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이탈리아] 로마(2016) - 17일차

어빈2 2021. 6. 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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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시점 2020년 10월 15일

 

여행한지 4년만에 쓰는 여행기라니 게으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여하튼 기록을 남겨야 훗날 나를 위해서도 좋기에 더듬더듬 뇌를 훑으며 여행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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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단 2일 있으면서 하루는 바티칸 여행, 다른 하루는 로마 시내 여행으로 계획을 짰다. 

 

로마 시내여행은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현지 여행사를 통해 '걸어서 로마시내를 관광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이번 여행이 배낭여행인 만큼, 가능한 걸어서 그 나라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은것이 일차적인 목표요, 이차적으론, 걷는 프로그램은 걷고 나서 시간이 많이 남기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패키지 여행은 분명 장점이 있지만, 패키지 프로그램이 끝나면 벌써 저녁먹을 시간이라는게 굉장히 큰 단점이라는 것이다. 내가 주체적으로 하는 것은 오로지 짜여진 프로그램 속 행동밖에 없는데, 이를 가장 극적으로 느낀 것이 유럽 여행을 처음 시작했던 스코틀랜드였다. 

 

스코틀랜드는 그 어느 곳보다도 나한테 맞는, 정말 아름답고 기후도 완벽한 곳이었지만, 전반기에 합창 연주를 위해서 시간을 할애할 때, 연습 안할땐 그냥 또래들끼리 계획짜고 싸돌아 다녔는데, 그때 느낀 여행의 행복감과, 이후 연주를 마치고 단원들끼리 스코틀랜드 북부를 패키지로 여행할 때 느꼈던 행복감은 사뭇 다르다.

 

여튼 그런 장점이 있기에 나는 대부분의 여행을 패키지적인 가이드가 필요한 부분은 현지 여행사의 프로그램을 적극 이용했고, 초반 런던에서의 불편함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현지여행이 만족스러웠다.

 

로마 시내는 사실 어디를 갔는지 지금 기억도 잘 안난다.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 봐야겠다.

 

산타마리아마조레 성당 앞에서 집결한 다음, 조국의 제단 및 베네치아 궁전을 지나 포로 로마노-대전차경기장-콜로세움을 걸어서 가고 거기서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이동해서 카타콤-판테온-트레비분수를 보는 것이 코스였다.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

로마는 관광할 때 이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 앞에서 많이 모이곤 한다. 바티칸때도 여기었고 오늘도 여기서 아침에 집결 하기로 했다. 

 

내가 갔을 땐 계속 문이 닫혀있었는데, 워낙 이런 건물들이 주변에 많다 보니까 이게 성당인지도 몰랐다. 서양 건축은 계속 보면 식상해서 아무 느낌 없지만 디테일한 부분에 참 감탄을 안할 수가 없다. 로마 지도를 보면 이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 근처에 많은 관광지가 몰려있다.

베네치아 궁전

별볼일 없어보이는 베네치아 궁전이다. 오래전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저 가운데 국기가 걸려있는 발코니에서 무솔리니아 연설했다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조국의 제단, 그 조국은 아니다

베네치아 궁전 앞의 베네치아 광장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조국의 제단이라는 곳이 있다. 뭐하는 곳인지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참전용사를 기리는 곳 이었던것 같다. 신기한건 저 제단 위 양 옆에 큰 화로가 두개 있고 그 화로의 불은 절대로 꺼지면 안된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군인 두명이 그 화로 옆을 지키고 있다.

캄피돌리오 언덕 위의 로마시 청사

조국의 제단에서 조금 걸어가면 캄피돌리오 언덕 위의 작은 광장이 나온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했다는 곳으로 유명하다.

 

여기서 조금만 더 이동하면, 고대 로마의 유적지인 포로 로마노로 갈 수 있다.

포로 로마노 파노라마
대전차 경기장
포로 로마노,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 된다 카더라

포로 로마노에는 아직도 꽤 디테일한 건축물들이 서 있는데, 딱히 관리한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포로 로마노에서 걸어가면 대전차 경기장이 나온다. 뭐 이름은 거창한데, 그냥 대전차 경기장 유적으로 아무것도 없이 운동장 같은게 하나 있다.

 

내가 로마를 간게 8월이었는데 그 뙤약볕 아래서 대전차 경기장까지 가는 길이 참 고됐던 걸로 기억한다. 이 주변엔 나무도 없고 그늘도 없으며, 이름에 비해 와서도 별 볼일 없어서 더 진이 빠지는 곳이다.

 

여기서 조금만 걸어서 이동하면 로마의 상징 콜로세움에 다다를 수 있다.

콜로세움
저렇게 빠개져있는데 수리해놓은거라고 한다

콜로세움 근처엔 관광객이 무지하게 많은 만큼 이상한 호객행위하는 미친인간들도 많다. 

 

난 당시 레알마드리드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어떤 라틴계 남자가 오더니 무슨 오우~레알 마드리드? 아임 팬 아임팬 하면서 악수를 요청하고 조금 있으면 돈 달라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또 유행하는 반 강제급 호객행위로는 가만히 있으면 흑인들이 와서 손목에 얄구진 실로 된 팔찌같은걸 해준다. 해달라고도 안했는데? 근데 그 팔찌는 또 묶으면 자르지 않는 이상 풀리지도 않는다. 그래놓고선 아프리카를 위해 돈을 달라고 요청하는데 그 액수도 터무니없다. 

 

한번 당하고 난 다음 그냥 휙 지나가면 그 실 팔찌를 내 어깨 위에 올려놓으면서 계속 따라오는데, 그냥 생무시를 하는게 답이다.

버스를 타고 이동한 카타콤 입구

콜로세움 구경을 다 한뒤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이동해 카타콤으로 왔다. 

 

로마에는 여러 카타콤이 있다고 기억하는데, 내가 간 카타콤이 어딘지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걸어가긴 멀지만 버스로 조금만 가면 있는 곳이었다. 재밌는건 카타콤 주변이 한적한 주거지였어서 무슨 동네 산책온것 같은 느낌이었다.

 

카타콤 입구를 보면, 희미하지만 아래 익투스(물고기)가 보인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몰래 사용했던 일종의 비밀 구호라고 생각하면 된다. 

 

카타콤은 초기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예배/미사를 드리기 위했던 곳이니 만큼 그 입구에 물고기가 그려져 있는 것이다.

카타콤 내부
카타콤 내부

카타콤 내부는 매우 미로같지만, 관광객에게는 공개한 곳이 한정적이다. 사진으론 없지만 이렇게 좁은 통로와 작은 예배당도 있지만 꽤 큰 규모의, 천장도 높은 예배당도 존재한다. 희미하게 들어오는 햇빛으로 가득 찬 예배당은 비록 칙칙하지만 꽤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판테온
판테온 내부
트레비 분수

트레비 분수는 삼거리 분수라는 뜻이다. 

 

여기 앞에 사람이 진짜 많은데 다들 동전 던지려고 모여있는것 같다. 사실 별볼일 없는 곳이긴 하다.

스페인 광장
스페인 계단

스페인광장과 그 옆에 있는 스페인 계단은 디자인적으로 유명한데, 만약 나와 같이 걸어다니는 코스로 여기까지 왔다면 사실 그 아름다움은 두가지 이유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나는 너무 힘들어서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비슷한걸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여기 스페인 계단 옆에 명품 거리가 즐비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 명품 거리가 훨씬 더 유명하다. 구찌, 루이비통 등 가게가 있는데, 비싸기도 비싸지만 여기가 신제품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입고되는 명품 매장이다.

 

우스갯소리로, 한국에서 루이비통 신제품을 누가 들고 다니는 걸 보고 너무 이뻐한 사람이 다행히 내일 모레 로마 여행이 잡혀있어서 로마로 냅다 달려와 루이비통 매장에 한국에서 봤던 그 신제품을 달라고 하면, 이 매장에선 이미 1년 전에 철수한 제품이라 어리둥절 한다고 한다.

명품 살 돈 없으니 AS 로마 모자로 대신!

이제 로마 여행도 끝났다. 

 

정말 힘들었지만 사실 하룻동안 본 것은 로마의 대충 유명한 것들만 모아 본 것이지 로마는 볼게 더 많다. 

 

유럽 문명의 발상지이자 모든 유럽의 문명이 집약되어있는 로마를 걷다 보면 그 문화적 유산에 누구든지 주눅이 들법도 하다. 

 

이는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영국과 로마가 다른 점은, 로마는 로마 제국의 위대한 유산을 이어받은 후 그 어떤 발전도 없다는 것이다. 로마에서 느끼는 것은 로마제국의 위대함 뿐이다. 

 

반면 영국은 로마제국 시대때 그냥 야만인들이었다. 물론 로마제국이 멸망하는 시대에는 머시아 왕국과 같은 문명국으로 접어들긴 하지만, 영국의 유산은 대부분 로마시대만큼 옛날의 유산이 아니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비록 시대는 다르지만 위대한 유산은 그 중심지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여기에 우리의 희망도 있다. 우리의 유산은 우리 후대 세대를 위해 지금의 우리가 만들어 가는것이다.

로마 테르미니 역, 테르미니는 그냥 터미널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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