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책

[책리뷰] 모로 박사의 섬 - 허버트 조지 웰스

어빈2 2021. 8. 11. 18:02
728x90
반응형

저자 허버트 조지 웰스
평점 4

개요
SF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허버트 조지 웰스가 1896년 발표한 소설이다. 모로 박사의 섬은 웰스의 다른 유명 소설에 비해서는 조금 덜 유명한데, 유명한 다른 소설로는 <타임머신>, <우주전쟁>, <투명인간>이 있다.

내용
이 책은 프렌딕이라는 사람이 모로라는 박사가 사는 섬에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괴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프렌딕이 항해 도중 바다에 표류하게 되고, 다행히 어떤 배에 의해 구조된다. 프렌딕을 구한 사람은 몽고메리라는 그 배의 승객이자 의사로, 모로 박사의 명에 따라 배에 야생 동물들을 잔뜩 싣고 어떤 섬으로 가는 중이었다.

동물 뿐만 아니라 몽고메리와 같이 있는 기괴한 존재들에게 역겨움과 공포를 느낀 프렌딕은, 자신 뿐만 아니라 이 배의 선장과 선원들도 몽고메리를 피하고 얼른 이 동물들을 그 섬에 떨궈버리고 싶어함을 알게 된다.

섬에 도착하자, 선장은 몽고메리와 친하게 지낸 프렌딕도 배에서 내쫓아버리고, 프렌딕은 원치않게 모로 박사의 섬에 오게 된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동물들의 비명소리에 프렌딕은 의아함을 품고 모로 박사와 몽고메리 모르게 섬을 탐사하는데, 문득문득 보이는 동물들이 정상이 아님을 깨닫는다. 이 섬에서 동물과 인간을 가지고 생체 실험을 진행한다고 추측한 프렌딕은 모로박사와 몽고메리로부터 도망가지만, 모로박사의 긴 설명에 수긍하고 다음 배가 오기 전까지 이 섬에서 살게 된다.

모로박사의 설명은 이렇다. 모로박사는 영국에서 유명한 생물학자였는데, 동물 실험을 이유로 영국에서 추방당한다. 결국 아무 방해 없는 이 섬에서 모로 박사는 동물을 개조하여 인간으로 만드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역겹고 기괴한 인간들은 동물을 개조하여 인간화 시킨것으로, 동물은 곰, 개, 고양이, 늑대, 돼지 등 60여 마리나 이 섬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모로박사의 실험은 박사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동물 인간들은 인간성과 동물의 본성을 둘 다 가진 채 모로박사와 몽고 메리와의 미묘한 긴장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박사 일행과 동물인간 사이를 얽매고 있던 창조주-피조물의 관계, 인간 개조의 문제 등을 통해 당시 영국의 종교문제, 동물생체실험문제, 인종문제에 대해서 다뤘다고 평가받고 있다.

느낀점
짧은 책이고 쉽게 읽히는 책이다. 1890년대의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면 동물 생체실험 말고는 다른 문제의식이 선뜻 떠오르진 않는 책이다. 인간이 만든 창조물을 다룬다는 점에선 <프랑켄슈타인>과 비슷한데, 프랑켄슈타인은 인간보다 더 인간스러운 괴물이 나오는 반면, 이 책의 동물인간들은 서서히 인간성을 상실하고 다시 동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지금의 입장에서 볼 땐, 동물생체실험은 어느정도 정답이 나온것으로 보이며 그에 대한 합의도 이루어진것 처럼 보인다. 인간의 생명을 위해 동물 실험은 필요하되, 그 정도에 있어선 윤리규정을 지킨다 정도로 합의가 이루어진것 같다.

이 책은 창조주와 피조물이라는 관계를 통해 종교를 비판하고 있다고도 하는데, 사실 보는 동안 종교비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종교적 모티브를 차용해온 것이지, 기독교 비판같은 느낌은 별로 없었다. 이 정도의 내용을 가지고 종교 비판이라고 해석한다면, 이는 과대 해석같다는 생각이다.

내가 이 책에서 좋았던 부분은 이 책의 마지막, 프렌딕이 구조되고 나서 인간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나, 지성속에서 답을 구하며 희망을 찾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찾아야 할 우리 내부의 동물성 이상의 어떤 것, 그 위안과 희망은 우리들 일상사와 속악과 고민거리에서가 아니라 저 광대 불변한 법칙에서 찾아야 하리라.

나는 그런 희망없인 살지 못한다.


문장은 참 좋은데, 사실 좀 뜬금없기도 하다. 자신이 보았던 동물 인간과 실제 인간 사회를 비교 비판하면서, 마지막에 '그래도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식의 결말 같기 때문이다.

아쉬웠던 점은 사실 인간을 창조주의 자리에 올려놓고 피조물과의 관계를 구성하는 내용에는 '인간성'을 결정하는게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이나 영화 <블레이드 러너>가 보여주는 바로 그런 고찰 말이다.

인간이 창조했으나, 그것이 더 인간스럽다면, 도대체 인간을 규명하는 인간성이라는게 무엇이냐? 라는 질문은 참으로 고급스럽다.

그러나 이 책은 오히려 동물들이 빠르게 퇴화하면서 인간성에 대한 고찰이 드러난다기 보다는, 신의 위치로 올라가려고 했던 인간의 무지함만 보이고 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이 책이 종교비판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것인데, 신의 위치로 가려고 했던 인간의 오만함은 결국 범접할 수 없는 신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접근이기 때문이다.

동물생체실험, 인간성문제, 인간개조의 문제, 종교문제, 더 나아가 제국주의 비판 등 이 책은 어느 주제도 심도있게 다루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점
▶쉽게 읽을 수 있고 분량이 짧다.

▶공포소설의 장르로 본다면 꽤 내용이 충실하고 스토리가 짜임새 있다.

▶윤리없는 과학의 위험성을 경고해준다.

단점
▶책이 가볍다

▶비판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한 흡입력이 약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