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사회

용서할 수 없는 스톡홀름 신드롬

어빈2 2021. 7. 2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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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시점 2016년 3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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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신드롬이란 말이 있다. 락 밴드 MUSE의 노래로도 유명한데, 뜻은 '인질이 납치범에게 동화되는 현상'이다.

 

1973년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발생한 은행 인질강도 사건에서 유래된 말로, 은행 강도들이 인질을 잡고 6일간 경찰과 대치했는데, 처음엔 강도들을 무서워했지만, 시간이 흘러 강도들에게 호감을 갖고 점차 강도들에게 충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질극 이후 증언을 요구했을 때도 인질범들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았으며, 한 여자 인질은 강도 중 한명에게 애정을 느꼈다고 한다. 

 

요즘엔 신드롬이란 단어가 대중화되어 긍정적인 곳에도 많이 사용되는데, 신드롬은 그 자체로 정신병을 뜻한다. 신드롬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것을 좋아하는 증상이 전체를 휩쓸게 되는 전염병적 현상'인데, 즉 사회 병리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안철수 신드롬은 안철수가 갑툭튀하여 급격하게 지지율이 올라가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되는데, 원래 뜻대로 하면 그게 정신병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여튼 새삼스럽게 스톡홀름 신드롬을 언급하는 이유는, 스톡홀름 신드롬 자체가 그리 흔한 케이스가 아닌데 우리나라는 단체로 여기 빠져있기 때문이다.

 

1988년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주장한 탈주범 지강헌의 경우가 한국이 기억하는 거의 유일한 케이스이고, 영화까지 나왔다. 그런 희귀한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단체로 북한이라는 전체주의 국제깡패에게 동화되어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져있다. 

 

작금의 대북관계를 비유하자면, 손가락이 썩어가고 있는 시점에 손가락을 잘라냈어야 되는데 그것이 두려워서 진통제를 먹으며 모른척 했고, 결국 온 팔과 어깨까지 번진 형국이다. 손가락을 썩게 한 바이러스는 사실 썩어 죽게하는 유일한 목적만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를 잡지 않고 진통제만 먹으면서 '다 나았겠지'라고 생각했던 순진한 바보들이 결국 나라를 이지경까지 끌고 온 것이다. 그러고 나서 보니 어깨까지 썩어버렸고, 어깨를 쳐내면 죽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주변 강대국 눈치만 보고 있는게 현실이다. 

 

대화와 소통, 남북협력이 가장 최선인 것 처럼 말하던 사람들은 10년간 정권을 잡으면서 이게 마치 먹히는것 처럼 국민들에게 거짓말했는데, 그 사람들은 대화와 소통도 비슷한 수준에 있는 대상끼리 가능하다는 것을 외면했다.

 

대화와 소통은 비법치적 사고이기 때문에 국가간 관계의 원칙을 세우기 좋은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이 한 민족이라는 경계 안에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합리적이고 온당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다.

 

문제는 상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자기들이 그렇게 생각 안한다고 군사적 도발을 통해 온몸으로 보여주는 친절함을 베풀었는데도 우린 그걸 애써 부정했다. 결국 4차 핵실험을 목도하고서야 우리는 대화를 할 의사가 없는 국가와는 협력이 불가능하고, 대화를 할 의사가 있는지는 그 나라의 자유, 인권 등 향유하는 현대문명의 수준으로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그런 국가를 '우리민족끼리'라는 명분하에 존중해서 얻은 것이라고는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북핵 도발, 목함지뢰 도발 밖에 없었다는 것을 이제와 깨닫게 되었다. 

 

이런식의 눈뜨고 아웅하는 한국 정치 수준은 곧 국민의 수준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책임인 것이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의 부재상태가 아니다. 항복한 국가엔 평화가 오고 주인말 잘 듣는 노예에겐 평화가 있다. 그런데 우린 그걸 평화라고 할 수 없다. Peace는 Freedom이란 말을 함축하고 있는데, 평화란 자유인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통상이 불가능한 국가와의 평화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전쟁을 각오하는 것이다. 전쟁을 막기위해 전쟁을 준비한다는 모순이 가당키냐 한 것이냐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평화 개념은 노예의 평화일 뿐이다.

 

북한은 2천만 북한 주민들을 인질로 삼아 핵무기를 가지고 5천만 한국인과 1억 2천만 일본인들을 인질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져 애써 모른척 했던 핵이 바로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직시할 때가 온것이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다행히도 이를 직시하기로 한 모양이다. 

 

이번에 개성공단이 결국 폐쇄되었다. 그걸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는데 개성공단의 폐쇄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대체로 이러하다.

 

1) 개성공단에는 125개의 한국 기업이 있으며, 815명의 남한 근로자가 있다. 한 기업 당 일년 매출은 14억 7600만원이고 평균 영업이익은 5600만원이다. 총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은 60억원 정도다. 이명박 때 개성공단 폐쇄시 약 1조5천억원 이하의 비용이 발생된다는 계산이 있었다. 이것을 근거로 경제적 효과가 있고 없앴을 시 1조 5천억이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니 유지해야 된다. 

 

2)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는 54,234명이고 4인가족 기준 약 20만명의 생계가 개성공단에 의해 유지되는데 이를 통해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눈을 뜨고 남한의 문화에 동화되어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 

 

3) 돈의 논리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은 남북협력의 산물이기 때문에 평화라는 무형의 가치가 있다. 

 

언제부터 그렇게 기업의 이익에 관심이 많고 기업을 보호하려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돈의 논리로 개성공단을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유사시에 815명의 한국 근로자는 전부 인질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815명의 인질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인질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만약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문을 닫고 그들을 인질로 삼는다면, 도대체 얼마의 비용이 들어가야 이를 해결할 수 있을까? 금강산 관광 갔다가 피살된 박왕자 사건의 경우 아직도 북한의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815명은 도대체 어떠헥 해결할 수 있을까?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시장경제에 대해 배운다는 것도 넌센스다. 

 

우리는 어느 정도의 금액이 북한 노동자의 임금으로 지급되는지 모른다. 우리가 북한에 보내는 돈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통일부 장관은 2015년 6,100억원이 노동자 급여 외에 공산당에 들어갔고 이것이 핵개발에 쓰였다고 했다. 우리가 돈을 북한 공산당에 주면 그들이 임금을 알아서 배분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 기업들은 노동자를 뽑는 자유도 없이 공산당이 보내주는 사람들을 노동자로 쓴다. 여기서 시장경제를 배운다고?

 

남북협력의 산물이 맞고 평화라는 무형의 가치가 있다는 것도 동의한다해도, 지금 북한은 핵실험을 하면서 스스로 협력의 자격이 없음을 증명했다. 

 

애초에 우리가 개성공단을 폐쇄해야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논리의 문제디.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천문학적 돈을 지원하고 있으면서, 국제사회에는 북한에 경제 제재를 촉구했다. 다른 나라에서 우릴 보고 뭐라고 했을까?

 

폐쇄 후 드디어 우리의 제재 요구가 정상적이었기 때문에 지금 UN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가 발동되었고 미국은 자체적인 제재를 추가, 북한의 우방인 중국 조차 눈에 보이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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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졌는가를 테스트 해보고 싶다면 북한이 한 모든 행동들이 북한이 아니 다른 국가인 미국, 일본이 그랬다고 해도 대화와 소통을 주장할 것인지를 보면 된다. 조선은 운요호의 포 몇발에 나라를 갖다 바쳤다. 적이라는 뜻에선 일제나 북한이나 똑같다. 그런데 북한은 운요호 보다 훨씬 무시무시한 핵을 들고 우리 앞에 서있다.

 

국가의 이성이란 팔이 썩으면 가차없이 그 팔을 잘라내는 것이다. 핵문제는 국가의 존망이 걸려있는 문제다. 당장 북한에서 한국에 핵을 쏘면 우리는 막을 도리가 없다(물론 핵은 사용할 수 없는 무기로 분류되긴 하다). 근데 그것도 그나마의 방어수단인 싸드(THAAD) 가지고 말들이 많다. 그렇다고 우리가 핵을 갖는다면 국제 사회와 밀접하게 얽혀있는 한국에 가해질 외압들을 견뎌낼 수 있을까? 그나마 현실적인 대책은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들여오는 경우 정도다. 우리가 사서 배치해도 모자랄 싸드로 중국 눈치나 보는 나라가 미국 전술핵을 들여온다고 하면 또 얼마나 국론이 분열되고 싸워댈까.

 

언제까지 한 민족이라는 이유로 한국의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서 죽는 것을 용인해야 되는지를, 내가 낸 세금이 북한 공산당의 정권을 공고히 하고 그 정권이 헌법상 우리의 국민으로 되있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가차없이 무시하는지를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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