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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이완용 평전 - 윤덕한

어빈2 2021. 8. 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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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덕한

평점 8

 

개요

초등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매국노를 물어보면 종치면 침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이완용'을 외친다. 가히 대한민국 매국의 아이콘은 이완용이다.

 

이 책은 이완용=매국 무조건 반사에 일침을 가하는 책이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완용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는 것은 사실도 아니며 망국과 매국의 모든 책임을 이완용 한사람에게 돌리는 것 역시 이성적 역사인식이 아니다'는 말은 평소 이완용=매국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일 수 있는 주장이다.

 

한국에서 초중고를 나온 사람이 성인이 되고 난 다음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하면 초중고때 배웠던 것과 괴리가 너무 심해 당황할 때가 많다. 어느 정도것 차이가 있어야 충격도 덜하겠는데, 이건 뭐 아예 틀린 걸 가르치고 있는 수준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초중고때 배운 근현대사는 쓰레기라는 것을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역사는 과학의 영역이고 이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그 자체라는 것을 뜻한다. 한국의 소위 주류 사학계는 민족주의에 함몰되어 있어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고 특히 일반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줄 수 있는 경제사를 깡그리 무시하면서 잘못된 역사를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조선이 왜 망했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저 이완용 한 사람의 잔혹한 매국 때문에 조선이 망했다고 알고 있는데, 한 사람의 행위로 나라가 망하고 팔릴것이었으면 그 나라는 도대체 어떤 꼬라지를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응당 있어야 함에도, 우리 역사는 이를 조명하고 있지 않다.

 

이 책에 나온 많은 문장들은 충격적이면서 놀라운데, 특히 을사조약이 진행되는 부분을 저자가 조선왕조실록 등을 근거로 시간 순서로 나열한 것을 보면, 도대체 상식으로 퍼져있는 매국=이완용의 프레임에 모든 국민이 함몰되어있는 모습을 어디서부터 고쳐야 하나 하는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작가 윤덕한은 경향일보 출신 기자로 보통 좌익이 쓴 책이 우익에서도 인정 받는다면 그 책은 팩트에 충실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읽을 생각이 들었는데, 과연 좌익답게 책 내 들어있는 수 많은 작가의 생각에서 '우리민족끼리'를 느낄 수 있었다.

 

내용

이 책의 서문에는 저자의 아픈 고백이 들어있다. 저자는 원래 이완용을 고발하기 위해 이 책을 쓰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연구하면 할 수록 알려진 것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큰 혼란이 빠졌다고 한다. 

이완용은 시문과 서예를 낙을 삼은 전형적인 조선 선비였고 일제에 협력하면서도 조선 왕실에 끝까지 충성을 바친 충신이었다.
(중략)
지금까지 우리는 탐욕스럽고 패륜적이며 배은망덕한 인간 말종이라는 '그럴듯한 매국노 이완용 상'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삿대질을 하면서 위안을 삼아왔다.
(중략)
이것은 우리에게서 망국의 치욕감을 어느 정도 덜어주는 위안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진실은 아니다. 진실이 아닌 것에서 역사의 교훈을 얻을 수는 없다.

 

참으로 통렬한 자기 고백이자 우리 역사의 처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 사회적 역사 통념에 충격을 줄 만한 사실을 몇개 언급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민비에 대한 비판

이제는 많이 알려져 사람들이 '명성황후'라고 하지 않는듯 하다.

 

웃긴게, 민비는 민씨 왕비라는 뜻으로 비하의 의미가 아니다. 민비도 맞고 명성황후도 맞는데, 명성황후는 민비 사후에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변경되고 추존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비는 살아생전 황후였던 적이 없으며, 모든 역사는 민비로서 한 역사이지 명성황후로서 한 역사가 아니다.

 

그럼에도 뮤지컬 작가의 창작 대사 '내가 조선의 국모다!'라는 터무니없는 말로 마치 민비가 대단한 인간인양 포장되어 왔고 이는 명성황후가 아닌 민비라고 하면 욕을 얻어먹는 현상까지 불렀다.

 

이 책은 민비가 한 행동들을 서술하고 있는데, 저자의 형용사 사용(감정적 표현 사용)을 감안하고 들어도 조선망국의 탄탄대로를 깔아준 사람이 민비임을 알 수 있다. 

민비가 권력을 장악한 지 9년 여 만에 국고는 완전히 거덜나고...

민비의 미신 신봉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까지 소문이 날 정도로 유명했다.

그녀의 유일한 관심은 자신의 친정 일족들을 권력에 앉혀 복록을 누리도록 하고...

오늘날 일부 얼빠진 사람들은 마치 민비가 외세를 능란하게 요리한 대단한 여걸이라도 되는듯이 말하지만 외교가 무슨 애들 소꿉장난인가...

20여년간 권력을 농락하면서 역사에 긍정적인 역할은 단 한가지도 한 것이 없다.

그녀가 일본세력을 배격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치 항일애국열사나 되는 것처럼 대접하는 것은 이성적인 역사인식이 아니다.

 

2. 대원군에 대한 비판

대원군에 대한 얘기는 상대적으로 적게 나오는데, 대원군 이야기는 민비와 얽혀 있는 내용이 많다. 특히 대원군에 대해서 우리가 알아야 되는 부분은 민비 살해에 책임이 대원군한테 매우 크게 있다는 것이다. 

민비 시해를 일본공사 미우라가 주도하고 실행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원군이 일본인들의 민비제거 음모에 가담하지 않았다면 감히 그들이 궁궐을 침입해서 한 나라의 왕비를 살해하려는 꿈을 꿀 수 있었을까?

민비시해와 관련해 오로지 일본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욕하면서 대원군의 역할을 외면하고 비판하지 않는 다면 우리는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할 것이다.

 

3. 아관파천 이야기

 

위의 사진을 보면 아관파천을 무슨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도망한 것 처럼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고종은 알려진 것만 해도 7차례 외국 공사관으로 도피를 하려고 했고 그 중 성공한 것이 러시아 공사관으로의 도피이다. 저자는 아관파천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아관파천은 국모시해의 원수를 갚는다는 명분을 앞세워 단행되었지만 이것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명분일 뿐 사실은 러시아라는 또 다른 외세를 등에 업고 친일파 정권으로부터 권력을 탈취한 정권 탈취극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한 나라의 주권의 상징인 국왕이 자기 나라에 주재하는 외국 공사관에 몸을 맡기는 일찍이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주권포기 행위였다.

 

4. 독립협회장 이완용과 만민공동회, 신용하 교수 비판.

독립협회는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뜻하는 '독립문'을 건립하고 그에 필요한 비용을 모금하기 위해 창립된 단체다.

 

독립협회 첫 총회에서 이완용이 위원장으로 선출되었으며, 독립문 현판은 이완용이 쓴 것이 확실하다. 러시아가 심하게 내정간섭을 하자 독립협회장 이완용은 서재필과 함께 러시아를 규탄하는 만민공동회를 열기로 하고 이를 독립협회 부회장 윤치호와 상의했다.

 

이 부분에서 신용하 교수의 연구인 <독립협회연구>를 저자는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기록되어있는 윤치호의 영어일기를 신용하는 읽어보지도 않고 자신의 논문에 <독립협회연구>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다는 것이다.

 

논외로 이 부분에 윤치호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잘 드러나는데 흥미롭다. 

이완용씨가 오늘 아침 나를 찾아와 그와 서재필이 종각 부근에서 대중집회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말하면서...
(중략)
나는 이씨에게 이런 종류의 대중집회에 내재된 심각한 위험을 지적했다. 인민들은 의회주의 규칙이나 일체의 규칙에 무지하다. 어떤 연사가 대중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 그럴듯한 말로 호소하게 된다면 인민들은 즉시 폭도가 될 것이며...

 

5. 을사조약에 대한 철저한 팩트 구성

이 부분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이다. 을사조약 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으며, 을사조약을 늑약이라 부르면서 이완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게 맞는건가? 라는 의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이자 슬픈 역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시간 순서에 맞게 이 책에 나와있는 부분들을 발췌해서 아래에 구성해 보았다.

 

1905년 11월 15일 15시 30분
이토 히로부미가 통역관을 대동하고 고종을 찾아 4개조로 된 보호조약 문안을 내놓고 외교권을 일본에 넘기라고 강요한다.
 
이토 "동양 평화를 영구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상 화근이 되는 한국의 대외관계를 앞으로 일본이 맡는 것이 불가피하다"
 
고종 "외교권 이양을 절대로 거절하는 것은 아니며 조약 내용은 어떻게 규정해도 말하지 않겠으나 형식만이라도 남겨줬으면 좋겠다"
 
이토 "한국의 외교권을 일본이 장악하지 않으면 또다시 동양에 전쟁이 일어날 원일을 조성하게 되므로 안된다"

고종 "조약의 내용은 반대하지 않겠으나 외교권이 한국에도 있다는 흔적만이라도 남겨주도록 이토가 일본 천황과 정부에 말해달라"
 
이토 "이 조약은 일본정부가 확정한 것이므로 더 이상 변경할 수 없다. 동의도 거절도 자유지만 만약 거절한다면 한국은 조약을 성립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곤란한 처지에 빠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
 
고종 "외부대신과 하야시 공사 사이에 조약에 대한 교섭이 끝나면 의정부 회의에서 토의 결정토록 하겠다"
 
16일 16시
이토는 한국정부 각료와 원로대신들을 숙소로 불러 고종이 조약을 의정부 회의에서 토의하여 결정토록 하겠다고 했으므로 각료들을 직접 설득하고 위협하려했다.

이날 소집된 각료는 한규설, 이지용, 이하영, 이완용, 권중현, 이근택, 민영기 7명이며 원로대신 자격으로 심상훈이 참석했다.(외부대신 박제순은 하야시 공사와 교섭으로 불참)
 
이토 "제군들은 황제로부터 그 문제에 대해 직접 명령을 받은적이 있는가" 

한규설 "대사의 사명은 황제에게 들었으나 외교의 형식이나마 남겨주기 바란다"

이토 "한국은 본래 청국의 속국이었던 것을 일본이 청국과의 전쟁으로 독립시켜주었고 이번에 많은 인명과 재화를 소모하면서 러시아와 전쟁을 한 것도 한국의 독립과 영토를 보전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은 임금과 신하 간에 음모가 많은데다 나라를 지킬 만한 힘이 없어 항상 동양평화를 해치는 화근이 되고있다"
 
이하영 "한국이 오늘 이만큼 독립국이 된 것은 모두 일본의 원조와 보호 덕택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이용익을 프랑스와 러시아로 보내 내통하게 하면서 일본의 의심을 살 행동만 해왔으니 오늘과 같은 결과가 초래된 것도 우리의 책임이다"
 
이완용 "일본은 한국문제 때문에 두 번이나 큰 전쟁을 치러 이제는 러시아까지 격파했으니 한국에 대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그런데도 일본 천황과 정부가 타협적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니 우리 정부도 일본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토 "이번 조약안은 절대로 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 그러나 자구나 표현 등 사소한 문제에 관해서는 쌍방이 서로 협의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17일 11시
한규설 이하 한국 측 대신 8명은 일본공사관에 모여 일본공사 하야시와 보호조약 문안을 가지고 본격적인 토의를 했다. 

권중현 "이 문제는 비록 대사(이토)가 폐하께 말씀드렸고 공사(하야시)가 외부에다 공문을 보냈지만 우리들은 아직 외부에서 내각에 제의한 것을 접수하지 못했으니 지금 당장 토의하여 결정할 수 없으며 또 중추원에서도 여론을 널리 수집해 논의해야 한다"
 
하야시 "당신네 나라는 전제국가인데 어찌하여 입헌정치의 흉내를 내어 대중의 의견을 물으려 하는가. 대황제의 한 마디 말이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17일 15시
지지부진한 공사관 토의에서 하야시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하여 고종을 알현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으나 고종은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하야시의 알현 요청을 거절하고 대신들과 어전회의를 열었다.
 
이완용 "우리 여덟명의 신하가 아래에서 막아내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이겠습니까.

지금 일본대사가 굳이 폐하를 만나볼 것을 청하는데 만약 폐하의 마음이 오직 한 가지로 흔들리지 않는다면 나라 일을 위하여 진실로 천만다행일 것이지만 만일 너그러운 도량으로 할 수 없이 허락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런 것에 대하여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신이 미리 대책을 세우자고 하는 것은 만일 할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면 이 조약의 조문 가운데도 더하거나 덜거나 고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 있으니 이 점을 검토해 보자는 것입니다"
 
고종 "이등박문 대사도 말하기를 이번 조약의 조문에 대해 만약 문구를 더하거나 고치려고 하면 협상하는 길이 있을 것이 지만 전혀 거절하려고 하면 이웃 나라간의 좋은 관계를 보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것으로 미루어보면 그 조약 문구를 변통하는 것은 바랄 수도 있을 듯 하니 학부대신(이완용)의 말이 매우 타당하다. 그 조약의 초안이 어디에 있으며 조문 가운데 어느 것을 고치면 좋겠는가?"
 
이완용 "신의 어리석은 소견으로는 이 조약 제3조 통감의 관할사항에 '외교'라는 두 글자를 명백히 밝히지 않았는데 이것이 뒷날 끝없는 우환거리가 될 것으로 봅니다. 또 외교권을 돌려주는 시기에 대해서도 지금 그 기간을 억지로 정할 수는 없지만 모호하게 두고 지나갈 수는 없다고 봅니다"
 
고종 "그 말이 옳다"
 
권중현 "신이 외부에서 얻어 본 일본 황제의 친서 부본에는 우리 황실의 안녕과 존엄에 조금도 손상을 주지 말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번 조약 조문에는 여기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고종 "그건 과연 옳은 말이다. 농상공부대신(권중현)의 말이 참으로 좋다"
 
이완용 "이상 말씀드린 것은 미리 대책을 세운 것에 불과합니다. 일본대사를 만나서는 다만 안된다는 말 한마디로 물리치 겠습니다.

고종 "조금 전 이미 나의 뜻을 말하였으니 잘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
 
어전회의가 끝나고 8대신은 하야시를 만난다. 하야시 공사의 회의 결과가 어땠냐는 물음에
 
한규설 "우리 황제 폐하는 협상하여 잘 처리하라는 뜻으로 지시하였으니 우리 여덟사람은 모두 반대하는 뜻으로 거듭 말 씀드렸습니다"
 
하야시 "당신네 나라는 전제국이니 황제폐하의 협상하여 잘 처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면 나는 이 조약이 순조롭게 이루어 질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여러 대신들이 폐하의 명령을 어기는 것을 일로 삼으니 어찌된 일인가.
 
17일 20시
하야시의 연락을 받은 이토가 조선주둔군 사령관과 일본군 헌병사령관 등을 거느리고 급히 대궐로 들어왔다. 이미 대궐 안팎은 중무장한 일본군이 포위하고 있어 공포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토는 하야시로부터 사태의 경과를 들은 다음 고 종에게 알현을 요청했다.
 
고종 "대신들에게 협상하여 잘 처리할 것을 허락하였고 지금 후두부에 종기가 생겨 접견할 수 없으니 대사가 중간에 서서 타협의 방도를 강구해주기 바란다"
 
이토 "참정대신(한규설)은 무엇이라고 제의했는가?" 

한규설 "나는 반대한다고 말씀드렸다"

이토 "무엇 때문에 반대한다고 했는지 설명해달라" 

한규설 "특별히 설명할 것 없이 다만 반대할 뿐이다"

박제순 "내가 지금 외부대신으로서 외교권이 넘어가는데 어찌 감히 찬성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명령이라면 어찌할 수 없지 않은가"
 
이토 "이미 협상하여 잘 처리하라는 폐하의 지시가 있었으니 이것이 어찌 명령이 아니겠는가. 외부대신은 찬성하는 편이다"
 
민영기 "나는 반대한다"

이토 "절대 반대인가?" 

민영기 "그렇다"

이토 "그렇다면 탁지부대신은 반대하는 편이다"
 
이하영 "지금의 세계정세와 동양의 형편 그리고 대사가 이번에 온 뜻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루어진 의정서와 협정서가 있는데 이제 또 외교권을 넘기라고 하는가. 나라의 근본에 관계되는 중대한 문제이니 승낙할 수 없다"
 
이토 "그러나 이미 정세와 형편을 안다고 하니 이 역시 찬성하는 편이다"
 
이완용 "이번 일본의 요구는 대세상 부득이한 것이다. 종전의 우리 외교가 변화가 심했던 탓으로 일본은 두 차례나 대전쟁을 치러 많은 희생을 치르고 한국의 독립을 보전하게 만들었다. 이제 우리 외교 때문에 더 이상 동양평화를 위태롭게 할 수 없어 이번 요구를 제기한 것이다. 그럼으로 이것은 우리가 자초한 것이다.

일본도 결심한바 있어 반드시 목적을 관철하려 할 것이다. 국력이 약한 우리가 일본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을진대 더 이상 감정이 충돌하기 전에 원만히 타협하여 일본의 제의를 수용하고 우리 요구도 제기하여 체결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자구 등은 다소 수정할 여지가 있는 것 같다.
 
이토 "과연 당신은 완전 동의라고 인정하겠소"
 
이어서 이근택, 이지용, 권중현이 차례로 학부대신(이완용)과 같은 뜻이라고 답변했다.
 
이토 "협상하여 잘 처리하라는 폐하의 지시를 받아 각 대신들의 의견을 물었더니 반대한다고 확실히 말한 사람은 오직 참 정대신과 탁지부대신 뿐이다. 다수결로 가결이 되었으니 주무대신에게 지시를 내려 빨리 조인하도록 폐하께 주청해 달라"
 
이하영 "제1조의 일본정부가 외국에 대한 관계 및 사무를 감리 지휘한다라는 조항 가운데 모두 자기 뜻대로라는 표현은 한국의 체면을 생각해 삭제해 달라"
 
이토 "있으나마나 한 문구니 삭제하겠다"
 
이완용 "제3조의 통감이라는 말이 어폐가 있으며 그 권한도 외교문제에만 국한시켜 내정은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기해 달라"
 
이토 "그것은 절대로 명기할 수 없다. 그대신 '오직 외교에 관한 사항을 감리하기 위해 경성에 주재하고' 라는 문구를 넣겠다"

권중현 "황실의 안녕과 그 존엄 유지를 보장한다는 조항을 넣어달라" 

이토 "즉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5조를 신설하겠다"

18일 오전 1시 정식으로 조약이 체결되었다.
 
고종 "새 협약의 성립은 두 나라를 위해 축하할 일이다. 짐은 신병으로 피로하지만 당신은(이토) 밤늦도록 수고했으니 얼마나 피곤하겠소.
 
을사조약의 최고 책임자가 고종이며 이 조약과 관련해 가장 비난받아야 할 당사자가 고종이라는 것은 역사의 기 록이 증언하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책은 18장에서 앞선 이완용 일생을 평가하면서 아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저자의 말을 빌어 이 책의 리뷰를 마친다.

우리는 흔히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말한다.

이 말 속에는 이완용만 아니었으면 나라가 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망국과 매국의 모든 책임을 이완용 한 개인에게 돌리고 그를 저주하는 것 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그러나 이완용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는 것은 사실도 아니며 망국과 매국의 모든 책임을 이완용 한 사람에게 돌 리는것 역시 이성적인 역사인식이 아니다.
 
동학당과 나라의 자주독립을 외치던 독립협회의 잔존세력들이 일진회를 만들어 외교권을 일본에 넘기라고 아우 성을 치고 한일합방을 상주하는 이런 판국에 어찌 망국과 매국의 책임을 이완용에게만 물을 수 있는가.
 
이완용은 만고의 매국노다. 그러나 그가 결코 멀쩡한 나라를 팔아먹은 것은 아니다. 그는 한때나마 나라의 독립 을 위해 헌신했으며 민족의 장래를 두고 깊이 고뇌한 적도 있다. 민비나 대원군이 역사와 민족 앞에 저지른 죄는 이완용의 그것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무거운 것이다.

 

장점

▶이완용을 팩트에 기반하여 재조명 함으로써 무엇이 진짜 역사인지를 아주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을사오적과 그를 대표하는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주장에 매몰되어 조선의 순결함을 주장하고 심지어 고종이 독립운동을 했던것 처럼 인식하고 있다.

 

또한 명성황후라고 안하면 몰매맞기 쉽상이며 심지어 덕혜옹주라는 영화를 만들어 일제를 악마화하는 역사 왜곡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조선 망국의 책임은 고종에게 있다고 아주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으며 그 근거를 명확히 하고있다.

 

▶쉽게 쓰여 있어서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어려운 문체로 되어있지 않은데, 아마 기자 출신이라서 글 쓰는데 재주가 있는것 같다.

 

▶책에서 서울대학교 신용하 교수를 맹렬히 비난하고 있는데, 이것도 기자답게 주류에 얽매이지 않고 할말을 하는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단점

▶작가의 정치성향이 매우 많이 들어있다.

 

이 책은 18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외세의존적인 부분을 언급할 때 마다 주한미군, 한미동맹 얘기를 한다.

 

즉 지금 대한민국 안에 미군이 있다는것 자체가 민비, 대원군, 이완용처럼 외세를 끌어들이려고 했던 인간들과 동일한 행동이라고 주장하는데, 한미동맹이 가치동맹임을 잘 모르는 전형적인 좌익의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보는 내내 왜 굳이 이 런말을 계속 집어넣어서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지 싶을 때가 많았다.

 

▶감정적인 표현이 많다.

 

어디서 들은 얘기로는 우익은 명사를 많이 사용하고 좌익은 형용사를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이 책에는 역사서임에도 불구 하고 소설 느낌이 나는 형용사가 많이 나오는데, 객관적인 느낌이 바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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