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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마당을 나온 암탉 - 황선미

어빈2 2023. 12. 1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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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선미
평점 1
 


개요


이 책은 2002년 출간된 아동용 도서로, 애니메이션으로 까지 제작된 베스트셀러다.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되어 읽었으며 결론을 말하자면, 이 책은 모순으로 점철된, 아이들이 읽기 부적절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


주인공 암탉은 알 낳는 닭이다. 그러나 양계장 문 틈으로 보이는 밖을 늘 동경하며 살고 있다. 모이에 머리 쳐박고 알만 낳는 암탉들을 보면서 점점 삶에 회의를 느끼는 주인공. 그녀는 스스로의 이름을 잎싹이라 짓고 작은 희망을 품고 산다. 마당을 아장아장 걸어가는 관상용 닭과 병아리 가족을 보면서 자신도 언젠가 알을 품고 병아리를 키울 날을.

그러나 시들시들 모이도 잘 안먹고 낳는 알도 부실해지자 양계장 주인은 잎싹을 병든 닭으로 여겨 죽은 닭들과 함께 구덩이에 버린다. 구덩이 속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든 잎싹은 '나그네'라 불리는 청둥오리가 자신을 부르는 모습을 보게된다. 나그네는 잎싹에게 구덩이에서 빨리 나오지 않으면 살아있는 것만 사냥하는 족제비에 의해 죽을 것임을 경고하고 잎싹을 구해준다. 구덩이 반대편을 보니 어둑한 밤 족제비의 두 눈이 반짝거리는게 보인다.

나그네는 잎싹을 끌고 마당으로 오나 마당에서도 나그네 취급 받는 청둥오리의 변호에도 잎싹은 마당에서 자리를 받지 못한다. 결국 마당에서 쫓겨나 갈대 숲을 진전하던 잎싹.

어느날 갈대 숲에서 하얀 알이 하나 있는 것을 보고 평소 병아리를 품고 싶었던 잎싹은 알을 품는다.

과연 잎싹은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느낀점


일단 이 책의 주제는 잎싹의 모성애다. 종이 다른 새끼더라도 자신의 아이이기에 평생을 희생하며 사는 우리들의 어머니상이 바로 이 책의 주제다.

그러나 이를 표현하기 위한 방식이 매우 안좋다.

1. 책의 첫 부분은 흡사 신파 포르노에 버금갈 정도로 잎싹의 비참한 양계장 생활이 묘사된다.

그러나 이 부분은 단순히 비참한 양계장 묘사라기보단, 인간 세상의 계급사회에 대한 철절한 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계급 차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될까? 종의 차이에서 오는 서로 다른 묘사, 즉 계급에 대한 차별은 이 책 마지막까지 관통하는 서브 주제이기도 하다.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은, 마지막에 잎싹이 죽어가면서 족제비도 자신의 가족을 위해 자신을 사냥할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존재라는 묘사는, 작가가 보기에 사회란 만인이 만인에 의한 계급 투쟁 상태를 말하려는 것 처럼 느껴졌다.

2. 잎싹은 자신과 아이를 살리기 위해 너무나 많은 살생을 저지른다.

잎싹이 양계장에서 나온 이후 살기 위해 먹는 것은 곤충들과 물고기다. 곤충들과 물고기는 가족들이 없다는 설정일까? 책에 나오는 모든 동물들이 말과 생각을 할 수 있는 설정이라면, 잎싹이 자신이 족제비로부터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가족이 있을 수 있는 다른 생명을 잡아 먹는것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3. 심지어 살기 위해 다른 동물을 희생양으로 지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책 중간에 잎싹이 족제비에게 죽을 위기에 쳐하자 족제비와 거래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저 갈대 속에 통통한 쥐 가족이 살고 있음을. 그래서 그 쥐들이 다 죽는 장면이 나온다.

즉 이 책에 나오는 모성애 상은 봉준호의 영화 <마더>에 나오는 엄마와 비슷하다. 뒤틀린 모성애가 어디까지 비윤리적리 수 있을까? 과연 나와 아이를 살리기 위해 누군가를 제물로 바치는 모성애가 아이들한테 적합한 테마인가? 영화 <마더>는 19세 이용가다.

4. 무조건 기다리기만 하고 참기만 하고 자신의 인생이 없는 모성애는 과거 어머니 상으로서 우리가 추억하고 기릴 수는 있지만 아이들에게 가르치 만한 모성애는 절대 아니다.

우리 시대에 아버지들이 가장 불쌍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저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일만 하며 살아온게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이다. 아버지들은 집에 자신의 방 조차 없다. 가족을 부양하느라 앞만 보고 살아온, 그것이 당신들의 모습이었기에 배운대로 그것이 옳은 길이라 생각하고 걸었던 분들은,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자식들은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고 아내는 자신을 짐짝처럼 여기는 삶을 마주보게 된다.  

개인의 인생이 없는 아버지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로서 우리가 존경하고 기릴 순 있지만, 지금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아버지상은 아니다.

5. 잎싹이 마지막에 죽는 장면은 혁명을 부추기는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잎싹은 마지막에 죽어가면서 자신의 아이만 돌볼 생각을 했지 자신의 꿈을 생각하고 실천해본적이 없음을 한탄하며 죽는데, 그 꿈이라는게 날기 위한 연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였다.

닭은 날지 못한다. 그런데 날기 위해 연습하지 못한 것을 자신이 못해본 것으로 꼽으며 죽는건 어떤 의미일까?

이 또한 강고한 계급의 벽을 보여주는 요소처럼 보였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것이 가련해 보이기 보단, 결국 이 계급 사회를 타파하기 위해선 혁명밖에 없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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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가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잘 몰라서 그럴까, 이 책은 너무나 자극적이고 뒤틀려있다.

이런 책이 아이들한테 읽힌다는 데 나중에 내가 애가 생긴다면 한국 동화책을 읽힐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레오니오니의 <제각기 자기색깔>, <으뜸 헤엄이>, 트리나 포올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 또 작가가 기억나진 않지만 <이상한 나라의 숫자들> 은 지금 읽어봐도 좋은 교훈을 주는 책들이다. 더 나아가 내가 초등학생 때 읽었던 정재봉 작가의 <초승달과 밤배>도 분명 따뜻한 기억을 준 책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읽지 못하게 해야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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