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

2024.03.01 팔리아치 이야기

어빈2 2024. 3. 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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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왓치맨>엔 주인공 로어셰크의 독백으로 광대 팔리아치에 대한 농담이 나온다.

어떤 사람이 의사에게 상담을 받으러 가서 말했다.

"의사선생님 너무 우울하고 죽고싶고 힘들고 그럽니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

그러자 의사가 말하길 간단합니다.

"옆 동네에 팔리아치 라는 최고의 광대가 와서 공연하는데 그걸 보세요 금방 힘이 날 것입니다"

그러자 광대가 울면서 대답하길

"의사선생님 제가 팔리아치 입니다"


이 내용은 상당히 서글픈데 당시 내가 느꼈던 왓치맨의 주제를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왓치맨의 眞주인공 코미디언은 거짓된 토대 위에 세워진 미덕에 구역질 하던 인간이었다. 책 <금각사>에도 유사한 장면이 나오는데, 주인공이 창녀의 배를 짓밟은 대가로 받은 담배를 누군가에게 선물하니 당사자가 좋아하는 상황이 있다. 그러자 주인공은 속으로 자조를 느끼는데, 내 눈엔, 선물이라는 미덕이 정반대의 악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구역질로 보였다.

코미디언도 인격적 하자가 큰, 그러나 그런 자신의 모습이 인간 일반의 본성이기에 누군가 인간을 구해주길 바라는 히어로다. 자신의 부덕한 모습 위에 덧 씌워진 히어로라는 명함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세상을 자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팔리아치는 코미디언에 대한 묘사며, 세상에 대한 구역질을 나타냈다고 생각했었다.

최근 차라투스트라를 읽으면서 이 부분에 대한 니체의 서술을 보고 새롭게 느낀점은,

차라투스트라 4부에 차라투스트라가 자신의 하위 영혼들을 돌보는 장면이 나온다. 총 8개의 영혼 중에 '마법사'가 있는데, 마법사는 남들이 듣길 바라는 것만 얘기하는, 인생 그 자체가 거짓말인 예술가, 시인, 연예인을 뜻한다.

그가 차라투스트라 앞에서 차라투스트라가 평소에 기독교를 싫어하는 걸 알고 시를 읊듯이 신을 욕하자 차라투스트라가 그를 비판하는데, 온 인생이 거짓인, 그래서 갖고있는 유일한 진실이란 스스로의 거짓 인생에 대해 구역질을 느끼고 있다는 내면 본모습 뿐 아니냐고 한다.

팔리아치 이야기는 개인이 사회의 비순수성에 대해 느끼는 구역질이라고 생각했는데(실제로 코미디언과 비교한다면), 천착해보니, 구역질을 느낄만한 상황은 개인-사회의 관계보다 개인 내면에서 연원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대 팔리아치가 의사를 찾아간 이유는, 그가 세상의 모순에 자조를 느껴서가 아니라, 광대라는 업 자체가 어떤 상황에도 웃으며 남들이 듣고 보고싶어 하는 말을 해야하는 자신의 내면에서 온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런면에서 왜 왓치맨에서 팔리아치 농담을 들었을 때 막연하기만 했는지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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