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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인간 불평등 기원론 - 장 자크 루소

어빈2 2021. 8. 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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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장 자크 루소
평점 6

개요
<인간 불평등 기원론>은 1755년에 발표된 책으로 불평등의 기원을 연역추론해본 짧은 책이다.

흔히 루소의 주장을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나 사유재산 때문에 불평등이 시작되었다'는 문장으로 알고 있으며, 이로 인해 루소가 좌익의 원조라고 보고있다.

이 책을 보면서 느낀것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었다.

물론 큰 틀에서 '자연상태라는 불평등이 없는 곳이 있었는데 소유의 개념이 생기면서 모든 불평등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맞지만, 루소는 결국 이런 주장을 통해 '자유'가 없어짐을 통탄하고 있다.

즉 좌익적 사고의 원조라는 것은, 루소 스스로의 좌익적 인간성이라기 보다는 루소의 분석방법론이 좌익적 세계관을 나타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좌익원조라는 딱지를 뗄 정도는 아니었다. 루소는 유아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소유와 그 소유권을 확정시킨 '사유재산권'이 현존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는 미학적 세계관에서 오는 실수인데, 1)복잡한 세계에서 단 하나의 주춧돌이 모든 것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점, 2)그 원인만 제거하면 마치 천국이 올거라고 생각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좌익적 사고방식의 전형인 '태초에는 에덴이 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 책에 잘 드러나있다. 물론 루소는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으며 그 다음 저작인 <사회계약론>에서 지금 수준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그 시절의 기술 수준에서는 설득력이 있었겠지만 현대의 기준에선 대부분 틀린것 같다.

구성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자연상태가 무엇인지 증명하는 부분이고 2부는 자연상태에서 왜 불평등이 시작되었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내용
1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는데, 왜 빌어먹을 지금 우리는 온갖 불평등 속에서 살고 있는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틀어졌는가를 밝히기 위해 루소는 '자연상태'의 인간을 가정하고 이를 찾기 시작한다. 루소에 따르면 자연상태의 인간은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1)생존본능이 있고 2)동정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오해하면 안되는게 자연상태가 에덴동산처럼 인간성을 인식한 존재가 평화롭게 지내던 시절을 뜻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에덴에서 아담과 하와는 고통이 없었을 뿐 자신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자연을 다스리는 위치에 있었다. 모두가 잘 아는 선악과 이야기도 그들이 지성을 가진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루소의 자연상태는 굳이 비교하자면 방금 막 조립한 OS도 안깔린 컴퓨터와 같다. 생존에 필요한 지성만 있으며, 사랑, 지식의 축적, 진보도 모르는 상태의 인간이다.

먼저 루소는 자연상태에서 인간이 육체적으로 평등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루소가 '미개인'이라고 부르는 자연상태의 인간들은 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본능 속에 가지고 있으며, 사회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한된 이성 속에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복과 주거 등 우리가 그토록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최초의 인간(자연상태)에겐 큰 불행이 아니었으며, 그 결여가 자기보존에 큰 장애물도 아니었다고 한다.

이어서 정신적인 평등도 동정심을 전제로 증명하고 있다.

원래 자연은 인간의 사회성이나 인관관계를 이루고자 하는데 대해서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다. 자연상태엔 교류가 없었기에 허영심, 존중, 배려, 경멸도 몰랐고 때문에 폭력도 없었다. 사랑이란 감정은 관습에 의해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육체적인 성욕 이외엔 없었고 질투로 인한 분쟁도 없었다. 일도 언어도 집도 전쟁도 교류도 없이 숲을 이리저리 떠도는 미개인은 다른 동료의 필요를 느끼지도 못했을 것이고 해칠 욕구도 없었을 것이며 오로지 자족하면서 생존에 필요한 본능과 제한된 지식만을 가졌을 것이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평등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연상태에선 절대로 스스로 불러올 수 없었던 불평등의 가능성인데, 어떤 이유로 시작되었는지를 2부를 통해 증명하고있다.

2부
한 땅에 울타리를 치고 '이것은 내것이야'라고 말한 최초의 인간이 문명사회의 실제 창시자다.

자기 보존을 넘어 '소유관념'이 생기면서 모든 불행이 시작되었다. 독립적인 개체로서 부족함 없이 살았던 자연상태를 벗어나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혼자서 여러 사람분의 양식을 갖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평등은 깨지고 소유는 동시에 노동의 필요를 낳았다. 특히 이를 가속화 한것은 철의 발견과 농업의 시작이다. 사회를 이루기 시작한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본모습과는 다른 모습(가면)을 보일 필요가 있었고 여기서 모든 악덕이 시작되었다.

결국 사회는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로 나뉘어 부유한 자는 가난한 자를 노예로 부리고, 가난한 자는 자유를 대가로 예속되었다. 그리고 이를 구속하는 '법(사유재산권)'은 자연적 자유를 완전히 파괴하고 불평등을 고착화시켰다.

불평등은 자연상태에서는 거의 없으나 우리의 능력의 발달과 정신의 발전으로부터 그 에너지를 얻어 성장하며, 마침내는 소유권과 법의 제정에 의해 항구적이 되고 합법화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느낀점
루소 자신의 주장을 위해 많은 논의를 결과에 껴 맞추고 있다.

특히 1부 자연상태 증명에서 특히 오류가 많은데, 현대의 시점에서 보면 이는 명백한 오류다. 예를 들어 '자연상태에선 질병의 원인이 없기 때문에 치료약도 의술도 필요하지 않았다'라는 식으로 자연상태의 평등함을 옹호하는 것은 비약이다.

루소의 주장을 현대적 관점에서 비판하자면 1)좌익적 사고방식의 오류에 대한 비판 2)불평등 해결에 대한 비판을 할 수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던것 처럼 모든 문제의 원인이 하나로 귀결되며 그것만 없애면 만사 해결된다는 식의 환원주의적 사고방식은 오류다. 인생은 문제해결의 연속인것처럼 개인의 문제조차 하나만 고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자신의 외모에 불만이 많은 사람이 성형을 결심했다고 하자. 처음에는 코만 수술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것이라 생각하지만, 코 성형에 성공하고 나면 그 다음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모든 성형이 끝나고 나면 얼굴만이 외모의 유일한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개인의 인생이 이렇듯이 복잡한 사회문제의 기원은 한 점에 있는 것이 아니며 그것만 고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루소는 마치 문제의 원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를 시작으로 모든 악덕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태초에는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빠진다는 사고방식은 좌익적이다.

좌/우익 사고방식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좌익은 세상이 점점 나빠진다고 생각하는 반면 우익은 세상이 점점 좋아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환경의 예를 들자면, 좌익은 태초에 환경은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인간이 공장을 짓고(자본주의 탓) 자원을 캐기 시작하면서 파괴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지구 온난화 같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위기에 닥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자연적 삶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한다(그러면서 정작 본인들은 그러지 않는다).

반면 우익은 공장을 짓던 행위들이 자연을 파괴한 것은 맞지만, 오히려 인간은 성장을 이루면서 환경을 사치재로 생각하는 경제적 사고, 과학기술의 발전이 도리어 자연을 보호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이를 홍보/해결하는 방법에서 또 다른 좌우익 사고의 차이점을 볼 수 있다.

좌익은 지구 온난화가 위험하다는 것을 북극곰이 녹아내린 빙하를 타고 떠내려오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북극곰을 지키기 위해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는 감성에 그 홍보를 기댄다.

반면 우익은 북극곰은 원래 이동할 때 빙하를 타고 이동하고, 북극곰의 개체수는 증가하고 있으며, 북극의 빙하가 녹는 것은 사실이지만 남극의 빙하는 늘어나고 있다는 과학에 빌어 반박한다.

좌익은 인간의 행동이 환경을 망치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를 통해 인간을 통제해야한다는 물신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인간을 불신한다. 반면 우익은 인간을 긍정하기 때문에 각 개인들의 이기심에 근거한 행위가 결국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인간중심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불평등을 대하는 방법의 차이도 여기서 나온다.

좌익은 불평등 해결을 위해 대기업을 규제해야하고 디테일한 법을 만들어 규제를 통해서만 인간의 본성을 억눌러야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우익은 각 개인이 자신의 이기심을 추구한 결과 더 나은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결과의 불평등을 논하는건 넌센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좌익적 세계관이 잘 녹아있다. 그러나 루소는 순전히 좌익적인 인간은 아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자유다.

루소는 불평등이 인간을 예속 관계로 만드는데, 인간은 너무 쉽게 자신의 자유를 댓가로 부자, 행정관, 전제군주에 자신을 위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회계약에 입각한 공화국을 만들어야 비로소 불평등을 해결하고 인간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를 위해서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호소력이 있다. 다만 그 분석과 방법론에 있어서 오류가 많다고 생각한다.

장점
▶소유관념과 이를 법으로 확정시킨 '사유재산권'이 불평등의 모든 원인이라는 분석 등에서 당대 사람들이 불평등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려고 했는지를, 그 지성의 높음을 알 수 있다.

▶결국 개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인간간의 예속(불평등)를 해소해야한다는 루소의 주장은 호소력이 있다.

단점
▶사유재산권을 명분으로 루소는 문명 그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환원주의적 오류에 빠져있다.

▶자연상태는 증명할 수 없다. <고결한 야만인>(나폴레온 세그넌)같은 책은 자연상태의 '미개인'은 실존한 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전제가 틀렸기 때문에 그 분석도 틀릴 수 밖에 없다.

▶매우 어렵게 쓰여져있다. 문장의 호흡이 긴데, 실제로 이 책의 번역가도 번역이 너무 어렵다고 징징거린다.

▶어려운 표현에 비해 논리가 부실하다. 추측하는척 하면서 강하게 자신의 주장을 펴고 있는데 추측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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