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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민주주의는 만능인가 - 김영평, 최병선 외

어빈2 2021. 8. 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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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영평, 최병선 외 5명

평점 6

 

개요

이 책은 민주주의의 내재적 불완전성을 경고하고 있으며, 추구해야 할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라고 주장한다.

 

230페이지 정도의 핸드북으로 여러명의 교수가 쓴 책이다. 서론과 결론을 포함한 21개의 챕터를 통해 민주주의의 취약한 문제들이 무엇이며, 이를 조정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 챕터의 내용으로는 링컨의 말인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왜 터무니 없는 말인지를 시작으로, 법 치주의, 삼권분립, 사법부의 민주적 정당성, 복수정당제, 지방자치, 평등, 복지국가, 포퓰리즘, 관료제, 여론, 직접민주주 의, 다수결, 알 권리, 시민단체 등을 다루며, 각각의 원칙과 제도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느낀점

이 책의 장점으로는, 소위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며 신성시하는 사람들과 토론할 때 좋은 지침서라는 것이다.

 

이해하기 쉬우며,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고, '개인의 근본적인 자유를 지키기 위한 민주주의'라는 명제가 깔려있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좋다. 또한 의무교육을 통해 배운 잘못된 민주주의(이 책의 표현에 따른 것임)에 대한 반론들이 있기 때문에 성숙한 자유시민이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또 좋은 점은, 바로 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내재적 위험성 즉,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비민주적(독재적) 정부를 추구하는 전체주의 세력에 대한 비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민주주의는 이래서 취약해요' 가 아니라 토크 빌이 말한 '연성 독재', 이 책의 용어로는 '신형 독재'가 민주주의의 필연적 결과가 되는 것을 막으려면 우리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대중독재를 만들어 낸다는, 한국인들이 들으면 펄쩍 뛸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 책 전반에 걸친 단점이기도 한데...어떤 챕터를 어떤 교수가 썼는지 나와있지 않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지만, 교 수들의 수준 차이가 챕터별로 드러나 있으며 몇몇 챕터는 탁상머리 이상론처럼 느껴진다.

 

뒷 부분으로 갈수록 내용이 비록 상식적이지만 좋아지는데, 앞 부분과 뒷 부분의 저자가 이해하는 민주주의의 깊이가 다른것 같다. 책에서 내내 비판하는 것이 민주적 적법성이 오히려 독재로 가는 길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그래서 민주적 제도는 그 자체로는 기능할 수 없다고 하면서, 정작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어떤 완벽한 제도들이 있는것 처럼 설명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러번 독일의 민주국가였던 바이마르 공화국이 제도적 완벽함에도 불구하고 왜 히틀러를 만들어냈는지를 예시로 사용하고 있다. 민주국가였지만 제도만으로는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근데 굉장히 도식적으로 마치 어떤 제도를 잘 지키기만 하면 자유민주주의를 잘 지킬 수 있을것 처럼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지방자치에 대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건전한 민주주의를 위해 중앙권력을 분산하고, 각 지역의 이슈에 보다 효율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우리나라를 보면 잘 작동하고 있지 않다. 지방자치에 대한 장점을 8개나 나열하지만, 정작 지방자치제도가 성립할 수 있는, 한 국가의 국민들이 큰 틀에서 서로 공유하고 있는 역사관, 문명관, 인간관이 없다면 지방자치제도는 그저 정치적 이용 용도일 뿐이라는 것을 언급하고 있지 않은채 마치 권력분립되니까 좋다 식으로 서술하는 느낌이 들었다.

 

또 다른 대표적인 단점으로는, 민주주의를 ism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democracy로 이데올로기가 아 니라 권력의 원천이 어디인지를 묻는 정치체제로 이해해야 한다. 비록 우리나라의 경우 80년대 민주화라는 이름하에 민주주의가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띈 것은 사실이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민주주의는 ism이 아니라 민주정으로 번역 되어야 옳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민주주의를 계속 이데올로기로 보고 있기 때문에, 자유주의나 자유시장경제의 원칙과 장점들이 마치 민주주의의 장점처럼 착각하는 부분들이 많다고 느꼇다.

 

예를 들어 p64 의 경우 민주주의의 놀라운 장점으로 비판과 토론의 과학적 방법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민주주의 이전에 개인주의를 지탱하는 '진실에 대한 존중'이 그 원칙이지 단순히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만을 말하고 있는 민주주의에서 도출 할 수 있는 장점이 아니다.

 

p65, p211 에서는 '민주주의는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고 가정한다'라고 서술하고 있는데, '인간=어떤 존재'라는 것은 도덕철학의 영역이며 민주주의는 도덕철학이 아니다.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고 가정하는 것은 자유주의 뿐 아니라 사회 주의도 가정하고 있다. 다만 불완전한 존재를 개조를 통해 탈바꿈 시킬 수 있느냐가 현대사가 보여준 인간에 대한 끔찍한 실험(공산주의)이다. 그럼에도 마치 민주주만이 인간을 불완전하다고 보는 도덕철학처럼 서술하고 있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p105 에서는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혼동하고 있는데, 다양한 분야와 영역에서 평등의 수준과 정도를 모두 향상 시 킨것은 자유시장경제이지 민주주의의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싱가폴은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나라지만 경제 자유도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높다.

 

혼동의 오류가 보이는 다른 부분은 법과 도덕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의 3장 '왜 법의 지배인가?'는 단일 챕터 중에서 가장 수 준이 낮은데, 민주주의가 법치주의에 의해 지탱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법에 대한 정의에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

 

p46 에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제정된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국가를 비롯한 누구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고 서술되어 있는데, 이 민주적 절차가 도대체 뭔가? 다행히 p227에 자연법적 질서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만, 이 챕터에서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제정된 법률이면 되는것 처럼 서술하고 있다.

 

이어 p47 도 동일한 문제가 나타나는데 '법앞에 누구나 평등하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이 수긍하고 납득할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와 위험성을 지니는 법의 제정에 쉽사리 동조할 사람은 없다'고 서술 하고 있다.

 

p46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제정된 법률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충해주고 있는 일종의 논리게임인데, 그렇다면 이재용의 재산을 환수하는 법은 어떤가? 대다수의 사람들이 수긍하고 납득하며,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통과된다면 이재용의 재산을 환수할 수 있는가?

 

아무리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제정된다 하더라도 자연법의 원칙 안에서만 가능하다. 누군가의 자유를 박탈하는 법을 민주적인 절차로 정하는 것이야 말로 이 책에서 가장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민주주의가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폭력적 성격이다. 근데 챕터3은 내재적 한계로 법치를 긍정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p49 를 보면 챕터 3의 수준이 낮은 이유가 보이는데, 마치 법앞의 평등만 있으면 사람들은 최선을 다하고 부정부패가 없 어지고 비리가 사라지고 정직이 최선이 된다는 탁상머리 이상론이 펼쳐져 있다. 이상론인 이유는 이 책의 뒷 부분에 계속 나오지만, 깨어난 시민들(자유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이 제도적 장치만으로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근데 이 부분은 '뭐 하나만 고쳐지면 나머지는 일사천리'라는 식의 유치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책의 앞뒤가 서로 모순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책은 교묘한 책이다. 비록 좋은 내용들이 많고 자유민주주의 지침 입문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으나 정치권에 입문하고 싶은 교수들의 출사표 같은 느낌도 적잖히 묻어있어 기회주의적이기도 하다.

 

이는 최고의 단점이기도 한데, 이 책은 누가 뭐라고 해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하고 쓴 책이다. 아래는 서론의 내용들이다.

 

1) 쉴 새 없이 가상의 적을 만들어내고 공격한다.

 

2) 집권세력이 가고자 하는 길을 막는 독립적인 기관들(특히 사법부와 언론)의 발을 묶거나 거세한다.

 

3) 여론조작, 선거법 개정을 통해 국민이 그를 권좌에서 몰아내기 어렵게 만든다.

 

4) 이 과정은 매우 교묘하게 전략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알아채지 못한다.

 

5) 3권분립, 국회가 있는 나라에 사회적 대타협이니 공론화위원회니가 왜 필요하냐?

 

6) 민주주의 전복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은 하나같이 합법을 가정한다.

 

7) 사법부를 효율적으로 만든다거나 부정부패를 없앤다거나, 선거제도를 더 공명하게 만든다는 명분이 동원된다.

 

8) 어느날 갑자기 세금을 두들겨 맞거나 피소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현 정부를 겨냥하고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 어디에도 그런 말이 없다는 것이다. 추정할 수 있게만 해놨지 '현 정부가 어떻게 하고 있는데 이는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공격이 그 어디에도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단어만 안썼을 뿐이지 반일선동, 적폐청산, 검찰개혁, 사법개혁, 기레기, 가짜뉴스, 개헌, 탈원전공론화위원회, 재산세 인상, 남발되는 명예훼손 등을 유추할 수 있게 해놓고서는 정작 콕 찝어 말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이는 교수의 특징일수도 있지만 정치권을 바라보고 있는 기회주의적 비겁함으로도 보인다. 그게 이 책의 최대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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