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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어빈2 2021. 8. 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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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영하

평점 6

 

개요

영화 개봉으로 핫해진 책 살인자의 기억법이다. 제목만 보면 이게 무슨 말인가 할 수 있지만 제목 그대로 살인자가 기억하는 법이다.

 

주인공인 살인자는 은퇴한 연쇄 살인마인데 노인이 되면서 치매에 걸린다. 서서히 기억을 잃어버리는 과정에서 자신의 기억을 잃지 않기위해 물리적으론 녹음, 일지와 같은 방법을, 정신적으로는 딸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동기부여 등으로 기억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이 끝끝내 유지하고자 하는 기억은 결국 그 근본부터 잘 못됐다는 것이 이 소설의 결말이며 반전이다.

 

느낀점

반전소설로는 재미있다. 매우 흔한 소재로 매우 흔한 결말을 유도한다. 요즘 사람들은 반전에 익숙하여 이정도의 반전은 추측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다만 기분 나쁜 것은 영화 <쏘우>와 같이 완전히 개연성이 없는 반전을 만들어내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쏘우 1>에서는 영화 처음부터 일종의 인테리어 혹은 영화의 배경이 갑자기 범인이 되는 반전으로 결말을 낸다. 이런식의 반전은 예측을 못한다는 장점이 있을수는 있으나 내용을 쓰레기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영웅들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는데 갑자기 그 내분의 원인이 배트맨이라는 것과 같다. 아무도 예상 못했지만 도대체 말도 안되는 소리로 영화를 끝내는 식이다.

 

다행히 이 소설은 그정도는 아니다. 도중에 틈틈히 복선을 깔아주어 '어? 앞과는 말이 다른데?'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 러나 그렇기에는 복선이 너무 부족하며 그 부족함을 그저 주인공의 치매로 다 커버하는 식이다. 매우 읽기 쉬우며 책도 170페이지 정도로 짧고 문체도 특별할 것이 없어 중학생 정도면 읽을 수 있을 정도다. 영화로 만들면 참 재밌을 스토리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 영화로 나오나 보다.

 

뒤에 해설을 보면 뭐 해설자의 생각이겠지만 어처구니 없다고 느끼는 부분이 많다.

 

남성적인 필체로 휙휙 써서 매우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쉬운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보기엔 무슨 남성적인 필체라서 그런게 아니라 문체가 정말 특별할 것이 없다. 표현이 고급스러운 것도 아니고 묘사를 하는 부분에서 생각이 크게 필요한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경우 짧고 내용이 어렵지 않지만 문체가 화려해서 한 문장을 읽어도 그 풍경에 대해 곱씹고 상상하는 재미가 있어 빨리 읽히지 않는다. 이 책은 남성적 필체가 다분해서 읽기 쉽게 쓰인것 처럼 보이는게 아니라 그냥 쉽게 써서 읽기 쉬운것이다.

 

또한 쉽게 읽히지만 쉬운 책이 아니라면서 무슨 기억을 잃어가는 것에 대한 공포를 잘 표현했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반전소설, 영화 등이 모두 그렇듯이 이 소설도 흔한 기억에 관한 반전 소설중 하나다. 그렇게 따지면 <셔터 아일랜드>는 심각한 공포 소설이 되겠다. 물론 명작이긴 하지만말이다.

 

그만큼 이 소설은 인스턴트식의 킬링타임용이지 뭔가 철학적 내용이 담겨있는것 처럼 평하는 것은 요즘 뜨고 있는 작가를 어떻게든 좋게 포장해보려는 안타까운 시도라고 보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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