랜드피아노에 비유한 부분이 있다. 즉 그랜드피아노만큼 정결하고 아름답지만, 형편에 과분하다는 뜻이다. 아이를 단지 형편이 되야 낳을 수 있는, 만렙찍고 템 맞추겠다는 식의 발상은 작가가 어느정도 수준의 물신주의에 빠져있는지를 아주 잘 드러낸 부분이다.

 

여담으로 한국의 출산장려정책이 계속 실패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아무리 돈을 퍼 부어봤자 악 효과만 날 뿐이다. 아이조차 돈이 되면 향유할 수 있는 사치'재'취급하는 천박한 물신주의적 문화를 이해하고 깨지 못하면 출산율은 소원할뿐이다. 왜 기독교 가정이 아이를 많이 낳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의 위험한 점 중 하나는 작가의 의도인지 아닌진 모르겠는데, 미장셴을 이용하여 선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의 기 쁨과 슬픔>에서는 당근마켓을, <다소 낮음>에서는 상어송과 방시혁을 연상하게 하는 내용들이 나오는데, 이는 소설에 흥미를 더해준다.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친숙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친숙함을 내세워 그런적이 없는데 마치 그런 일이 있었던것 처럼 유도하는 것, 또는 친숙한 감정이 주를 이루게 만들면서 소설 내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무의식 중 머리에 박어넣는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선동성을 잘 보여준다.

 

<82년생 김지영>부터 해서 우리나라의 소설계는 점차 싸구려 사회비판을 마치 좋은 것인것 처럼 포장하고 그것이 진짜 소설인것 처럼 매도하고 있다. 그 내용에 있어서, 사회비판적 요소가 좋다고 백 번 양보해서 인정한다 해도, 문체의 아름다움이나 갈등의 전개, 그 해결법에 있어서는 그 어느때 보다도 타락한 한국 문학계를 아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갈등이 없고, 문체적 특징도 없으며, 세세한 묘사나 심미주의도 없으며, 해결이 없고 그저 수동적이고 당하기만 하는, 굳이 예를 들자면 일제 지배 하에서 저항하나 못하고 질질 짜기만 하는 그런 수동형의 인간이 마치 사회비판인것 처럼 들이대는 것은 모욕적인 일이다.

 

그런 소설을 쓰는 것은 자유지만 마치 그것이 새로운 한국형 소설인것 처럼 홍보하고 나온다면, 종종 소설을 읽는 나로서는 더 이상 한국 소설은 읽지 마라는 사인으로 밖엔 안보인다.

 

장점

▶책이 읽기 쉽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탐페레공항>은 잘 썼다.

 

단점

▶두 개의 장점을 제외하곤 칭찬할 것이 없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