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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경제학 레시피 - 장하준

어빈2 2023. 7. 1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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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장하준
평점 2

 


개요


캐임브릿지 대학 장하준 교수의 10년만의 신간으로, 경제학 강의의 내용을 축약하여 식재료와 엮어 출간한 책이다.

 

마늘, 도토리, 오크라, 코코넛, 멸치, 새우, 국수, 당근, 소고기, 바나나, 코카콜라, 호밀, 닭고기, 고추, 라임, 향신료, 딸기, 초콜릿 총 18가지의 재료를 중심으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가고 있다.

 


내용


교보문고의 책 목차를 바탕으로 몇가지 내용을 추가하여 내용 파트를 정리함.

머리말: 마늘
냄새가 지독한 이 식재료가 지금의 한국을 낳고, 영국인을 공포에 떨게 하고, 이 책을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

장하준 교수 본인이 처음 영국에 갔을 땐 영국 음식이 정말 볼품 없었는데, 이후 세계 여러 음식들이 영국에 들어오면서 영국 음식이 먹을만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재의 경제학은 신고전주의 경제학으로 일원화가 되어있는데, 과거 막시즘, 슘페터, 케인지언 등 다양한 학파가 있었던 시절을 뒤로하고 신고전학파 독점이 된 것은 마치 영국 음식이 예전으로 돌아간 것과 같다고 비판한다.

1부 편견 넘어서기

1장 도토리
도토리를 먹고 자라는 스페인 남부의 돼지들과 도토리를 즐겨 먹는 한국인의 이야기를 통해 경제적 성과를 결정하는 데 문화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한다

2장 오크라
‘레이디스 핑거스’라고도 부르는 이 채소를 통해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시야가 좁고 쉽게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지 깨닫는다

3장 코코넛
이 갈색 열매가 ‘갈색’ 피부를 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가난한 것이라는 믿음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가르쳐 준다

2부 생산성 높이기

4장 멸치
음식의 맛을 풍부하게 할 뿐 아니라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기도 했던 이 작은 물고기가 산업화의 홍보 대사라는 것이 밝혀진다

5장 새우
이 작은 갑각류가 실은 변장한 곤충임이 밝혀지고 개발도상국들이 우월한 외국 라이벌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보호주의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6장 국수
국수에 미친 두 나라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통해 기업가 정신과 성공하는 기업에 대한 우리의 사고를 재점검한다

7장 당근
한때 당치않은 개념이라고 생각됐던 ‘주황색 당근’ 이야기를 통해 특허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이해한다

3부 전 세계가 더 잘살기

8장 소고기
육류 중 가장 논란이 많은 소고기를 통해 자유 무역이 모든 사람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9장 바나나
세상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이 과일은 다국적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적절히 관리해야만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10장 코카콜라
나이 든 로큰롤 밴드와 비슷한 데가 있는 이 음료가 왜 수많은 개발도상국이 현재의 주류 경제학 이데올로기에 불만을 품게 되었는지를 알려 준다

4부 함께 살아가기

11장 호밀
북유럽의 대표적 곡물로 꼽히는 호밀 덕분에 우리는 복지 국가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풀게 된다

12장 닭고기
모두가 사랑하지만 아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 육류는 우리에게 경제적 평등과 공평성의 의미를 가르쳐 준다

13장 고추
우리를 곧잘 속여 넘기는 사기꾼 같은 이 베리를 통해 돌봄 노동이 우리 경제와 사회의 기초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무시되고 저평가되는지 이해한다.

5부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

14장 라임
영국 해군과 브라질의 국민 음료가 힘을 합쳐 기후 변화의 도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15장 향신료
후추, 계피, 육두구, 정향을 통해 현대적 기업이 탄생한 경위와 이런 기업이 자본주의를 크게 성공시켰지만 이제는 자본주의의 목을 조이는 역할을 하게 된 이야기를 듣는다

16장 딸기
베리가 아니지만 베리라고 부르는 이 열매가 로봇의 발달과 일자리의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17장 초콜릿
밀크 초콜릿 바를 통해 스위스 경제 번영의 비밀을 엿보고, 그것이 비밀 은행이나 고급 관광 상품과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을 배운다

맺는말: 경제학을 더 잘 먹는 법

 


느낀점


평소 장하준을 좋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 책도 별 기대하지 않았다. 독서모임 비문학 부문에 경제학 책을 한권 추가하고 싶어 선정한 책이고, 또 워낙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보니 할 얘기도 많을거 같아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우선 이 책의 장점을 말하자면, 맞는 얘기가 두 번 정도 나온다는 것과 식재료에 대한 여러 몰랐던 얘기를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1. 맞는 얘기란, AI와 로봇이 일자리를 파괴하지 않는다고 한 것과 천연자원은 기술로 해결 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이다.

2. 식재료에 대해 기억에 남았던 것은, 우리가 먹는 바나나 중 플렌틴 바나나라는 과일용 바나나가 아닌 주식용 바나나가 있다는 것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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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단점은, 장하준 교수의 주장 중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 많고, 자신의 주장이 자신과 대치되는 모순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1. 틀린 사실관계들

1.1 그는 들어가는 글에서 다양한 학파가 사라지고 신고전주의로 학파가 일통됨을 비판하고 있다. 예전에는 다양한 학파가 있어서 다양성이 훨씬 존중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경제학은 사회과학이다. 즉 경제학의 방법론에 있어서 과학적 방법론이 적용되는 '과학'분야라는 것이다. 과학적 방법론이란 아주 심플하지만 강력한 준칙으로, 검증가능성과 반증가능성을 뜻한다.

신고전주의로 일통된 것은, 1940년대 막시즘과 오스트리아 학파와의 대결에서 막시즘이 틀렸단 것이 결국 밝혀졌고, 1970년 시카고학파와 케인즈 학파 사이에서 케인즈 학파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즉, 지금 신고전주의가 주류가 된 것은 1) 그것이 사회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검증가능성과 반증가능성이라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고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하준 교수의 주장과는 달리 아직 다른 학파는 여전히 잘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경제학계는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와서 다양한 학파가 없다고 걱정하는것은 천동설이 없어졌다고 걱정하는 것과 같다.

1.2 그는 다양한 학파가 곧 다양성을 보여준다고 주장하는데, 정작 본인은 개발경제학자로서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굉장한 적개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모든 경제학파가 서로 공존하길 바라는것 처럼 써놓고 정작 주류 경제학에 대한 비난을 일삼는데, 이는 자신의 관점에서만 긍정되는 다양성이란 점에서 스스로 모순된다 할 수 있다.

1.3 그는 신고전주의 때문에 이기적 인간이 사회의 노말이 되었고 이타적 인간이나 행동은 루저 취급을 받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이기적 인간이 이기적인 사회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아니 경제학은 그 시작부터의 전제가 '이기적 인간'이 '이타적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아담스미스의 유명한 말인 "우리가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빵집 주인의 이타심이 아닌 이기심 때문이다"라는 명언은 우리 각자가 우리의 이기심을 추구하더라도 사회 전체적으로는 효용이 올라간다는 명제이다.

그리고 장하준 교수의 바람과는 다르게 안타깝게도 지금 이순간까지의 사회는 아담 스미스의 말이 진실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있다. 그리고 이는 조금만 생각해봐도 상식적인 결과 도출이 가능한데, 이유는,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봉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신뢰, 도덕 등 우리가 미덕으로 생각하는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말은 이미 많이 증명되었다.

1.4 자유시장경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경제적 자유라는 매우 협소한 부분의 자유만을 긍정하며, 그것이 다른 자유와 부딛혔을 경우 다른 자유, 즉 정치적 자유 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비난한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경제적 자유라 불리는 '사유재산'은 매우 협소한 의미의 자유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유주의가 시작될 때 미국 독립선언문에서도 천명되었듯이 우리는 신에게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는데, 그것은 생명, 자유, 행복추구이다. 여기서 행복추구는 사유재산을 뜻한다. 내가 정당한 노력을 기울여서 얻게된 결과를 내가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행복 추구의 가장 근본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사실상 사유재산이 개인 자유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이란 것이다. 내 손으로 번 돈으로 내 인생을 오롯이 책임지는 것이 바로 자유로운 개인의 물적 토대를 이루기 때문이다. 부모한테 용돈 받아 쓰는 인생을 우리는 자유롭다고 하지 않는다.

1.5 하이에크 등이 칠레의 살인정권 피노체트 독재를 지지했다고, 경제적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자유를 쉽게 져버린다는 예시로 사용하고 있다.

우선 하이에크는 피노체트의 경제정책을 지지한 것이지 피노체트를 지지한 적이 없다. 피노체트는 군인이었기에 경제를 알지 못했고, 칠레 경제를 시카고대학 출신 자유주의자들에게 맡겼다. 그 결과 남미에서 유일하게 잘 사는 나라가 칠레밖에 없게 된 것이다.

장하준은 개발경제를 지지하면서 박정희 때 개발경제를 긍정하곤 하는데, 그럼 장하준은 박정희 독재를 찬양한 것이냐? 이런 식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1.6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에 대한 얘기는 사실상 장하준 교수가 평생토록 해왔던 주장이다. 선진국들이 보호무역으로 성장해 놓고선 왜 후발주자국들에겐 자유무역질서를 강요해서 사다리를 걷어차냐는 것이다.

사실 이 얘기는 케바케이다. 장하준 식으로 보호무역이 옳다는 주장을 하고 싶으면 그에 맞는 다양한 사례들이 있고, 자유무역이 옳다고 주장하고 싶으면 그에 맞는 또 다양한 사례들이 넘쳐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아이폰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아이폰 수입을 금지하고 삼성이 따라갈 수 있게 시간을 벌어준 적이 있다.

문제는, 자유무역이 옳다, 보호무역이 옳다가 아니라 어느 시점에서 보호무역하던 것을 자유시장으로 풀어주느냐인 것이다. 마치 장하준처럼 보호무역이 무조건 좋은데 자유무역을 강요한다는 식의 주장은 문제의 핵심을 전혀 짚지도 못하고, 사실관계도 틀린 주장이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해놨는데, 그 중엔 전구도 있고 연필도 있다. 지금 전구와 연필은 어떤가? 전구는 죄다 오스람이고 연필은 죄다 슈테들러 아니면 일제다. 보호하려는 중소기업은 다 어디갔는가?

1.7 보수주의자 비스마르크가 국민연금과 정년제도를 만들었다면서, 복지국가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이건 아예 사실관계가 틀렸는데, 비스마르크가 국민연금, 정년제도, 청년고용할당제를 만든 이유는 1870-71까지의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의 승리 이후 민주주의를 배워 온 독일 젊은 군인들의 불온한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이다. 젊은이들을 취업시키기 위해 청년고용할당이 필요해졌고, 그러기 위해 나이든 사람을 내보내야 했기에 정년제도가 필요했으며, 그들을 절벽에서 그대로 밀어버릴 수 없었기에 연금제도를 만든 것이다.

이런 정치적 상황을 언급하지 않고 보수주의자가 복지국가를 만들었으니 복지는 모두가 찬성해야 되는것처럼 말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사실 왜곡이다.

1.8 기회의 평등으론 충분치 않고 결과의 평등을 보장해야된다고 하는데, 이쯤 오면 지식인이 할 수 있는 수준의 가장 밑바닥이 아닌가 싶었다.

기회의 평등이 모자라니까 결과의 평등을 보장하게 된다면, 기회의 평등도 지켜지지 않고 과정의 공정도 지켜지지 않는다.

그것을 가질 권리가 있는 사람이 그것을 가지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면, 결과의 평등은 정의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게 된다.

1.9 돌봄노동이 제대로 평가되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 돌봄노동에 대한 금전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 부분은 사실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내 생각은, 인간의 모든 행동이 돈으로 환산되는것 만큼 천박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자기가 자신의 아이를 키우는것에 대한 보상은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나의 행복으로 이미 차고 넘친다. 그걸 돈으로 환산하는 순간 나의 아이를 키우는 나의 사랑은 그저 보상받아야 되는 천박한 물질주의적 환원에 다름 아니다.

1.10 이슬람 얘기를 하면서 마치 이슬람이 대단히 관대한, 상업주의적 성격을 띄고 있는 종교인것 처럼 얘기하는데, 그럼 지금 중동이 왜 그모양 그꼴인지 장하준은 먼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슬람은 교리 그 자체에 기독교, 즉 예수를 믿는 사람을 자신들이 심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되어있다. 그래서 장하준 교수 말마따나 유대교와 이슬람이 조화로울 수 있었던 것이다. 둘 다 예수를 믿지 않으니까.

어떤 종교가 그 공식 교리로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을 자신들이 심판할 권리가 있고 그 신을 부정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마치 관대한 종교처럼 여길 수 있을까?

2. 자연스럽지 않은 전개

식재료와 엮어서 경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유기적인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정치적 주장, 나쁘게 얘기하면 누군가에게 듣기에만 좋은 소리를 하기 위해 억지로 끼워맞추고 있다.

3. 레시피의 부재

이 책은 경제학 레시피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그 어디에도 레시피가 없다. 그냥 식재료에 대한 설명만 존재할 뿐 그 식재료롤 무엇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독서모임에 나온 의견 중 하나는 경제 얘기 없이 실재료 얘기만 썼어도 좋았겠다는게 있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나는 식재료에 별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는데, 여기 나와있는 식재료에 대한 상식도 고급스러운 교양이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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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10년 전에 발간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보다 수준이 낮은 책이다. <경제학 강의>는 볼품 없는 책이었지만 그래도 개설서로서 교과서 같은 사실 전달 기능이라도 있었지만, 이 책은 <경제학 강의>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은 채 내용을 그대로, 심지어 훨씬 짧고 얇게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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