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이탈리아] 베네치아(2016) - 20일차

어빈2 2021. 6. 2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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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기억이 계속 혼동되는데, 내가 피렌체에 있다가 베네치아로 간 것인지, 밀라노에 있다가 베네치아로 간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피렌체-베네치아-밀라노 순서로 관광한 것은 맞지만 베네치아는 전혀 계획에 없던 곳이기 때문이다. 

 

원래 마지막 여행 계획은 2박 3일간 피렌체 하루, 밀라노 하루, 그리고 3일 째 밀라노에 있다가 저녁에 밀라노에서 파리로 밤새서 가는 기차를 타고 파리 샤를 드골에서 서울로 가는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피렌체에 있다가 베네치아로 갑자기 간건지, 밀라노에 있다가 베네치아로 간건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조금 더 선명한 추측은 밀라노에 있다가 베네치아로 간 것이다.

 

밀라노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멀뚱멀뚱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미 피렌체에서 하루를 보낸 나는, 최종 여행은 무계획이었기 때문에 관광보다는 외로움과 싸우는 과정이 무시하지 못할만큼 컸다. 밀라노에서도 피렌체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심지어 피렌체보다 남은 일정이 더 길었기 때문에 밀라노에서 내가 적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

 

유럽의 도시는 이미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에 단순히 거리를 걷는데서 오는 행복감은 혼자있는 외로움을 넘어설 정도가 되지 못했고, 뭔가 외로움을 달랠만한 다른 컨텐츠가 필요했다. 

 

그러다가 베네치아 생각이 났다. 

 

베네치아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완전히 오른쪽에 있으며, 밀라노는 이탈리아 북부에서도 북쪽에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피렌체-밀라노를 보는 계획에서 베네치아는 너무 먼 곳이라고 생각했고 내 예산선에서도 베네치아를 가는 것은 계획에 포함될 수 없었다.

 

그러나...

 

아니 뭐 이탈리아 오면 베네치아는 한번 가봐야되지 않겠어!? 

 

다행히 느린 인터넷을 두들겨 아침부터 찾아낸 방법으론, 밀라노에서 베네치아로 가는 고속열차가 있다는 것이었고, 내 기억으론 2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왕복 가격이 꽤 나갔기 때문에 망설였고, 특히 1박 2일 중 1일을 밀라노에 투자할지 베네치아에 투자할 지 판단을 내리지 못 하고 있었다. 

 

결국 밀라노에서 시간을 죽일 수 없다고 판단하고 바로 베네치아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이는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베네치아의 견공, 디오게네스가 생각난다.

오전 중에 기차를 타고 도착한 베네치아는 천국의 날씨로 다행이 날 반겨줬다. 

 

물의 도시라는 별명에 맞게 도시가 마치 바둑판 같은 격자 위에 있고, 그 바둑판의 검은 줄은 전부 물로 되어있는 것 처럼 도시는 물이 많았다. 베네치아가 특히 좋았던 점은 거리가 걷기 정말 좋았고, 이는 정말 중요한데, 이미 이 시점에 난 유럽의 거리에는 신물이 나 있었기 때문에 물과 같이 있는 거리는 신선한 컨텐츠였다.

 

베네치아는 베네치아 역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베네치아 근처의 다른 섬으로 갈 수 있는 배 표를 살 수 있다. 나는 시간 문제상, 다시 밀라노 숙소로 돌아갔어야 했기에, 베네치아에서 돌아가는 기차 시간을 생각해서 베네치아 이외의 섬을 가진않았다. 

 

그러나 들리는 말로는, 베네치아 주변의 섬도 정말 좋다고 한다.

베네치아의 대부분 거리는 이런식의 소규모 운하처럼 되어있고, 단순히 나룻배를 모는 사람 외에 카누를 타고 다니는 스포츠맨들도 볼 수 있다.

많은 골목길이 사진처럼 굉장히 좁은데, 사실 물길을 제외하고 베네치아의 거리는 굉장히 좁다. 좁은 가운데 양옆에 상점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그 앞에 사람들은 마치 출근길 지하철처럼 우측통행을 지켜 일렬로 걸어가야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베네치아의 유리세공

베네치아는 가면과 유리세공으로 굉장히 유명하다. 옜날부터 유리세공은 특히 발달했다고 하는데, 관광객들이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귀걸이 같은 경우로는 그다지 유리세공이 유명하다는 느낌을 받긴 어렵다.

광장으로 나오게 되면, 큰 바다가 보이고 최근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볼 수 있는 베네치아의 유려한 해변가를 볼 수 있다.

밀라노 역

전혀 계획에 없던 베네치아를 구경한 느낌은 참으로 도시가 독특하지만, 그 역사를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하다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베네치아가 단순히 물 위에 있는 도시라고 알고 있지만, 베네치아는 당시 이탈리아 반도 북부의 야만족들을 피해서 늪지대를 개척하면서 만들어진 도시다. 무슨 만나면 다 죽이는 야만족들이다 보니 그들이 아예 접근을 할 수 없는 곳에 도시를 지은 것이다.

 

그 아픔을 딛고 베네치아는 지금 우리에게 환상의 관광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베네치아는 피렌체나 밀라노보다 더 무계획으로 방문한 것이라 사실 사진 말고는 남은게 없다. 그리고 사진으로 찍은 장소도 어딘지 모르는 곳이 대부분이다. 추상적이긴 하지만 언젠가 다시 한번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 베네치아다. 나와 같은 경우에 처한 사람이라면, 즉흥적이되 꼭 계획을 짜보고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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