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영화리뷰] 플랜 75(PLAN 75, 2022)

어빈2 2025. 4. 1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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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하야카와 치에
출연 바이쇼 치에코, 카와이 유미, 이소무라 하야토, 스테파니 아리안
평점 6

개요

2022년 6월에 일본에서 개봉, 한국에선 2024년 2월에 개봉한 이 영화는, 75세 이상 노인들이 더 부담주지 않고 자살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주는 제도를 소재로하여, 초고령사회의 민낯을 고발하는 영화다.

내용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까운 미래의 일본.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 '플랜 75'를 발표한다.

명예퇴직 후 '플랜 75' 신청을 고민하는 78세 여성 '미치'
가족의 신청서를 받은 '플랜 75' 담당 시청 직원 '히로무'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랜 75' 콜센터 직원 '요코'
'플랜 75' 이용자의 유품을 처리하는 이주노동자 '마리아'

'플랜 75'의 세상,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 시놉시스

미치(바이쇼 치에코)는 78세 노인으로, 친구와 함께 호텔에서 룸메이드 일을 한다.

어느날 친구가 일하던 중 쓰러지고, 이 일로 호텔에선 고령자를 모두 내보내게 되면서 미치도 실업자가 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자신이 사는 작은 아파트도 철거가 예정된다.

아직 일을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미치는, 일자리와 집을 구하러 다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는 거의 없고 컴퓨터 등 전산화된 세상은 버겁기만하다.

결국 플랜 75를 신청하게 되는데...

느낀점

영화가 생각보다 잔잔하며, 플랜 75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가져온 것에 비해 플랜 75는 일종의 맥거핀 정도로만 소모되는 느낌이 들었다,

즉, 이 영화는 플랜75라는 소재를 가져와서 초고령사회의 일본이 왜 대처에 실패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한 사회 고발 영화다.

미치는 평범한, 그러나 가족이 없는 노인 여성으로, 단지 '삶'을 살아보겠다는 의지만을 가진 여성이다. 우리가 삶을 살아보겠다는 것을 미덕으로 본다면 미덕의 추구가 죽음으로 인도되는 사회 제도와 문화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까뮈의 <이방인>이 생각났는데, 진실을 말하는 뫼르소가 근대 사법시스템 하에서 죽음으로 인도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미덕이라면, 그 미덕이 죽음을 인도하는 사회는 병리적 사회이며, 도덕적 판단이 결여된 근대 시스템에 의해 도덕이 밀려나는 그 상황이 바로 '이방'된 사회란 것이 <이방인>의 주제다.

마찬가지로 미치의 미덕이 그녀를 플랜75로 비유되는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근대 행정과 그것이 받아들여지고, 그런 제도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일본의 시선, 문화가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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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감독이 말하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첫째, 가족이 있어야 한다. 공동체의 최소한으로서 가족이 필요하다. 미치가 외로운 이유는 그녀가 남편과 자식, 손주들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치처럼 부득이한 일로 가족이 없는 경우다. 거기서 두 번째 해결책이 나온다.

이 영화에는 두 개의 사회가 등장한다. 하나는 외롭고 어두우며 활기라곤 없는 일본, 다른 하나는 외국인 노동자인 마리아(스테파니 아리안)의 사회다.

마리아는 필리핀에서 온 외노자로 사회복지사 일을 한다. 그녀는 고향에 5살 난 딸과 남편을 두고 왔으며,  딸은 선척적 심장병을 앉고있다.

마리아는 필리핀인 교회를 다니고 있으며,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아이들이 있고 활기넘치는 공동체가 마리아의 교회로 나온다,

굳이 마리아라는 케릭터로 보여주고자 한 것은 1) 일본에서 사라진 공동체정신을 살려야한다와 2)딸의 심장병으로 상징되는 죽음의 의료화에 대한 비판이다.

기독교 공동체가 존재함으로써 사람들은 소속감을 느끼고 사랑으로 소속된 노인들을 돌본다. 반면 영화가 그리는 일본 사회는 친구모임을 제외하곤 공동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지금도 노인이 소속감을 갖고 케어받는 곳이 종교인 것을 보면, 감독은 기독교 공동체라기 보단, 노인이 소속감을 갖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적 정신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다고 느꼈다.

죽음의 의료화는, 이 영화에서 명시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아픈 노인들을 연명치료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마리아의 딸 루비의 심장 수술에 들어가는 돈을 어떻게든 벌려고 하는 마리아의 눈물나는 노력과  대비되어, 과연 죽음을 연장하는 의료행위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물음도 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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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플랜 75라는 제도 자체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국가가 명시적으로 자살을 허용하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플랜75의 문제는 국가가 대의를 위해 자살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압제를 형성한다는데 있다.

우리는 코로나 사태 때 백신 접종 문제 등으로 국가가 사회적압제를 어떻게 만드는지 잘 봤다.

그래서 플랜 75는 일본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국가를 위해 특정 카테고리의 인간의 희생이 천황에게 충성하는것이란 과거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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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존재하고, 한국은 곧 맞이하는 초고령화시대, 해결책은 무엇일까?

사실 감독이 주장하는 공동체 정신과 연대는 노인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문제를 개개인의 도덕에 호소하는 것은 일시적이고 휘발성이 높으며, 실제로 개선되는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치 까뮈의 <페스트>에서 보듯이, 실제 페스트를 해결한 것은 치료약과 면역이지 까뮈가 상찬한 대로 공동체정신이 핵심이 아닌것 처럼 말이다.

보통 감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가 침범하는 도덕을 주장하며 자본주의를 비판하는데, 노인문제의 해결책은 오히려 자본주의에서만 가능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1. 초고령화 사회 문제의 핵심은 그것이 한시적이라는 것을 먼저 봐야한다. 한국과 일본의 초고령화 사회의 문제는 베이비붐 세대의 존재로 급격하게 노인이 너무 많아진다는데 있다. 이 세대가 지나고 나면 고령사회의 문제는 크게 비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즉, 이 세대만큼만 버티면 되는 문제다.

2. 그러기 위해선 결국 문제는 돈이다.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되는 문제는 결국 돈의 문제다. 이는 안전도 똑같은데, 안전불감증을 내세우며 개개인의 경각심을 깨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 번 검사할거 두 번 하고, 한 명이 할 점검을 두 명이 하게 하는건 결국 돈 문제다.

지금 한국 사회에 여러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 이는 전형적인 하인리히 법칙의 밑단으로 사회가 안전을 보장할 돈이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현상이다.

즉,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경제성장이란 것이다.

3. 경제성장의 측면에서 노인 문제를 보면 1)노동인구의 소득이 늘어 경제 자체의 파이를 키우는 문제와 2)노인들에게 어떤 일자리를 줄까하는 문제가 있다.

3.1 경제 자체의 파이를 키우는 법은 단순하다. 규제를 없애면 된다. 예를 들어 의료사업을 보자면, 우리나라 대학병원의 매출 1, 2등이 어딜까? 1위는 주차장 2위는 편의점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잔뜩 모여서 최고급의 서비스 노동을 하는데 그 이익이라곤 주차장과 편의점보다 못한게 현실이다. 왜 그럴까 의료 수가 규제와 영리병원에 대한 규제 때문이다.

최근 뉴스를 보니 외국에서 k의료관광을 온다는데 오는 곳이 성형외과와 피부과다. 이게 '의료'인가? 미용이지.

이처럼 규제 일변도는 한국이나 일본이 똑같다. 대기업 규제를 풀고 대기업의 숫자가 늘어 고용을 많이 가져가는게 핵심이다.

3.2 여기에 이어서 노인들에게 어떤 일자리를 줄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 나온다. 국가가 만드는 일자리는 반드시 민간 일자리를 승수만큼 파괴한다. 이 말은, 국가가 만드는 노인 일자리는 지속 불가능 하다는것이다.

한국은 자영업 비율이 25퍼센트정도 되고 대기업 고용비중이 10퍼센트 정도 된다. 대기업이 미국처럼 45-50퍼센트의 고용 비중을 가져가면 자영업 비율은 필히 줄어든다.

자영업의 가장 큰 고통이 가게를 할만하면 작은 골목에 경쟁자가 치고들어온다는 것인데, 이 비율을 일반고용으로 줄일 수 있다면, 그 만큼 은퇴자들,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4.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으론

1) 연공서열 폐지
2) 최저임금 폐지
3) 정규직 폐지
4) 정년 폐지
5) 해고 자유화가 있다.

어느 기업이나 노년의 노련함이 필요하다. 다만 하는 일에 비해 연공서열과 강고한 정규직 보호로 너무 많은 돈을 준다고 생각하기도 하다. 그래서 정년이 되면 절벽으로 밀어버리는게 한국의 노동시장 구조다. 이를 해결하는게 필요하다.

국가의 복지정책으론
1) 노인 가정에 개를 쉽게 키울수 있는 환경 조성및 금전적 지원
2) 초중고 교육에서 시민교육 및 직업교육 활성화
3) 보다 구체적인 선별적 복지가 있겠다.

그리고 청년들은
1) 공무원 같은 고용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대신 아무런 부가가치를 창출 못하는 일보단, 나가서 달러를 벌어오는 일을 하고
2) 한국으로 닫힌게 아닌 세계로 열린 마음가짐을 갖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사농공상 체제보단 상업과 기술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는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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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론 한국 한정 해결책인데, 통일을 준비하는게 좋은 방법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 사회는 인프라 구축, 의료, 교육, 근대행정 등 도처에 할 일이 넘치는데 돈과 인력은 부족한 상태일 것이다. 이럴때 은퇴자들을 조직하여 교육 의료 등 일종에 봉사를 할 수 있게 자발적 조직을 만든다면, 그들의 말년에 보람있는 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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