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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퇴사하겠습니다 - 이나가키 에미코

어빈2 2021. 8. 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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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나가키 에미코
평점 1

개요
2017년 발간된 책으로 이나가키 에미코라는 일본인 여성이 회사를 퇴사하게 된 이유를 200페이지 정도의 책으로 나열해 놓은 에세이다. 독서토론 책으로 선정되어서 읽게 되었다.

내용
이 책은 인생을 책임져 본적 없이 살아온 철딱서니 없는 50살 여자의 역시나 철없는 자위이자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 책이다. 이나가키 에미코는 대학 졸업 후 28년간 일본 아사히 신문사에서 근무했으며, 50살에 퇴사했다. 그녀는 결혼을 하지 않았으며 유복한 가정에서 큰 문제 없이 자랐다고 서술되어 있다.

그녀가 퇴사를 결심한 경위도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서 자신을 옛 근무지로 다시 발령 내렸고 십 수 년만에 간 그곳에서 평소에 명품을 사고 저축 해본적도 없이 돈을 쓰기만 했던 삶의 모습이 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돈을 쓰지 않고도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더 이상 회사에 얽매이는 삶을 살지 않고 퇴사하게 되었다는게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느낀점
이 책은 짧고 어려운 부분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단점은 상당히 많다.

1. 낮은 퀄리티
28년이나 신문사에서(기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데스크를 오랬동안 봐왔고 칼럼을 썼다고 서술되어 있다)근무한 사람이 쓴 책의 퀄리티가 이정도라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아사히 신문이라는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신문사 출신이 쓴 책이라기엔, 읽는 내내 이건 일기장이지 판매용으로 내놓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200페이지인데 글자 크기와 간격을 줄이면 60페이지 정도로 끝나는 분량이다.

2. 철없는 깨달음의 과포장
작가는 유복하게 자라 좋은 직장에 들어갔고(구글링 결과 아사히 신문사 5년차 직원 연봉은 8800만원) 거기서 28년 근무 하였으며 연금까지 받는 사람이다. 게다가 결혼을 하지 않아 남편이나 자식에 대한 책임도 없다.

명품, 피부관리에 흥청망청 돈을 쓰면서 행복을 느꼈던 사람인데 회사에서 시코쿠 섬의 가가와 현으로 작가를 발령내면서 작가의 환경이 변한다. 여기는 일본에서도 유명한 시골로 직원이 없어 근무량이 늘어 돈을 쓸 시간이 없어졌고, 쇼핑할 만한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전통시장을 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돈과 행복에 무슨 관련이 있을까? 라는 초등학생 수준의 의문을 무슨 대단한 깨달음인것 처럼 주장하고 있다. 상당수의 사람은 어느정도 이상 돈을 벌면 여가를 추구한다. 선진국으로 갈 수록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이유다.

그리고 돈이 더 많은 사람의 행복도가 가난한 사람보다 높다. 돈과 행복에 큰 관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담 스미스는 행복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말한 적이 있는데,

첫째는 자신의 마음에 거짓이 없을 것,
둘째는 건강할 것,
셋째는 적정한 수준의 돈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철딱서니 없게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데, 돈이 없어도 행복을 느낄 수 있고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괜찮다. 근데 그 예로 드는게 자신이 근무하게 된 곳의 '우동' 얘기이다.

사누키 우동이 이 지방에서 유명한데, 자기가 옛날에 근무할 때는 그리 유명한 우동이 아니었다고 한다. 근데 사누키 우동이 유명해지면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곤 했는 데 그럼에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

손님이 많아졌는데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으니 그것은 장인 정신이고 거기에 돈에 연연하지 않는 행복한 삶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웃긴게 이 책 어디에도 그 우동을 파는 사람한테 삶이 행복하냐는 인터뷰를 한 내용이 없다. 물어봤나요? 행복하냐고?

3. 일관성이 없다.
작가는 계속 돈과 회사에 메이지 말라는 말을 명시적으로 하면서 꼭 뒤에 나는 퇴사를 강요하는게 아니라는 말을 붙인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되라 이런 소리인거 같은데, 소위 왕년에 잘나갔던 사람들이 입만 열면 하는 소리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중 가방끈이 긴 사람들은 꼭 '하고싶은 일 하면서 사세요'라는 말을 하면서 마치 사회에 부채의식을 느끼는 것 처럼 행세하는데, 누가 알까? 그 사람들이 하고 싶지 않았지만 본인이 잘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성공했고 그 성공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여유 속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세요'라는 자신의 후회적 깨달음이 있는지? 과연 자신이 성공하지 못했어도 하고싶은 일 하면서 살라는 소리를 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인생에 굴곡이 없었던 사람이다. 돈벌기 위해 회사에 연연하지 말라는 소리를 하는 순간에도 돈이 많았던 사람이다.

4. 어줍잖은 비판.
이책의 곳곳엔 비판적 요소가 들어가 있다. 과도한 경쟁비판, 회사의 구조에 대한 얘기 아베 총리 비판 등 작가의 순진한 생각이 드러나는 부분이 많았다.

아사히 신문이 요미우리, 마이니치와 함께 일본 사람들이 많이 읽는 신문인 이유는 바로 과도한 경쟁 때문이다. 아사히 신문의 많은 기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특종을 위해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사히 신문을 믿고 보는 것이다. 과도한 경쟁으로 승진하지 못해 상처받았다는 말은 자기가 다니는 아사히라는 신문사가 왜 지금의 위치에 서게 되었는지, 소비자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되는지에 대한 고려가 없는 모습이다.

회사가 비효율적인 구조라고 비판하는데, 어떤 구조든 항상 효율적일 수는 없다. 다만 살아남기 위해 회사는 계속 변모 하고 그 과정에서 가장 효율적인 것을 선택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그 회사가 살아남았음을 볼 수 있는것이다.

효율성과 비효율성은 공존하는 것이고 전체적으로 얼마나 더 효과적인 성과를 내는 구조냐가 회사형태의 결과물이다. 어느 한 부분에 효율적이지 못한 것이 있다고 해서 그 부분을 가지고 전체 구조를 비판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이 책을 보는 내내 불편했고 마치 싸구려 웹소설과 같은 문체엔 당혹감을 느꼈다. 이런 수준의 책이 판매되는 것 자체에 모멸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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