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사회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생각들

어빈2 2022. 3. 1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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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을 침범한다는 말이 들려왔을 때 말만 많은거 보니 실제로 전쟁은 일어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많으면 액션이 없기 때문이다. 정세가 나빠져 가고 있을 때도 독일 총리 슐츠가 두 나라를 방문하면서 전쟁의 위협은 사라진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을 벌였고 결국 전쟁이 시작됐다.

공산주의자, 전체주의자와 협상할 때는 늘 뒤통수 맞을 각오를 해야한다는 '법칙'이 또 다시 증명된것 같았다.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까? 그에 대해선 푸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해체 때 만들어진 나라며, 원래 러시아와 한 나라고, 우크라이나라는 '민족'국가는 존재해본 적이 없다. 이 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주권선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서방세계(EU와 NATO)의 패권적인 동진정책은 발트3국의 가입을 이뤄냈고 급기야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아(조지아)까지 회원국으로 만드려고 했다.

NATO는 탄생부터가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비록 러시아는 지금 미국 캘리포니아 주보다도 작은 경제규모를 가진 '과대평가'된 국가지만)결사체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어쨋든 바로 옆 나라가 NATO에 가입하는 것을 견딜 수 없어하는 것은 이해할만 하다.

마치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설치하려 했을 때 미국이 결사적으로 막은 것과 같다.

심지어 고르바초프때 NATO가 동진하지 않기로 약속까지 했다고 하니 러시아 입장에선 배신당했다 느낄 수 있다. 결국 전쟁도 정치적 수단이란 관점에서 러시아가 실제적이고 중대한 국가적 위협이라 판단했다면 전쟁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속전속결로 키에프를 점령하고 드네프르 강 동쪽은 러시아가 점령하고 서쪽은 러시아-미국-영국이 중립국으로서 안전을 보장하는 우크라이나 공화국이 들어서길 바랐을것 같다.

그러나 속전속결은 실패했고 우리는 21세기 첫 민족국가의 탄생을 목격하게 됐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슬라브-정교회의 중심이자 변방에서 비로소 우크라이나'인'이라는 자각을 했고, 자신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국민들이 일어섰다. 그러자 크림반도 사건땐 침묵하던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돕기 시작했다.

이는 자국민이 국방의 의지를 갖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닫게 해준다. 문재인 정권의 잘못 중 하나인 국방약화를 주장하면 반론으로 국방비가 늘었음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문재인이 약화시킨 것은 스스로 지키고 서겠다는 독립정신임을 알아야 한다.

한국은 1948년 미국에 의해 건국된 나라다. 1950년 멸망의 위기를 겪었을 때도 미국을 중심으로한 자유세계의 도움으로 버틴 나라다. 광복절을 비롯해서 늘 정치지도자들은 독립운동 들먹이는데, 6.25때 미군 4만명의 핏값으로 대한민국이 지켜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나라의 국민들이 자신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일어난다면, 한국은 그에 대한 국제적 책임이 있다. 우리가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근 대위는 비록 틀린 말을 했지만(6.25때 우크라이나는 소련으로 우리의 적국이었다) 그가 다른 이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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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전쟁은 어떻게 될까?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협상 타결된다면 러시아는 정말로 유럽의 변방이 될것 같다. 반면 러시아에 유리하게 협상된다면, 크림반도를 온전히 러시아에 넘기고 우크라이나는 NATO에 가입하지 않으며, 러시아-미국-영국이 합의한 중립국으로 남을 것이란 분석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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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전근대적 짜르식 행태는 분명히 지탄받아 마땅하다. 비록 자국의 안보를 위협 받았다 해도, 그의 사고방식은 다른 주권국의 권리를 무시하고 자국의 주권선으로 상정하여 이를 지키기위해 전쟁도 불사하는 제국주의적 발상이다. 게다가 중앙아시아의 큰형님으로 군림하겠다는 전체주의적 의지가 보인다.

물론 체첸의 예에서 봤듯이 중앙아시아의 민족성을 보면, 영화 <영웅>에서 마지막에 이연걸이 더 큰 그림의 평화를 위해 강압적인 진시황의 독재가 현실적으로 필요하단걸 깨닫는것 같이, 러시아의 큰형님 놀이는 오히려 평화를 지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질서는 전근대적이며 조폭의 섭리라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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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금 벌어지는 국제적 양상이다. 이런 모습들이 오히려 러시아의 침략보다 나에겐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어쨋든 푸틴의 행태가 욕먹을 짓이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모든 러시아 국민들이 역사의 죄인이며 그들이 죗값을 치뤄야 된다는 것은 푸틴보다 위험한 발상이다. 바로 그게 유대인들은 가스실로 밀어넣은 이유 아닌가?

지금 러시아에 대한 금융규제를 하는것도 모자라서 전 세계 사람들이 떼거리의 힘으로 맥도날드, 스타벅스,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의 러시아 서비스를 중지하라고 압박하고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어떤기업들은 자발적이기까지 하다.

푸틴과 그 주변 군부가 돈을 쓰지못하게 묶고 전략물자 무역을 규제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전쟁을 막기위해 구글, 마스터카드, 페이스북, 게임, 맥도날드 등을 제한하고 러시아 국민들을 죄인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 더 나아가 스포츠, 연예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니 생각을 말하고 죄를 고백하라는 식의 발상은 중세 마녀사냥과 단 하나도 다를 게 없다.

결국 러시아 국민들까지 고립시켜서 혁명이라도 일어나라는 것일까? 자유세계의 기업과 인간들은 오로지 전쟁이 나쁘다는 일념으로 러시아 국민들의 자유와 선택권을 뺏어가고 있으며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종용하고있다.

왜 그럴까?

영구평화란 인류 역사상 오직 상업주의 정신 하에서 가능했다. 그 어떤 정치제도나 종교, 철학도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인간은 언제나 남을 약탈했으며 그것이 멈춘것은 약탈이 거래보다 어려워졌을 때다.

거래가 약탈보다 이익이 크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거래는 서로가 윈-윈인 경우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은 나의 이익에 부합한다.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선택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기혁신을 하게 된다. 또한 지속적인 거래를 하기 위해선 거짓을 멀리하는 신뢰라는 가치를 익히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히 퇴출된다.

서로 인종과 종교가 달라 평소같았으면 죽이려 들었던 사람들이 주식 거래소에서 서로를 신사처럼 대하는 이유는 그래서이다.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힌 나의 신뢰를 져버리고 거래 관계를 부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0에 수렴해 갈때 비로소 인간은 평화를 달성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게 현대 문명의 역사다.

때문에 전쟁중인 두 국가 사이에 중립국이 중립의 의무를 지키는 한 상업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서방세계는 분명 우크라이나 편을 들고 있다. 그들은 중립국이 아니며 따라서 중립국의 상업자유를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글로벌한 세상에서 국적을 초월한 기업의 국적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하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다. 즉 중립국의 상업자유는 한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각 기업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기업이 국적을 초월한 순간 그 기업은 자체로 중립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맥도날드가 미국 정부와 협력하여 햄버거 외에 군수물자, 무기 등을 판매하지 않는 이상 맥도날드의 러시아 사업 중단을 강제하는것은 상업의 자유 침해다. 이는 상업정신의 절단이자 평화를 져버리는 행동이다.

햄버거를 러시아에서 판매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않는 기업의 자유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켰으니 러시아 국민들은 스스로 죄를 깨닫고 햄버거도 먹지마라는 발상이 가당키나 한가?

사실 전시 중립국의 상업자유를 추구해온 것이 바로 미국의 역사이면서 왜 맥도날드, 코카콜라에 대한 군중들의 막무가내 요구에 미국 정부가 침묵하는지 의문이다.

이와같은 이유로 러시아 사람들의 선택지는 줄어들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시작한 전쟁이지만, 러시아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으며, 그들이 더 이상 서방세계와의 거래에서 이익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다시금 약탈의 역사는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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