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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인문학적 상상력 - 오태민

어빈2 2021. 8. 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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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태민

평점 6

 

개요

제목은 무슨 싸구려 교양서적 같은데, 부제가 심상치 않아서 구매했다.

 

제목은 마치 설민석류의 떠들어대는 인문학 같았는데, '자유로운 개인은 어떻게 억압적인 국가를 만들었나?' 이런 심각한 부제를 달고 나온거 보니, 아마도 작가는 부제를 제목으로 하고 싶었는데, 출판사의 요청으로(해당 부제로는 책이 절대로 안팔릴거 같으니...)제목에 수정이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은 교양서이긴 하다. 그러나 쉽게 접근하긴 어렵다.

 

어떤 철학자는 어떻게 말했드라 수준의 교양서가 아니라, 공동체의 탄생부터 개인의 탄생까지를 시장주의자의 눈으로 다룬 책이다. 그래서 책장이 휙휙 넘어가는 종류의 책은 아니다.

 

그러나 꽤나 거친 느낌이다.

 

책이 친절하게 사고의 흐름을 유도하려고 하고 있으나, 작가의 지식에 비해 책을 쓰는 공력은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책이 날것의 느낌을 많이 가지고 있다. 더 큰 문제로는, 결국 자유로운 개인들이 어떻게 억압적인 국가를 만들어 내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용

총 6장으로 이루어졌고 각 챕터별로 서두에는 흥미로운 예시를 제시하고 그 내용으로부터 작가가 하고싶은 말과 이론 설명을 하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2장의 경우 처음에 책 <더 로드>를 통해 식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인간이 식인문화로부터 어떻게 공동체를 만들왔는지를 설명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구성은 4장을 넘어가면서 무너지는데, 4~6장 까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임에도 여러가지 자유주의 고전에서 나온 개념들을 산발적으로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으며, 이 내용들이 하나로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 또한 너무 많은 개념들을 설명하려고 해서 예시가 늘어나는데, 완급조절 실패로 지루함이 느껴졌다.

 

1장부터 4장까지는 자유로운 개인이 어떻게 공동체를 구성하게 되고, 공동체를 구성함에 있어서 일어나는 무임승차, 죄수의 딜레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과 윤리의 탄생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1장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합리적인 인간은 곧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시장경제적 인간형을 기본 모델로 전제한다.

 

2장에서는 이기적인 인간이 어떻게 공동체를 만들어 왔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3장에서는 공동체가 겪을 수 밖에 없는 죄수의 딜레마, 무임승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저자는 자생적 질서로서 만들어 낸, 법과 제도 그리고 시장경제를 그 해결법으로 주장하고 있다.

 

4장은 개미를 예를들어 거대한 규모의 집단을 만드는 것이 개인에게 어떤 이익이 있고(예를 들어 거대 규모의 집단이 기술 발전에 용이하다 등)그 결과 국가가 탄생하게 됨을 설명하고 있다.

 

사실상 4 장부터 이 책은 길을 잃은것으로 보이는데, 4장에 나오는 개념만 해도 초사회성, 규모의 경제, 지식의 문제, 암묵지, 이방인 배척, 신뢰, 시장경제의 인종차별 해소이다. 이 많은 개념을 몇 챕터에 내에서 설명하고 있으며, 심지어 내용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

 

5장은 공동체의 본질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의 내용으로 보인다. 추상적인 공동체, 대중의 국민화, 맹약의 어려움, 단회 게임과 다회 게임과의 전략차이, 명품, 신호이론, 신뢰의 망외부성, 지식인의 윤리문제, 종교를 다루고 있다.

 

위에 말했듯이 <상상의 공동체>, <대중의 국민화>, 프란시스 후쿠야마의 <트러스트>, 에밀 뒤르깽의 <개인주의와 지식인> 등에 나온 개념들을 산탄총처럼 소개하고 있다.

 

6장은 조폭국가론, 코즈의 정리, 데소토의 소유권 이야기, 거래비용, 민주주의 비판, 관료주의, 반지의 제왕, 악의 평범성 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각각 고전으로 각광받는 책들 <지배권력과 경제번영>,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미제스의 <관료제>에서 나온 개념들을 던지고 있다.

 

문제는 5~6장에서 나오는 개념들을 엮어서 그래서 왜 자유로운 개인들이 억압적인 국가를 만들어 냈냐는게 설명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유로운 개인들이 오히려 히틀러와 같은 대중독재를 만들었으며, 자유로운 개인들은 자신의 자유를 절대권력에 양도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식의 자유가 왜 억압을 만들어내는지를 말하는게 아니라, 그냥 지식을 나열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느낀점

이 책은 부제에 충실하지 못했지만, 나온 개념들은 저자가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개념 하나하나가 꽤 분량이 되는 내용임에도 축약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간략하게 핵심만 아는데는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그 개념자체가 긴 문맥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긴 호흡의 설명 없이는 휘발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사람은 '그래 맞아 참 많이 배우는거 같아'라고 느끼겠지만, 그 기억이 오래갈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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