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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침묵 - 엔도 슈사쿠

어빈2 2021. 8. 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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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엔도 슈사쿠
평점 9

개요
앤드류 가필드 주연에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사일런스의 원작이다.

느낀점
책의 내용은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즈 신부의 일본 선교를 주로 하지만 이는 저자 엔도 슈사쿠 자신의 신앙에 대한 고백이기도 하다.

영화와는 내용이 유사한데 책이 기치지로라는 일본인에 대한 비중과 마지막 장면에 대한 구체성은 훨씬 명징하다. 그리고 저자 나름대로 고통의 순간에 침묵하는 하느님에 대한 답을 뚜렷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좋다.

기치지로라는 신부들의 길잡이 역으로 나오는 일본인이 정확히 영화에서는 어떤 의도로 나온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책에서 받은 기치지로에 대한 느낌은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을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기치지로는 신부를 배신해 관군에게 넘기고 본인이 잡히면 아무렇지 않게 성화를 밟아 상황을 모면하고 신부에게 고해성사받는 것을 반복한다. 그런 기치지로의 대사 중 현대인을 잘 나타낸다는 것을 느꼈던 것은

신부님 저는 모키치와 같은 용기가 선천적으로 없습니다. 수십년 전 일본에서 가톨릭이 용인 될 때 태어났더라면 나는 훌륭한 신도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박해받는 지금의 상황은 용기가 없는 저에게 비겁한 행동을 하게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 잘못이 아닙니다. 도대체 하느님은 왜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스스로 합리화를 하거나 혹은 의식하지 못한채 신앙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그것에 대해 주일에 각자의 성소에 서있는 것 만으로 자신의 신앙에 만족하는 모습을 기치지로가 표현하는것 같았다.

대부분의 국가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다. 물론 중국이나 북한같은 병신 국가들은 그러한 자유를 보장하지 않기에 기치지로같은 사람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보통 현대인들은 종교 박해의 시대를 글과 그림, 사진으로 배워왔다. 그렇지만 자신들은 항상 그런 박해의 시대에도 순교할 것 처럼 자신을 생각한다. 이는 종교의 영역뿐만 아닌데, 마치 자신이 일정기로 돌아갔으면 독립운동을 했을 것이고 임진왜란으로 돌아간다면 일본과 죽어라 싸웠을 것 처럼 자신을 평가한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자신의 평가가 가장 부정확한 것 처럼 이는 오만과 편견이다. 더 나아가 그런 환상을 잣대로 과거에 그렇 게 하지 못했던, 지금의 입장에선 '민족의 배신자들' 심판한다. 지금 현대인들은 바로 그런 함정에 빠져 자신을 종교적 열정에 가득한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기치지로와 같을 것이라는 점에서 기치지로가 현대인들을 잘 반영한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기치지로의 비겁함이 면벌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그 시대에도 가루페 신부, 모니카, 모키치 처럼 순교를 선택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비판의 대상이 아닌것이 아니라 지금의 잣대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의 경우 영화는 로드리게스 신부가 배교했지만 죽을 때 화장하면서 손에 십자가를 들고 있는 것으로 끝난다. 책은 그런 로드리게스 신부의 심정을 훨씬 자세하게 묘사하면서 신앙의 변화를 설명해준다. 그리고 이는 저자 엔도 슈사쿠 자신의 신앙고백이기도 하다.

로드리게스 신부는 자신 때문에 고통받는 신도들을 위해 결국 성화를 밟고 배교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더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자신은 가톨릭이란 단체의 배신자이고 제명당할 것이고 수치로 기록되겠지만 바로 자신의 행동이 진정한 예수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자신을 크리스찬이라고 여기며 죽을 때 까지 은밀히 신앙을 유지한다. 신도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평생을 자신이 배교한것 처럼 행세하고 감시당하며 오로지 양심의 신앙만 구할 수 있는 희생의 현실이야말로 예수의 가르침이라는 것이다. 이는 신앙의 비겁한 합리화일 수도 있고 가르침에 대한 새로운 해석일 수 도 있다. 새로운 해석이리고 한다면 이는 프로테스탄티즘이 된다. 엔도 슈사쿠는 자신의 신앙이 프로테스탄티즘적 성격을 띄게 된 것에 대해 인정한다.

일본인들의 문학이 암시하는 예민한 감수성은 소름끼친다. 그런 감성의 소지자들이 일본 헌법에 나오는 천황에 대한 구절을 어떻게 받아들여 신민으로서 지위를 함구하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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