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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금각사 - 미시마 유키오

어빈2 2021. 8. 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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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미시마 유키오
평점 9

개요
미시마 유키오는 일본의 유명한 작가이면서 극우 천황주의자로도 알려져있다. 실제로 미시마 유키오의 죽음을 보면, 기괴 하기 이를데가 없는데, 기괴하지만 오히려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를 매우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일본 문학에 흥미가 생기면서, 다나자키 준이치로의 <슌킨 이야기>,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게 됐는데, 단순히 문체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숭고의 미학', '인내의 미학' 또 그런 상황을 만들면서 보여지는 시각적 미학을 극도로 추구하는 것이 독특하다고 느꼈다.

일본의 전후 소설 중 최고 명작 중 하나로 꼽히는 <금각사>도 그런 호기심에 읽게 되었다. 물론 내가 발제해서 독서토론 책이기도 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소설 금각사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 금각사 방화사건 조사 보고서에는 여러가지 방화 동기가 있었지만, '미에 대한 질투'라는 이유도 있었다고 한다. 거기서 미시마 유키오가 소설을 착안한게 아닐까라는 해설이 있다.

느낀점
책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은 '이게 일본의 미학이구나'라는걸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문장의 아름다움이 굉장히 뛰어났는데, 더 놀라웠던 것은 어떤 장면에 대한 시각적 묘사가 아름다운것도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 도출될 수 있는 특이한 느낌이나 깨달음을 뽑아내는 일련의 과정도 굉장히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슌킨 이야기>처럼, 대가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것은 일본 특유의 미학으로 생각되는데, 절제와 인내, 순응, 죽음으로 책임지는 모습 등이 인상적이다. 특히 절대적인 미에 대한 탐구, 그리고 인간이기 때문에 궁극적 미에 대한 탐구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욕망에 대한 고민, 욕망과 미를 추구하는 정신적 숭고함 사이의 괴리에서 나오는 파괴가 독특하다.

이런 종류의 예술적 고고함의 추구(신의 영역에 대한 더듬음)과 인간이라는 종의 한계가 부딛히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 변 사람들에 대한 파멸을 그린 작품중에 <달과 6펜스> 라는 작품이 있다. 화가 고갱에 대한 얘기를 그린 책인데, 고갱도 미적 극한을 추구하는 사람이었고 그 결과 고갱 주변의 사람들을 파멸로 끌고가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갱과 같은 천재가 천재의 눈에만 보이는 궁극의 아름다움을 추구할때(신의 영역에 손을 내밀 때) 부수적인 인간의 욕망과는 충돌이 날 수 밖에 없는데, 대부분의 예술은 인간의 욕망을(특히 성욕)을 더러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각사>를 비롯한 미학을 그린 소설들은 종교성을 띄고 있는것 같다.

이 책은 주인공이 결국 방화를 저지르기까지의 성장 소설이다. 성장의 과정마다 주인공의 심경에 변화를 주는 사건이 잘 나열되어 있어서 겉보기엔 읽기가 쉬워 보이지만 2가지 이유로 책장이 잘 안넘어가는데,

첫째, 문체가 시도때도 없이 아름다워서 이를 곱씹는 시간이 필요하다.

둘째, 꽤 많은 빈도로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대사들이 있다. 특히 주인공의 친구인 가시와키의 대사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가 없는데, 주인공이 가시와키를 처음 만나는 4장에서 가시와키의 고백은 정말 어렵다고 느껴졌다.

주인공은 결과적으로 보면 '미에 대한 질투'로 미의 파괴로부터 오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주인공의 행적을 보 면, 처음에는 금각으로 대표되는 궁극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마 종교적인 아름다움과 인간의 욕망 사이에 오는 간극에 점차 유혹당하는 것 같은데, 모순되는 상황에서 오는 뒤틀림을 추구해야 할 미학으로 여긴다.

예를 들어 창녀의 배를 밟은 보상으로 얻은 담배를 그 내막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선물로 준 다음, 그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쁨을 느끼는데, 기존의 '선물'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순결성이나 완결성이 뒤틀어졌을 때 나오는 파괴적인 에너지를 추구하는 걸로 보인다.

그러나 주인공이 원래부터 이렇게 뒤틀린건 아니다. 이 책의 핵심 개념인 금각은 영원불멸의 절대적인 아름다움 또는 종교적 아름다움을 상징하는데 주인공에게는 추구해야할 아름다움이면서 동시에 벗어나야될 금제로 나타나는것 같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인간의 욕망 레벨에 있는 행동을 할 때(여자랑 자거나 할 때)항상 금각이 머릿속에 나타나 주인공의 행동을 제약한다. 그때 마다 주인공은 금각을 생각하며, 자신이 추구해야 할 숭고함을 되새기곤 한다.

금각은 주인공 삶의 목표이다. 그러나 동시에 주인공의 족쇄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금각사에 불을 지르면서 원래는 마지막 미학을 완성하고 자신도 자살하려고 하지만, 뜻밖에도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불타는 금각을 바라보며 '다시 살아야지' 하는 주인공의 독백이 나온다. 즉, 금각은 주인공이 추구하는 영원불멸의 아름다움이자 동시에 주인공의 평생을 옭아맸었던 족쇄였던 것이다. 이를 스스로의 손으로 무너뜨리므로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이 책 마지막 장면의 의미인것 같다.

'한 손으로 영원을 만지면서, 다른 한손으로 인생을 만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주인공이 생각하는 장면에서 나온 대사이다. 즉 영원불멸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스스로의 인생을 돌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설 금각사에서 등장하는 괴리들이 설명되는 이 책의 가장 핵심주제에 가까운 문장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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