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잉글랜드] 런던/자연사박물관(2016) - 10일차

어빈2 2021. 6. 2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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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시점 바르셀로나 8.7 1414
기록시점 서울 8.17 2106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은 자연사 박물관을 가는 것이었다. 일단 8시 야간 버스라서 숙소에 맡겨둔 짐을 다시 찾아 가기엔 시간이 넉넉치 않았고 좀 늦게 일어나서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자연사 박물관은 줄을 많이 서있다고 그래서 그거 하나면 런던 여행은 끝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숙소에 2파운드를 주고 짐을 맡기고 주섬주섬 나왔다. 

원래 보통 게스트 하우스는 luggage storage 서비스라고 짐을 그냥 맡아 주지만 여기는 3박에 4만원 대의 저렴한 숙소라 그런지 2파운드를 줘야 짐을 보관해 줬다. 

가는 길에 st james park가 그렇게 아름답다고 해서 거길 우선 갔다가 자연사 박물관을 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서 공원을 먼저 갔다. 그런데 공원의 아름다움은 둘 째 치고 바로 옆이 버킹검 궁전이었다.

St. James Park
버킹엄 궁전과 그 앞 분수

그리고 시간이 오전이라서 그 유명하다는 버킹검 궁전 근위병 교대식을 하고 있었다. 보통 오전 11시 30분 부터 시작한다고 하지만 이미 사람들은 오전 11시 전에 좋은 자리를 다 선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로 사람이 많았고, 늦게 가면 근위병 모자 끝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버킹검 궁전 앞 분수를 중심으로 행진을 하기 때문에 구지 버킹검 궁전 안에서 무슨 과정을 거쳐서 교대식을 하냐를 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분수를 보고 그곳에서 행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결국 근위병들의 행진 모습만을 보고 생각 난 김에 영국에서 유명하다는 차를 사기 위해 whittard라는 찻집을 찾아 갔다. Whittard는 영국의 유명한 찻집인데 체인점이긴 해도 그 수가 많지 않으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찻 잎과 커피를 파는 곳이다. 

버킹검 궁전에서 가까운 곳에 지점이 있길래 찾아가서 유명하다는 영국의 차를 샀다. 차 종류는 굉장히 많으나 커피는 종류가 많지도 않고 찾기도 어려운데 커피를 봉지에 넣고 파는 게 아니라 커피 달라고 하면 들통 같은 곳에서 커피를 퍼주기 때문에 그렇다. 

한국으로 들고 갈 커피와 차를 산 후 자연사 박물관으로 향했다. 자연사 박물관은 사우스 켄싱턴 역에서 나오자 마자 있는데 나오자 마자 줄이 길게 늘어져있어 여기가 입구인가보다 하고 20분 정도 서서 기다리다가 들어갔다.  

자연사 박물관 동문 혹은 서문

들어가서 보니 거기가 정문이 아니었고 서문 혹은 동문 쯤 되는 곳인데 그 곳 입구로 들어가면 지구의 탄생, 지진, 화산 등 에 대한 박물관이 먼저 펼쳐져 있다. 지진 전시관에서 지진현장을 살짝 느껴보도록 그 당시의 건물 안을 재현 해 놓고 바닥이 흔들리도록 해놨는데 그 현장이 일본의 후쿠시마 쓰나미였고 바로 옆 나라에서 그렇게 심각한 쓰나미에 수 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동문 혹은 서문의 박물관 관람 입구
동문 혹은 서문의 스테고 사우르스 화석

자연사 박물관은 내가 가 본 영국의 박물관 중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아직 남자 아이의 판타지가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공룡과 동물 모형, 박제 등은 누가 보더라도 입이 벌어지게 할 만한 규모였다. 특히 박물관이 살아있다 라는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자연사 박물관이 지구의 역사를 전시해 놓은 박물관이다 보니 그 규모와 전시품들의 다양함에 대해서 어떤 환상이 있을 수 있는데 영국의 자연사 박물관은 그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만족스러운 박물관이었다.

지구의 탄생을 시작으로 지구의 보석, 암석 등을 거쳐 나온 것이 조류 박물관이었다.

자연사 박물관 earth's jewery

사실 정문부터 들어가면 바로 동물들이 나오는데 바보 같이 어디가 정문인지 몰라서 지구의 탄생부터 보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행운일 수도 있다. 조류 박물관은 수 많은 새들의 박제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얼마나 박제가 많으면 한 유리 전시관 안에 수 십 마리의 새들을 모아다 넣어놨다. 그리고 그 순서로 파충류, 어류의 화석 등이 나오고 그리고 나서 정문이 나온다.

자연사 박물관 정문 입구
자연사 박물관 정문에 있는 공룡 화석

정문에는 거대한 초식 공룡의 화석이 있는데 이걸 보고서야 내가 진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연사 박문관에 왔구나를 느꼈다.

공룡 전시실
공룡 전시실

그리고 나서 쭉 들어가면 공룡 전시실이 나오는데 이 곳은 아이들의 파라다이스이자 천국이다. 수 많은 공룡 화석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공룡 모형 등도 많고 공룡에 관한 영화를 편집한 영상을 틀어주는 곳도 있어 아이들을 위한 곳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아이들을 위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거대한 것들이 많아서 어른들 조차 입이 벌어지는 그런 곳이었다. 마치 아무 생각없이 아이들과 주토피아를 보러 갔는데 주토피아의 주제가 너무 심오해서 이거 애들이 보는 거 맞아? 라는 생각이 드는 느낌있는 박물관이었다.

포유류 전시실
포유류 전시실

공룡 전시실을 지나 포유류 전시관을 오면 더 입이 벌어지는데 난 흰수염 고래의 실제 사이즈를 눈앞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그것이 박제인지 모형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사이즈의 흰수염 고래가 눈앞에 전시되어 있는 곳이 포유류 박물관이다. 그 규모와 다양함에 압도 당해서 포유류 전시실 2층을 둘러싸고 있는 듀공, 사슴 등은 그저 들러리로만 보일 수준이었다.

눈물을 머금고 자연사 박물관을 뒤로 한 뒤 자연사 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을 가봤다.

여기는 사실 가 볼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정말로 자연사 박물관 바로 옆 건물이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이다. 그리고 사우스 캔싱턴 역에서 박물관으로 가는 지하 통로를 따라 붙어있는 많은 광고판들이 V&C라고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 광고 판 들이었는데 광고를 많이 하는 걸 보고 '아 여기는 그렇게 잘 되는 박물관이 아니구나, 특히 옆에 자연사 박물관이 있으니 명함도 못 내 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왠걸 개인적으로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구경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영국 박물관 보다는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은 영국 박물관의 축소판 처럼 느껴졌는데 사실 영국 박물관은 규모에서도 대단하지만 전시하고 있는 유물들의 가치가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유명함이 배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같이 공부 안하고 박물관 가는 애들은 이 유물이 얼마나 뛰어난 가치를 지녔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 오히려 화려함이나 다양함에 더 눈이 혹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 박물관의 축소판 격인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은 완전 내 스타일이었고 혹시라도 런던에서 영국 박물관을 못 갔다면 사람이 거의 없어 여기가 박물관인지 호텔인지 구별하기 힘든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을 추천한다.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 정문

여기서 또 문화적인 박탈감이 들었는데 사실 내가 잘 모르는 것도 있겠지만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은 나머지 박물관인 영국 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자연사 박물관에 묻혀 아는 관광객이 별로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박물관 내부에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을 봐서 그렇게 유명한 박물관이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그 규모와 전시품들은 우리나라의 박물관을 다 합쳐야 비슷 할 정도로 많고 화려했다. 참 영국도 선조들을 잘 만나서 복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박탈감도 극복 할 수 있는 것이 자연사 박물관 한 가운데 있는 유료 전시실이 있는데 유료라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LG AMOLED 전시실이었다. 한국 기업들 외국에서 고생한다는 생각과 함께 지금은 우리가 서양에 비해 뒤떨어 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부터 준비해서 우리가 당장 지금 세대 말고 그 손자의 손자의 세대 까지 볼 수 있을 때 우리의 자손들은 우리를 가르켜 선조를 잘 만나서 한국이 이렇구나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을 나와서 파리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을 갔다. 메가 버스라는 회사의 버스인데 유럽 전역에 걸쳐 있는 버스로 런던에서 파리로 가는 버스도 있다. 숙박비도 아낄 겸 야간 버스를 타고 파리를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고 또 야간 버스를 타고 도버 해협을 건너는 것도 로망이라 생각하여 버스를 예약한 것인데 왠걸 버스는 시트가 뒤로 많이 젖혀지지 않아서 굉장히 불편했으며 저가항공보다 더 좁은 좌석간의 간격에 잠을 청하기엔 무리가 있는 환경이었다. 

그리고 잘 못 생각한 것이 나는 해저 터널을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그건 기차가 그런 것이고 버스는 도버로 가서 바다를 건너는 페리를 타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내려서 파리 입국관리소에 여권을 검사하고 다시 버스를 탄 후 페리에 오르면 또 버스에서 내려서 페리안에 들어가 있어야 되며 2시간 정도의 항해 후 다시 버스를 타고 파리로 가야한다. 잘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이다.

그래도 나 처럼 버스를 타고 갈 생각이 있는 분은 메가버스에서 런던 파리 티켓을 20파운드에 끊고 타면 된다. 기간에 따라 버스비가 저렴해 지는 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쨋든 20파운드 정도 한다. 그것을 타고 가면 파리의 세느강에 Gare de Paris Bercy라는 곳에 내려주는데 이는 베흑씨 공원과 바로 강 건너 프랑스 국립 도서관이 있는 곳이다. 여기에 런던 출발 20시 - 파리 도착 06시로 해서 07시 30분에 몽생 미셸을 가는 투어에 참석 하기 위해 개선문 광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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