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책

[책리뷰] 페스트 - 알베르 까뮈

어빈2 2021. 8. 6. 09:38
728x90
반응형

저자 알베르 까뮈
평점 4

개요
알베르 까뮈의 소설로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오랑'이라는 도시에 전염병인 페스트가 들이닥치면서 겪는 도시 시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사스 코비드 2의 확산으로 우리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고 하여 요즘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다. 그래서 읽은 건 아니 고 독서토론 책으로 선정되어 읽었는데,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을 재미있게 읽은 나로서는 꽤 기대하고 읽었다.

그러나 이 책은 소설로서의 재미는 떨어지는 책이다. 작가 스스로가 chronique(기록)이라고 했다고 책 뒷편 작품 해설에 나와있는데, 말 그대로 르뽀같은 책이다. 필자가 페스트 현상이 이미 끝난 후 오랑시의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고 기록을 찾아보는 등 각각의 이야기를 조합해서 만든 구조를 하고 있다.

주요인물인 의사 베르나르 리외와 리외 주변의 사람들인 기자 랑베르, 장 타루, 코타르, 그랑을 중심으로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으나 일관되게 르뽀 같은 형식은 아니고 소설적인 모습도 꽤나 보인다.

내용
책의 줄거리는 코로나 사태를 겪는 우리들이 대충 알법한 모습으로 전개된다. 오랑시에 어느날부터 쥐들이 길거리에 떼거지로 나와 죽어있거나 죽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짓궂은 장난 정도로 여기던 사람들은 죽은 쥐의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자나 오랑시청에 대책을 촉구하게 되고 그 시점과 맞물리면서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오랑시의 의사 베르나르 리외는 손 쓸 도리 없이 죽어가는 환자를 보며 오랑시 의사협회와 시장과의 만남에서 이 병이 페스트이며 대책을 만들어야 함을 설파하지만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대책은 늦어지게 된다. 그러나 사망자의 급격한 증가로 결국 도시를 봉쇄하기에 이른다.

도시 봉쇄로 모든 사람들의 도시 내외 출입이 금지되면서 겪는 이야기가 이후 펼쳐진다.

리외는 의사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작가의 시점이 드러나는 인물이며, 리외의 눈으로 인도주의자이자 내 생각에는 작가의 이상향이 드러나 있는 '장 타루', 관청의 서기이자 평범한 소시민인 '그랑', 정서적 불안을 가지고 있지만 페스트 사태로 봉쇄된 도시에서 오히려 안도감을 느 끼고 더 잘 적응하는 '코타르', 기자로 오랑시에 오지만 도시 봉쇄로 오도가도 못하게 되어 파리에 있는 자신의 연인을 만나기 위해 불법적 방법까지 알아보며 어떻게든 오랑시를 떠나려고 하지만 결국 오랑시에 남아서 환자를 돕는 '랑베르'

각자의 사정이 있지만 페스트 사태를 맞아 결국 극단적인 재화 속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것은 의사 리외의 주장처럼 인도주의라는 것을 주장하는 책이다.

느낀점
사실 이 주장 때문에 보고나면 어이가 없어지는데, 그것도 의사라는 과학자의 입에서 전염병을 이겨나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인간끼리의 도의라는 것이 참 순진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전염병을 이기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대책이지 도의가 아니다. 물론 책에서 여러 인물들은 환자를 도우며 누구보다 헌신적이며 심지어 그 과정에서 본인들이 페스트에 걸려 죽기도 한다. 이런 부분은 기려야 되고 영웅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게 본질적 해결책인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페스트는 자연스럽게 극복되고 그 와중에 의사협회의 의사 중 한명인 카스텔이 만든 혈청이 다행히 효과를 보이면서 페스트 사태가 끝난다. 온정주의는 봉쇄된 도시에서 고립되어 점점 피폐해져 가는 사람들 한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아픈 환자들을 위해 자원봉사대를 조직하여 자발적으로 의사를 돕는 장 타루의 도의적인 행동은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페스트를 해결한 것은 원인을 알 수 없이 회복되기 시작한 환자들과 혈청 때문이다.

한국의 상황과 빗대어 본다면 페스트는 위험한 소설이다.

한국은 비유하자면 감기 치료에 값비싼 항암치료를 하고있다. 코로나는 독감보다 조금 더 높은 치명율을 가지고 있는 병에 지나지 않는다. 독감보다 더 '위험한' 병이라고 할 수도 없는게, 독감은 수 백년 이상 인간들이 걸려왔던 병이라 다양한 면역체계가 이미 형성되어있기 때문이다. 독감으로 매년 2,500명이 죽는 한국의 상황에 이 정도로 강력하게 방역을 하는 것은 이성적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페스트의 배경인 오랑시의 대책은 한국과 아주 유사하다. 사람들은 페스트를 보면서 공감하고 지금 한국이 하고 있는 방역을 정당화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오랑시를 덮쳤던 페스트는 남녀노소 건강과 상관없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고 사스 코로나2는 페스트가 아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