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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리뷰] 건담 시드&데스티니

어빈2 2023. 12. 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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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5
 
개요
건담 시드와 건담 시드 데스티니는 내가 고등학교 때 나왔다.
 
건담은 1979년 <퍼스트 건담>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나온 애니매이션이다. 건담 시드는 건담을 만든 SUNRISE라는 일본 기업의 30주년 기념작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꽤 신경을 써서 만든 것이었고 상업적으론 가장 성공한 건담이 되었다.
 
30주년 기념작을 망작으로 만들 수 없다는 불안감의 표현인듯 건담 시드는 1979년 <퍼스트 건담>을 상당부분 오마쥬 했다. 그래서 올드 팬에게도 새로운 팬에게도 욕먹은 부분이 있다. 예를들면 스타워즈 7편이 4편과 거의 똑같이 만들어 욕을 먹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뭐 79년에 나온 걸 누가보나. 오히려 건담이라는 소재에 대해 새롭게 환기하면서 동시에 퍼스트건담에 대한 추억도 살리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되는게 아닌가 싶다.
 
여튼 나는 건담이 79년에 나온 애니매이션이고 건담은 애니매이션을 넘는 어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상하게 TV 애니를 전혀 안보는 사람임에도 건담은 봐야 된다는 이상한 부채의식이 있다. 건담 시드는 그 오래전에 psp로 밤에 보던 추억이 있는데 리마스터 버전이 나온지도 꽤 됐고해서 다시 보고픈 마음에 한번 봤다.
 
어린왕자를 매 10년마다 보면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고들 말하는데 건담도 그렇다.
 
고딩때는 그저 로봇이 나와서 총을 쏘고 싸우는 장면이 멋져서 봤다. 그러나 10년이 더 지난 지금 다시보니 건담은 항상 그렇듯 주제의식이 있다.

내용

인간(네추럴)이 있고 인간이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든 개량된 인간(코디네이터)가 있다. 네추럴들은 지구에 살고 있고 코디네이터는 지구 밖 콜로니라는 우주 식민지에서 살고 있다.

인간이 그렇듯 네추럴은 코디네이터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결국 지구에 있는 여러 국가 중 대서양 연합과 콜로니에 사는 코디네이터들의 국가인 자프트 사이에 전쟁이 발발한다. 그러나 코디네이터들은 자신들의 기술적 우수함을 바탕으로 만든 모빌슈트라는 로봇으로 전쟁을 압도했다. 결국 네추럴은 콜로니 중 한 곳에 핵을 발사하게 되고 전쟁은 겉잡을수 없이 커진다.

주인공인 키라 야마토는 중립국 오브의 우주 콜로니인 헬리오폴리스에 사는 대딩이다. 오브는 중립이며 네추럴과 코디네이터가 다 같이 살고 있고 키라 야마토는 코디네이터다.

그러나 대서양연방의 압력에 못이겨 오브는 중립국임에도 군사기술을 협력하게 되고 오브의 우주 콜로니에서 몰래 전함 아크엔젤과 대서양연방군의 첫 모빌수트인 건담을 만들고 있었다.

이 정보를 입수한 자프트군 부대가 오브의 콜로니에 건담 탈취를 위해 잠입하게 된다. 결국 갑작스러운 자프트군의 잠입으로 대서양연방군은 애써 만든 건담 5기 중 4기를 뺏기고 옆에 있다가 말려든 키라 야마토는 살기 위해 남아있는 한 기의 건담에 타게 된다.

결국 자신들의 친구를 지키기 위해 아크엔젤과 건담을 지구에 있는 본부로 운송하는 임무에 어쩔수 없이 참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인 키라 야마토와 그 주변 인물간의 관계를 통해 전쟁이 무엇인가, 우리는 왜 싸워야 되는가, 그리고 결국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자프트와 대서양연방군은 서로 죽이고 죽이다가 결국 서로를 멸종시키려고 핵보다 더 강한 무기들을 만들어 낸다. 참 웃긴게 지구군과 자프트는 둘다 전쟁을 그만하고 평화를 이루려는 슬로건을 내세우지만 그 방법이 상대 진영의 멸망이라는 점에서 전체주의 국가의 속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결국 주인공인 키라는 동료들과 함께 증오와 분노만을 앞세운 전쟁을 멈추고 인류 보편의 가치를 위해 싸워야 함을 깨닫게된다.


건담 시드의 2년 뒤 내용을 다루는 후속작 시드 데스티니는 주인공이 신 아스카라는 인물로 바뀐다.

전편에서 오브가 중립국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 결국 대서양연방군과 싸우게 되는데 신 아스카는 전쟁통에 가족을 다 잃는다. 그리고 힘을 갖기 위해 자프트군 모빌수트 파일럿이 된다(얘도 코디네이터임).
 
반면 새롭게 자프트의 의장이 된 듀랜달은 평화와 대화를 주장하며 네추럴과 코디네이터 모두의 신망을 받게 되지만 누구나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위해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모든 인류의 운명을 정해놓은채 태어나게 해야 한다는 '데스티니 플랜'을 주장하게 되고 결국 이에 반대하는 키라 야마토와 그 동지들에 의해 패배한다.
 
느낀점
건담 시드가 전쟁에 대해 다뤘다면 데스티니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건담 시드의 주제의식은 전쟁의 승패가 중요한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가치와 신념, 이념을 위해 전쟁에 임해야 되는가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가치는 '개인의 자유'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전쟁을 왜 하냐는 물음도 인간 본성에 깃대어 본다면 무의미해지는게, 결국 전쟁은 정치의 연장선일 뿐이기 때문에, 정치가 이념의 유통업이라면, 어떤 가치를 위해 전쟁을 해야 하느냐 만이 유의미한 질문이 된다. 
 
데스티니에서 듀랜달 의장이 말하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을 통제하는 마치 <멋진 신세계>, <이퀄리브리엄>과 같은 세상은 정당한 것 처럼 들린다. 실제로 애니매이션에서도 듀랜달의 주장을 정당하게 만들기 위해 정말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펴는 적들을 많이 만들고 전편의 주인공이었던 카가리나 아스란을 바보 병신으로 만들면서까지 듀랜달의 명분을 살려준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의지를 위해서는 그런거 안돼!라는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의식은 마블의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와도 맞닿는 부분이 있다. 
 
애니매이션의 스토리나 작화 이런걸 다떠나서 주제의식만 본다면 꽤 그럴싸하다.
 
다만 왜 개인의 자유가 중요한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은 드러나있지 않다. 캐릭터들의 대사가 그 부분에서 아쉬운데, 주인공들도 자기들이 왜 자유를 위해 싸우는지 잘 모른다. 그냥 아닌거같은데 설명하긴 힘들고 그저 눈만 마주치면 마음을 다 읽은것 처럼 서로 뜻을 모아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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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은 아직까지도 매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일본의 아이콘이다. 건담이 좋은게 아이들은 건담의 멋있음에 환호하지만 정작 애니매이션 안에서는 건담은 그저 전쟁의 수단의 하나로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이원화된, 현실적인 구조가 어른과 아이들의 마음을 잡는 포인트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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